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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라인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5.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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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한 뒤 한 때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가 부풀었지만, 점차 기대가 좌절로 바뀌어가고 있다. 통일대박론이 여론의 지원을 받으면서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창설 움직임이 나타나고, 드레스덴 통일구상이 제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통일대박론도 세월호와 함께 침몰되는 느낌이다.

통일대박론의 열기가 갑자기 식기 시작한 것은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을 발표하고 나서부터이다. 키리졸브 군사연습 기간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이는 등 북한의 태도변화는 앞으로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태도는 박근혜 정부와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단호해 보인다.

북한은 드레스덴 제안이 나오자마자 언론매체를 통해 비난하더니 마침내 4월 12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이를 공식 거부하였다. 4월 23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10개 항 공개질문장'을 발표한 데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직후인 4월 2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인신공격성 욕설을 하기까지 했다.

통일대박론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렇다 할 평가를 내놓지 않다가 5월 8일에 와서야 '논평원' 명의의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통일대박론'은 온 겨레의 지향과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체제대결론', '체제통일론'이며, 위험천만한 '북침전쟁론', '핵재앙론'"이라고 규정하였다. 국가기관의 성명 방식은 아니나,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대박론의 발표에서 드레스덴 선언, 그리고 최근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까지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북한의 태도가 저렇듯 급격히 바뀌었을까? 이처럼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세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6자회담 재개' 대(對) '한·미·일 군사협력'
금년 들어 남북관계의 개선 신호는 북측의 적극적인 평화공세에서 시작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이어, 북한 국방위원회는 1월 16일 우리 측에게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뒤이어 2월 8일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하였다. 이후 남북은 물밑 접촉을 통해 11일 고위급접촉에 합의하고 마침내 2월 12일과 14일 두 차례 회담을 진행했는데, 7년 만에 개최된 차관급 이상의 고위급회담이었다.

그러는 사이, 금년 1월 18일 미 공군 B-52폭격기들이 한·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북한을 겨냥한 모의 핵폭격 훈련을 실시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되었는데, 2월 24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2월 20~25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함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은 이번 군사연습을 로우키(low key)로 실시할 것이라며 양해를 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케리 미 국무장관이 방한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남북고위급회담이 진행 중이던 2월 13~14일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아시아· 중동 순방의 첫 방문길에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과 한일관계의 회복, 남북고위급회담에 대한 미국 측 입장 등을 전달했다고 한다.

미국 측의 입장은 당분간 6자 회담을 재개할 생각이 없고,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군사협력을 재추진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한미 외무장관 회담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이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것은 2월 14일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조속한 대화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 케리 장관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사전조치를 되풀이해서 촉구한 것과 맥락이 같다.

이러한 미국 측 의도를 반영하듯, 금년도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군사연습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맞서 확장억제력을 보여주기 위해 실시됐던 작년도 키리졸브-독수리 연습과 같은 규모로 강도 높게 진행되었다. 심지어 3월 27일~4월 7일 한미 연합 해병대가 참가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인 쌍용훈련이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실시되었고, 4월 11일~25일에는 항공기 103대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맥스썬더(Max-Thunder) 한미 공중종합훈련이 이어졌다.

이처럼 당초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한미 군사연습은 고강도이면서 대규모로 실시되었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은 멀어져갔다. 이에 반발하듯이, 3월 30일 북한외무성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4차 핵실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신들이 반대해 왔던 키리졸브 군사연습 기간 중임에도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하면서까지 나름대로 '진정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했을 북한으로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2차례나 이산가족 상봉행사만 치른 채 나 몰라라 했던 악몽이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북한의 반발이 계속되자, 4월 15일 중국외교부는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시기의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 실시에 찬성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데 대해서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4월 15~16일의 미중 회담에서도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한미 군사연습의 자제와 대북 인권압박의 강도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였다.

'균형외교'의 균형 상실과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방한
박근혜 정부가 내건 외교방침은 균형외교(balanced diplomacy)이다. 정부 출범 이후 올해 3월의 한미일 정상회담 이전까지 우리 정부는 한일 군사협력을 요구하는 미국과 과거사·북핵 공조의 중국 사이에서 그런대로 균형외교를 잘 전개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하여 박근혜 정부의 외교행보가 꼬이기 시작했다.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태도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의 형식을 빌어 아베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3국의 공동관심사인 북핵문제에 대해 대북 강경입장이 쏟아졌고, 이러한 분위기는 3일 뒤에 있었던 드레스덴 3대 대북제안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이후 박근혜 정부의 균형외교가 점점 균형을 상실해 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는 한미일 3국 군사협력에 관한 논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 국방부는 2012년 7월에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대신하여 국회의 동의, 비준 절차가 필요 없는 '한미일 군사정보보호 양해각서(MOU)'의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새로 주한 미 대사에 내정된 마크 리퍼트 전 미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는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의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정부는 최근 공개한 집단적 자위권 사례집에 '한반도 유사시'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켰다.

오는 5월 30일~6월 1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제 13회 아시아안보장관회담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별도로 만나 '3국간 군사정보 공유 양해각서'의 체결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을 의제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회동한 적이 있지만, 이번 한미일 회담을 계기로 3국 국방부장관회담이 정례화 될지 두고볼 일이다.

박근혜 정부는 2년차에 들어와 그 동안 견지해왔던 균형외교를 던져버리고 미일 동맹에 휩쓸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채택 및 국방장관회담 정례화의 추진과 같은 최근 움직임은 노골적으로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포위·견제하기 위한 동북아판 NATO라는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균형외교의 균형을 상실한 듯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행보 속에 오는 6월 무렵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5월 중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향후 박근혜 정부가 균형외교를 지속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이명박 정부의 외교실패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성과로 꼽을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중관계의 발전이다. 이것은 미일 동맹의 포위, 견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의식적인 외교노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균형외교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안보라인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금년에 들어와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내건 통일대박론과 상충되고 균형외교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 엇박자 정책이 되풀이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원인은 크게 미국 요인과 국내 요인의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풀 수 있는 북핵문제보다는 중국의 부상에 대비한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의 구축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사전조치를 엄격히 요구하며 6자회담의 재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정책이 먹혀들어가는 데는 국내에서 호응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내 곳곳에 포진해 있는 군 장성 출신들을 필두로 하는 안보지상주의자들이다. 이들은 상명하복이 몸에 밴데다 편협한 안보지상론자들이어서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국가전략 차원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안보와 동맹을 내세워 균형외교를 파탄시키고 협력적 남북관계의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 이들은 안보전략이 국가전략의 하위범주에 놓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대북자세를 내세우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맞춘 박근혜 정부의 균형 잡힌 국가전략을 왜곡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 왼쪽부터 김장수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김관진 국방부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류길재 통일부장관

물론 안보지상주의 그 자체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안보부서나 정보부서의 실무자는 오히려 안보지상주의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청와대나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정부부처 책임자들마저 편협한 안보지상주의자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부서나 정보부서의 수장이 대통령 차원의 국가전략을 무시하고 안보전략을 우위에 놓으려고 한다면 이는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다.

다행히 박근혜 정부에게는 잘못된 외교행태를 바로잡을 기회가 남아 있다.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오는 2016년 4월 총선 때까지 1년 10개월 정도 아무런 선거일정이 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좋은 시기이다.

오는 8월 14~19일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할 예정이다. 8월 17일에는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 주재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열려 남북관계 개선에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9월 19일~10월 4일까지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선수단이 대규모로 참가하도록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모멘텀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6.4지방선거 전후에 단행될 개각에 즈음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곳곳에 포진해 있는 편협한 안보지상주의자들을 쇄신해야 한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내의 안보라인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서만 비로소 올바른 방향의 탄력적인 정책운용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번에 주어진 인적 쇄신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성적표는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다를 바가 없이 초라하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이 통일·외교· 안보 분야에서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미일 삼각구조에 묶이지 말고 균형외교를 견지하며, 협력적 남북관계를 만들어 통일시대의 준비에 본격 나서야 할 것이다. [끝]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staff@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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