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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한국의 선택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진단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한·미·일 국방장관회의의 주된 의제 중 하나는 3국간 군사정보공유이다.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 때 이미 이 문제가 협의된 바 있으며, 이번 싱가포르회의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3국간 군사정보공유는 미국이 추진하는 재균형 전략의 일환인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한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군사정보공유 및 삼각동맹 강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 나아가 한국은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2010년 발표된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상대적 쇠퇴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을 반영하면서 미국 경제의 재건과 지구적 패권의 재구축을 위한 계획을 담고 있다. 2011년부터 공식화된 재균형 전략은 미국의 계획을 완수하기 위한 공간이 아시아라고 명시하며, 안보 측면에서 동맹(미·일, 한·미, 한·미·일 삼각동맹 등)의 강화, 그리고 경제 측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러나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공표 초기부터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를 의도한다는 추론을 낳았다. 즉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의 군사적 팽창 가능성을 견제하고, TPP를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차단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이익 증대 및 패권 구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균형 전략은 특히 안보측면에서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TPP 체결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반면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국 견제정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재균형 전략의 핵심 파트너인 일본과의 동맹 강화가 있다. 2013년 10월 미·일 안보협의회의에서 미국은 일본의 무력 증강과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지지했으며, 미·일동맹의 역할 범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상으로 확장하였다.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최초로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위협으로 규정하였고,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중국에 공세적으로 대응해왔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 방문에서 센카쿠 열도를 미·일동맹의 방위선 안에 포함시켰으며, 일본의 군비증강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일본은 미국의 재균형 전략을 자신의 안보 자율성 확대를 위한 기회로 삼으면서 대중국 견제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재정 위기에 따른 군사비 감축 문제를 미·일동맹의 강화로 보완하고 있다.

   
▲ 지난해 6월 28일 오후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특별오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중국 견제는 한·미동맹과 미·필리핀 동맹관계 등을 통해서도 시도되고 있다. 2013년 12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고 했다. 바이든이 말한 미국의 반대편이 중국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난 4월 오바마의 필리핀 방문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22년 만에 미군기지 재설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필리핀 미군기지가 중국이 당사자인 남중국해 갈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미·일동맹을 핵심 축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한·미동맹, 한·미·일 삼각동맹, 미·필리핀 동맹이 함께 뒷받침하기를 의도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중국의 맞대응과 더불어 두 가지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긴장고조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는 해양 영토 측면에서의 미·일동맹과 중국간 갈등 심화이다. 미국의 재균형에 반응하면서 중국은 자신의 핵심이익 영역을 대만과 중국 본토에서 근접해양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 6월 센카쿠 열도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포함된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같은 해 11월 말에는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중국 무인기가 센카쿠 열도 영공을 침범할 경우 격추할 수 있다고 공표하는 등 갈등은 더욱 고조되어 왔다. 또한 지난 4월 오바마의 방일에서 공식화한 센카쿠 열도의 미국 방위선 포함은 중국의 반발을 야기했다.

둘째는 역사 문제 측면이다.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일본의 무력 증강과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는 동안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및 난징학살 부인과 같은 역사수정주의적 인식이 일본 내에 확산되면서 한국과 중국의 일본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역사 인식 문제는 독도, 센카쿠 열도 등의 영토 문제와 결합해 더욱 갈등을 심화시킨다. 특히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그 자체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부재를 의미한다. 미국의 재균형과 그에 따른 미·일동맹의 강화가 동북아 역사 갈등 심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동북아 정세는 한국이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와 삼각동맹 강화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첫째, 삼각안보협력 및 동맹의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결합해 동북아 세력균형을 중국에게 불리하게 만들면서 반중국동맹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중협력관계를 희생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하여 견제할 필요가 없는 한국에게 필요한 선택이 아니다.

둘째,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가 한·미동맹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이든의 ‘베팅’ 발언은 미국에게 있어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소중함을 반영한다. 즉, 한·미동맹은 한국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에게도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는 물론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긴밀한 동맹 이상의 관계를 맺어왔다. 한·미동맹 훼손 우려를 크게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셋째, 현 상황에서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 또는 동맹체제의 형성은 일본의 과거사 왜곡 혹은 부인을 정당화시킬 수 있으며, 일본의 군사적 팽창을 더 가속화시켜 동북아 안보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느 한편으로 경사된 외교를 펼치지 않으면서 안보자율성을 증대시키고, 그에 기반해 한·미·중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의 이익은 물론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도 현명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미·중간 균형적, 중립적, 혹은 중간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외관계가 미국과는 긴밀함을 넘어 대미 의존적 측면이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협력의 범주가 협소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균형적 외교는 중국과의 협력 증대를 요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예정은 중국이 인식하는 한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반영한다.

한·중협력 강화 및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중요한 방안 중 하나는 일본 역사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이다. 보편적 정당성에 근거한 역사 문제 대응은 미국의 협력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하며, 그러했을 때 일본의 팽창과 동북아 갈등 심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에 기반해 중국의 해양 핵심이익과 관련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미 의존성을 줄이고 한국의 안보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의 조속한 환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안보자율성 확보는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보 이슈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주도성 증대 혹은 한국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적 외교와 안보자율성 확보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필요로 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이 미·중 간의 협력, 그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행위자로서 위상을 강화하도록 도울 것이다.

김상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 글은 유코리아뉴스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협의를 거쳐 게재하는 것으로써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김상기  sangkisj@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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