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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자와 이산가족, 그리고 남북관계의 골든타임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5.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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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태 이후로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관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국가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탐욕의 무게로 침몰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에 우리들은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가치가 물질의 가치보다 중하게 여겨져야 하며, 이와 관련된 국가 책무가 보다 엄중해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했던 대한민국 사회는 속죄와 회개의 분위기 속에 국가시스템의 개혁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다.

북한에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겁니까?
이런 와중에 우리는 대한민국 종교인 한 명이 벌써 8개월째 북한에 억류중이라는 사실에 거의 관심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중국 단동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2013년 10월 7일 밀수선을 타고 압록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가 체포된 김정욱 목사다. 그는 북한에 지하교회를 세우려 했고 국정원의 돈을 받아 북한 주민을 포섭하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5개월만인 지난 2월 27일 북한이 그의 기자회견을 방송함으로써 우리는 그의 억류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회견에서 "가족에게 내가 건강하게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북측에) 기자회견을 요구했다"며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통일부는 즉각 대북통지문을 전달하려 했으나 북한은 이의 수령을 거부했다. 이에 통일부는 그의 석방 및 송환을 공개 촉구했고 국제적십자위원회와 북한에 공관을 둔 외국정부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국정원도 자신의 연루 주장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 정도밖에는 그를 구출하려는 다른 노력들은 알려진 것이 없다.

상황에 변화가 없자 김 목사는 다시 북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재판 기소단계에 있다"고 근황을 알리며 "가족에게 안부를 전한다"고 했다. 세월호 사건 하루 전(4.15)에 보도된 그의 인터뷰는 세월호 참사에 덮여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북한의 재판정에서 그의 행위가 '반국가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을 받으면 최고 형량은 사형이다. 그는 두 번씩이나 공개적으로 구조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대한민국의 구출 노력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되었을 경우에 미국은 전직 대통령이나 주지사 등 거물급이 방북하여 협상을 통해 보석금 등을 내고 자국민을 구출해 왔다. 과거 서독도 동독의 정치범을 구출하기 위해 민간을 통해 동독 재판과정에 간여하고 보석금을 주고 풀려나게 해서 서독에 데려왔다. 이것이 소위 '돈을 주고 자유를 사는 방법(Freikauf)'으로 알려진 실제 내용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김 목사의 주소지인 포항의 시장이나 도지사가 방북하여 피고인 접견을 요구하고 보석금을 내고서라도 데려오는 시도를 해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면 민간 차원에서 변호사협회 등이 같이 나설 수도 있겠다. 최근 코레일 사장이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의 방북과 같은 기회를 활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발휘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2004년 7월 이라크 무장집단에 의해 납치 피살된 김선일 사건과 관련하여 당시 야당의 박근혜 대표는 국회연설을 통해 "국가가 가장 기본적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며 국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아직 기회는 있다. 박근혜 정부는 김정욱 목사의 구출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 지난해 10월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목사가 지난 2월 27일 북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시간이 없는 이산가족 문제,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겁니까?
절박한 심정이지만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만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는 사람들이 또 있다. 많은 이산가족들이 이미 고령으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매일매일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해경 헬기의 프로펠러 소레를 들으며 잠시 후면 구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선실에 대기한 채, 세월호와 함께 물속에 잠겨버린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세월호 사태를 겪으며 이제 이산가족 문제의 본질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는 북한 핵문제 등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남북관계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에 큰 비중을 두어 왔다. 물론 대북정책의 원칙을 세우려는 이같은 노력은 중요하다. 문제는 이산가족들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소위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면 남북관계에 있어 원칙이라는 것이 이산가족에게는 소용이 없게 된다.

세월호 사태이후로 국가시스템의 대개혁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세월호 실종자에게는 '사후약방문'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는 격이다. 또한 국가시스템의 대개혁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아직 배안에 실종자가 남아 있는 한, 실종자 수색이 최우선이다. 마찬가지로 아직 상봉을 원하는 고령 이산가족이 남아 있는 한, 남북관계에 있어 어떤 정치적 원칙도 이산가족 상봉을 뒤로 미루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올해 설 명절을 즈음하여 성사되었던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이런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한미 군사훈련기간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할 수 없다던 북한이 자신들의 원칙을 접고 한미군사훈련기간과 겹치는 시기에 상봉행사(2014.2.20-25, 한미군사훈련은 2.25부터 시작)를 수용했던 것이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3.25)으로 밝힌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3대 제안'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문제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거론하면서, 북한과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갈것이며 국제기구와도 협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남과 북이 모처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모으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드레스덴 선언 2달이 지나도록 어떤 진전이나 이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의 교훈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산가족 문제의 해법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5.24 조치' 4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남북관계의 발전은 고사하고 남북관계에서 절박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이 보내는 구조 요청이 외면되는 현장은 또 있다. 천안함 사건의 대책으로 발표된 대북경협 중단조치가 북한에 대해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막대한 피해와 부담을 받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의 고통과 호소가 4년째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5.24 조치'의 해제와 관련하여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는 이를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남측의 모략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자신의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여전히 북한의 자발적 사과만을 기다리는 당국자가 있다면 그는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드레스덴 제안'에 담겨 있는 대북 인도지원, 민간교류, 경제협력의 화대는 '5.24 조치'라는 걸림돌을 넘어야 가능한 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성공단 국제화도 '5.24 조치'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 문제는 이런 모순이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남북관계에서 실천할 의사가 없는 정책제안을 하거나 실천할 능력이 없는 정책당국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다.

남북간의 경제협력 확대는 통일 준비를 위한 기본 방책일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해주는 화수분이다. 일부 기업인들의 구난 요청의 존재 여부를 떠나 민족 전체의 안전과 행복을 담보하는데 기여할 것인가 하는 점만을 잣대로 '5.24 조치'를 냉엄하게 판단할 때가 되었다. '5.24 조치'는 상황처리용 전술이었지 민족의 미래를 내다 본 전략일 수는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은 정부가 갖추어야 할 정책 의지와 실행 능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책임을 떠넘기거나 기다리라고만 하는 당국자들에 대해 국민들은 매우 지쳐있다는 것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8월 방한하는 교황이 서울에서 집전하게 될 미사에 북한 천주교 신자들을 초청하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알려 왔다.

남북관계에도 결정적인 시기나 계기, 즉 골든타임이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의 국면 전환을 위한 드레스덴 선언의 실천을 주저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침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개편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남북관계를 다루는 정책방향과 내용에도 변화가 수반되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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