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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없어요”탈북학생 응원일기(3) - 거짓말 교육

무서운 엄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많은 민철이가 학교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며 담임선생님과 있었던 일이며 학원의 형들에게서 구박 받았던 일들을 누구한테 하겠는가? 좋아하는 스폰지 퀴즈 놀이를 누구와 마음껏 하겠는가? 



13. 열 걸음 - "아빠 없어요"

반갑게 매달리는 민수의 손에 고가의 장난감이 들려 있고 민수는 자랑이 늘어진다.
“아빠가 사줬다요!”
민수는 좋겠다는 응수 사이로 놀란 민철이가 끼어들며 동생의 입을 막는다.
“아빠 없어요”
세 아이의 얼굴도 체형도 모두 다르기에 속으로만 짐작했던 사실을 민수가 확인시켜 주었다. 민철이 방에도 고가의 게임기가 있다. 냉장고 위에는 케잌 상자와 꽃다발도 있다. 누구 생일이냐는 나의 질문에 엄마 생일이라 아빠가 다녀가셨다고 민수가 대답하고 민철이 얼굴은 또 당혹스럽다.
“엄마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사연인즉 민수 엄마는 능력껏 이곳에서 남편을 새로 맞았지만 정부 혜택을 받기 위해 한 부모 가정으로 등록 한 후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이웃들과도 만나지 않는 고립된 생활을 하는 상황이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불안한 위장 상태가 민철이 어머니의 우울증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환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정직하라는 공교육의 틀에서 생활하다 집에 오면 엄마의 거짓말 교육에 혼란스러운 민철이의 상황이 더 가슴 아프다.
“선생님은 알아도 괜찮아. 남이 아니고 민철이와 민수 선생님이잖아”
다독이며 안아주는데 민철이의 눈깜빡 틱장애가 심하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안아 줘야지’ 결심한 날.


14. 열 한 걸음 - 민철이 엄마와의 대화

아래층 빌라 입구부터 고소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3층 꼭대기 맨 끝집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고 민철이 엄마의 긴 옷자락이 아름답다. 올망졸망 세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기 앞에 머리를 맞대고 눈길도 안 준다.
‘앗싸, 기회다!’
민철이 엄마와 대화할 시간을 벌었다. 늘 매달리는 아이들 속에서, 또 공부 욕심이 많은 민철이와 민수로 인해 엄마와는 간단한 인사 몇 마디 뿐, 우리도 대화가 고팠기 때문이다. 30분을 정한 후 나눈 이야기 속에는 세 아들 키우는 민철이 엄마의 수고에 대하여, 민철이에게 쏟는 교육열에 대하여, 음식 솜씨와 뛰어난 재능에 대하여 칭찬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민철이의 틱장애에 대해 알려 주고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과 도움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침 민철이 생일을 맞아 몇몇 친구들을 점심에 초대하고 음식을 장만 중이라 더욱 유익한 시간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과와 토마토를 굳이 싸 주는 민철이 엄마 얼굴에 평범한 가정주부의 모습이 보기 좋은 날.
 

15. 열 두 걸음 - 굳게 잠긴 문

허탕 쳤다. 분명히 약속하고 온 날인데 문은 굳게 잠겨 있고 기척이 없다. 무거운 우유와 상할 염려가 있는 반찬이 문제다. 쭈그리고 앉아 010......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 않는다. 슬며시 화가 치민다. 이런 경우 없는 문전 박대라니 어이가 없다. 문고리에 걸린 우유 주머니에 우유를 넣었다가 다시 꺼내기를 몇 번 결국 다시 다 싸서 맥 빠진 걸음을 옮긴다. 집까지 오는 동안 화는 가라앉고 걱정이 앞선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이가 아픈가? 민철이 엄마가 병이 났나? 아니면 이건 무슨 상황이 생긴 걸까?’
도무지 답은 없고 기도만 무지하게 한 날.
“주님, 민철이 가족 무탈하게 하시고 우리 다시 만나 사랑 나누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16. 열 세 걸음 - 재회

아주 반갑게 서로를 포옹하며 재회했다. 그 동안 요 녀석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를 표현하고 그 동안의 정황을 듣기 위해 놀이터로 갔다. 외출 준비만도 한참이다. 바람 시원한 놀이터에 나온 아이들은 천국을 만난 듯 행복하다. 땀을 줄줄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다람쥐 따로 없다. 막내 민호 뒤를 따라 다니며 민철이 엄마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금요일에는 친정 엄마가 편찮으셔서 갑자기 친정에 갔다가 주말이라 엄마 곁에서 푹 쉬었다 왔단다. 약속은 까맣게 잊었고 핸드폰은 두고 가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서...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어여쁘다.

민철이네는 친정 식구들 모두가 함께 내려와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부모님도 계시단다. 듣기에는 썩 외롭지 않은 탈북이다. 민철이 엄마로부터 자랑스런 아버님 이야기도 듣고 눈물겹게 고생한 탈북과정을 실감나게 들었다. 이들이 아무리 약삭빠르게 우리들의 세금을 유용한다 할지라도 목숨 걸고 넘어 와 우리나라에 이렇게 건재한 아들 셋을 선사하지 않았는가 이해하면서 더욱 힘을 실어 줘야겠다고 주먹 불끈 쥔 날. 시원한 냉면이 더욱 별미였다.
“아그들아, 사랑한대이”
 

17. 열 네 걸음 - “그럼 선생님만 믿고 보내겠습니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탈북학생 학습 캠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겨울에는 민철이를 데리고 가고 싶다고 권유했다. 민철이 엄마는 민철이가 탈북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싫다고 하신다. 민철이는 어려서 왔기 때문에 자신이 북한에서 태어나고 남으로 왔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단다. 하기는 민철이도 종종 중국에서 살았던 기억만 이야기 했다. 한자를 유난히 잘 쓰고 많이 알 뿐만 아니라 영어도 능숙하고 수학도 잘 하는 민철이. 영재에 가까운 두뇌이나 생활면에서 정서 불안이 심한 민철이.

강보에 싸여 안정된 사랑만 받아야 할 유아 시기를 두려움과 공포 가득한 집단생활을 한 민철이의 그 불안한 속을 우리가 어찌 짐작이나 할 것인가 아득하다. 더구나 치과 의사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민철이 엄마의 집착에 가까운 결의에 찬 교육이 민철이를 더욱 불안하게 하는 현실에서 민철이를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많이많이 고민한 날이다. 여름캠프의 장점을 설명하고 겨울캠프에는

“그럼 선생님만 믿고 보내겠습니다” 확답을 들은 날.


18. 열다섯 걸음 - 무서운 엄마의 매

민철이는 피가 솟는 3학년, 밖에서 놀 시간을 좁은 집에서 동생들과 갇혀 지내는 터라 그 정기가 모두 입으로 쏠린다. 말이 끝이 없다. 목소리도 크다. 엄마를 일찍이 동생들에게 양보하고 어린 나이에 형 노릇 하느라 나름 애환도 많다. 어리광 부릴 자리는 오로지 나다. 누울 자리보고 다리 뻗는다는 속담처럼 민철이의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열 살 짧은 인생에 매를 많이 맞았다. 엄한 엄마의 교육법이 사랑의 매이지만 엄마의 우울증이 매의 정도를 가늠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녀 학대에 가깝다.

무서운 엄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많은 민철이가 학교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며 담임선생님과 있었던 일이며 학원의 형들에게서 구박 받았던 일들을 누구한테 하겠는가? 좋아하는 스폰지 퀴즈 놀이를 누구와 마음껏 하겠는가?
재미있게 놀이 학습을 하다가도 엄마의 기척에 놀라 문제집을 집어 드는 민철이를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민철이 잘못은 하나도 없건만 잘못된 책임은 온통 민철이 몫으로 돌아옴을 확인한 날.
 

 * 이 글은 초등학교 교사 이미순 씨의 탈북학생 지도방문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총 27꼭지로 구성된 글을 <유코리아뉴스>가 5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4편에 계속>




이미순  webmaster@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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