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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 전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진단

지난 5월 29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일본 정부 관방부(官房部)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일 국장급 회의’ 합의 결과를 동시에 발표했다. 합의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을 전후하여 북한 영내에서 사망한 일본인의 유골과 묘지, 잔류 일본인과 그 배우자, 납치 피해자 및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모든 일본인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일본측 제안해 대해 북한측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일본측에 통보하고 유골 처리 및 생존자 귀국 조치를 취하기로 한다.

둘째, 북한측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활동을 개시하는 시점에서 일본측은 독자적으로 가하고 있는 대북제재조치, 즉 왕래규제, 송금·휴대금액의 제한, 인도적 목적의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금지 등을 해제한다.

셋째, 쌍방은 위 합의사항이 진전될 경우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검토하며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진지한 협의를 진행한다.

이번 합의를 보면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평양선언』을 채택해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있는 진전을 보였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양측간 협의가 돌연 중단된 이후 납치 피해자 가족이 일본 전국을 돌며 조속한 귀환을 호소하던 그 모습, 특히 13세 어린 나이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横田 めぐみ)의 부모가 토로하던 통한의 호소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일의 최근 합의를 보면 첫째, 이번 합의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이니셔티브 발휘와 김정은 정권이 직면한 국내외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계기 마련 요구가 조합하여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이런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의미있는 결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부터 12년 전 고이즈미 당시 총리가 방북하여 북·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사건 해결 없이는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나 관계 개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일본측이 제시한 17명의 납치 피해자 명단 중 ‘5명은 생존해 있고 8명은 사망했으며 나머지 4명은 입북 사실이 없다’고 답하였다. 회담 후 김정일 위원장은 일본측 요구를 받아들여 생존자 5명을 재입북하는 조건으로 일본에 보냈다. 김 위원장은 2004년 5월 고이즈미 총리의 2차 방문을 계기로 당초의 약속과는 달리 일본에 보낸 5명이 북한 귀환을 거부하고 일본 잔류를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가족 5명을 다시 일본에 보냈다.

그런데 그해 11월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북·일 실무자 회의에서 북한측이 일본측에 보낸 ‘요코다 메구미의 유골’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시켰다. 일본은 일본 경찰청 과학경찰연구소와 데이쿄대학(帝京大學) 의학부 법의학교실에 감식을 의뢰했다. 일본 경찰은 ‘감식불능’으로, 데이쿄대학 법의학교실은 ‘요코다 메구미의 DNA가 아니다’라는 상이한 결과를 보고했다. 일본 정부는 두 가지 감식결과 중 후자를 채택했다.

이로 인해 북·일 양측은 격앙된 비난을 주고받았다. 엎친데 덥친다고, 연이어 북한이 자행한 핵·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유엔과 한·미·일 3개국이 공조한 제재조치가 이뤄졌다.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북·일 협상은 계속할 여지조차 없어져 7~8년 간 완전 중단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런 가운데 2012년 12월 고이즈미 정권 당시 내각 관방부 부장관으로 북·일 협상의 중심에 서서 협상을 주도했던 자민당(自由民主黨)의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제2차 아베 내각을 출범시켰다. 아베 총리는 2013년 1월 29일 제1차 정부·여당 납치문제 대책기관 연락협의회에 출석하여 종합적인 대책 추진을 위해 내각의 모든 국무위원(장관)으로 구성되는 ‘납치문제 대책본부’를 발족시켰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방침’을 제시했다.

기본방침의 주요 내용은 ‘납치문제는 일본의 주권 및 일본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중차대한 문제이며 따라서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긴요한 중요과제이다. 이 문제 해결 없이는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 모든 납치피해자의 안전 확보와 즉시 귀국, 납치진상 규명, 납치 실행범의 인도 등을 위해 전력을 경주한다’는 것이었다. 또 기본방침을 실행하기 위해 양측간 협의 개시, 관련 정보 수집, 분석·관리 강화, 국제협력과 공조 수사 지속, 내외 여론의 계발(啓發. 깨우쳐 열리게 함), 납치 피해자 가족에 대한 계속 지원 등 8개항의 주요 정책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아베 정권의 결연한 의지로 볼 때, 북한측이 최악의 거부 조건을 제시하고 회담 지속을 거부하지 않는 한 일본측은 강한 인내심과 집요한 추궁을 거듭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산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북한 땅에 묻힌 일본인의 유골과 묘지 발굴을 위해 후손 가족으로 구성된 청진회(淸津會), 용산회(龍山會) 등 민간단체 회원들이 여러 차례 현지를 방문하여 사전조사를 실시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도 사업 진전이 확실시된다.

둘째, 북한측이 ‘특별조사위원회’를 조직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일본측이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약속한 이상, 일본 정부는 언제나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완화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한·미·일 3개국이 실시하고 있는 제재조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일본 정부가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한·미와 유엔 안보리 관련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여 말 그대로 인도적 조치라고 공인되는 부분에서의 제재완화를 실시한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북·일간 합의를 계기로 우리가 안고 있는 400여명의 납치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미귀환 국군포로의 조속한 송환과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구체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미 10년 전 『북한인권법』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지 오래됐고, 유엔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특히,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전략적 사고를 갖고 적극적으로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강인덕/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 전 통일부장관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써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강인덕  sender@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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