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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필 감독, 새 다큐 발표..주제는 ‘이웃’기획탈북 취재하다 600일 감옥생활..그후 10년 다큐로 제작


“‘내가 틀렸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자신의 과오를 짚고 넘어가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는 비디오 저널리스트 오영필 감독을 만났다. “내가 틀렸다”는 걸 알리기 위해 자그마치 9년여의 세월을 투자했다. 작은 성과도 크게 부풀려야 하는 세상에서,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오 감독. 그의 ‘잘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오영필 감독 ⓒ유코리아뉴스

그는 탈북자들의 탈출 현장을 취재하던 중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두 차례 총 600여 일간 감옥에 갇혔다. 이 기간에 그를 지탱해준 것은 ‘탈북자들을 돕기 위해서’라는 도덕적 명분이었다. 무죄 판결을 받고 2004년 국내로 돌아왔을 때, 기획탈북을 돕는 단체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모두가 그의 용기와 희생을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돌연 그는 정반대의 기자회견을 했다.

“기획망명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저널리스트로서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정의에 대한 선한 부담을 갖고 탈북자들의 영사관 진입에 관한 취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저의 행동이 정의와 공의로 포장된 구조적인 악에 동참하게 된 사실을 알고서 제 자신에 대해 많은 실망을 했습니다. 저의 이번 취재행위 탓에 선의의 피해를 당한 탈북자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 <시사저널> 커버스토리로 다뤄졌던 오영필 감독의 이야기

   
▲ 600일 감옥 수감동안 적은 오영필 감독의 일기. <서쪽나라>(홍성사 펴냄)에 담겼다. 출판사와 저자의 허락에 따라 유코리아뉴스에도 연재할 예정이다. ⓒ유코리아뉴스

그리고는 자취를 감췄다. 고뇌의 시간이었다. 아픔의 세월이었다. 그가 9년여 만에 들고 나온 다큐멘터리 <거짓 우화>에는 그 고뇌와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달 31일 눈이 많이 내리던 날 광화문 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중국에 비하면 이런 날씨는 추운 것도 아닙니다” 했다. 커피숍에 들어가 이제 막 완성했다는 따끈따끈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질문을 주고받았다.

- 기획망명을 취재하다 600일 이상 감옥생활을 했던 사람이 갑자기 기획망명이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망명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망명자들의 안전이 보장되는 기획탈북에는 찬성하는 것인가?
기획탈북 자체는 찬성하는 편이다. 탈북자들이 안전하게 입국하는 기획탈북은 인정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남한에 들어오게 하려면, 재정과 계획이 면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기획탈북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소리소문없이, 알아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탈북자들의 입국을 돕는 인권 운동가들에게는 지지를 보낸다. 이런 목적 이외의 오픈된 기획탈북을 비판하는 것이다.

- 탈북 현장을 취재했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기획탈북의 현장을 찍고, 그 영상을 토대로 교회에 다니면서 모금운동을 한다. 영상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그 영상에서 나왔던 탈북 경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영상을 찍게 하는 목적이 순수하지 못하다. 망명에 실패하는 영상을 찍더라도, 탈북자가 영사관 담을 넘다가 붙잡혀도, 영상에 담아 모금 운동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을 촬영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버리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오 감독이 촬영한 기획탈북 현장이 모 선교단체에 의해 무분별하게 확산되었고, 모금운동에 활용되었다. 그가 중국의 감옥에 갇혀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오 감독은 끈질기게 자신에게서 그 문제를 찾았다.

- 왜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나?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합리화를 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 새 다큐 '거짓 우화'는 자신의 잘못을 밝혀내기 위해 만들었다. 오영필 감독. ⓒ유코리아뉴스
“나만 틀린 게 아니다. 나도 속은 것이다.” 변명할 수도 있었다. 촬영을 통해 탈북자들을 위한 모금을 돕는다는 식으로 합리화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 탈북자 관련해서 어떤 일을 하려면,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에게 속삭이는 수준의 반성이 아닌, 세상을 향해 내 잘못을 말하는 게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이었나?
처음 취재는 모르고 했다 하더라도, 두 번째 취재는 70%는 순수했지만, 30%는 아니었다. 동경방송과 계약할 때 더 좋은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다큐에도 표현했지만 뜨고 싶었다. 성공하고 싶었다. 이 분야에서 명성과 영예를 얻고 싶었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느냐?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다큐는 기획탈북의 비윤리성, 북한인권 문제, 언론의 취재윤리 등 복잡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취재에 있어서의 자기 욕망, 불순물을 빼내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새 일을 준비하라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도 7년이나 걸린 이유다. 영상으로 누구에게 상처를 주고, 비판하기보다, 나 자신을 끈질기게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 10년이 흘렀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이번 다큐멘터리를 들고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감독과의 만남’ 형태로 10명 이상이 모인 자리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무료로 다큐를 상영하며 고민을 함께 나눌 생각이다.(신청문의:zerophil@hanmail.net,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559853037)
다음 작업과 관련해서는,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곧 통일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일이 현실화되었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다. 통일된 세상의 열매를 위해서 지금 수고를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통일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다. 남한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가 있는 탈북자들에게 관심이 많이 간다.


오 감독은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본 후에야 그들이 ‘이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의 강도 만난 사람을 저도 마주했어요. 그가 스러져가건 말건 저는 셔터를 누르고, 녹화를 시작했지요. 이번 다큐가 이웃을 떠올리게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비로소 이웃으로 그를 마주할 수 있었듯이요. 탈북자들도 나의 욕망 때문에 보지 못했던 우리의 이웃들이지요. 그들이 진정 우리의 이웃으로 느껴지기를 소망합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실수’ ‘과오’ ‘잘못’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60여분의 다큐멘터리는 기획 망명자들을 ‘촬영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한 저널리스트의 양심 고백이며, ‘도구’에서 ‘이웃’으로 느끼게 되기까지의 변화 과정이다. 그런데 그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건물 위층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사진이었다.(사진 참조)


   
▲ 오영필 감독은 아직은 머뭇머뭇 거리는 단계라고 고백했다.

“전에는 이 사진을 보며 ‘와~ 잘 찍었다’하며 부러워했었다면, 지금은 셔터를 누를까, 구해주러 뛰어들까, 주춤주춤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머뭇머뭇 작은 변화라도 영웅처럼 크게 부풀려야 다큐멘터리가 더 감동적일 텐데, 자기 욕망을 끊임없이 비우고 꾸밈없이 보여주는 오 감독에게 그런 작품을 기대하기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


 

이범진 기자  poemgene@ukore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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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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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phzibah 2012-02-06 18:51:03

    전쟁상황에서의 사진기자의 고뇌를 담은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
    그러나 그 자신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현장을 보도하기 위해... ...
    목숨을 걸고 자신의 사명에 충실하려했던 사진기자의 고뇌...
    그 고뇌의 심연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삭제

    • 독자 2012-02-04 09:58:28

      '정의와 공의로 포장된 구조적인 악'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남한 정부나 중국, 아니면 서방세계의 보이지 않는 구조적 인 뭔가를 얘기하는 건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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