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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조치 해제하고 남북관계 복원 나서라남북물류포럼 칼럼 제237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독일 방문길에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해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공동번영의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한 주민의 동질성 회복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의 해상 도발과 4차 핵실험을 공언한 데 이어, 마침내 4월 12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드레스덴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혔다. 북한당국의 부정적 반응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및 인권문제․노동미사일 발사에 대한 UN의 규탄 등에 대한 반발과 함께 드레스덴 선언이 흡수통일 기도를 담고 있다고 보는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우호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신뢰를 기반으로 건설적인 남북관계를 형성하여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박근혜표 대북정책」은 발걸음도 떼기 전에 큰 시험대에 접어든 셈이다.

북한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김정은 정권은 출범 초부터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국정목표로 내걸면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모색해왔다. 협동농장과 국영기업 운영에 시장경제적 요소와 자율성 확대를 도모한 ‘6.28 방침’과 2013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11월에 14개 경제개발구를 선포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내년(2015년)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하여 집권 실적이 필요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무엇보다 경제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드레스덴 선언 거부는 남북관계 개선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는 남북경협을 가로막고 있는 5․24 조치 해제와 같은 전향적인 시그널이 보이지 않고 한미군사훈련이 강도 높게 실시되는 등, 자신들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상황 전개에 대한 항의와 반감의 표시로 해석된다.

   
▲ 5.24.조치 2주년을 앞둔 지난 2012년 5월 23일 각계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청와대 앞에서 '5.24조치 철회, 대북적대정책 철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공동선언 이행'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양심수후원회

이런 점에서 드레스덴 선언을 현실화하고 남북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생산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과 처방이 요구된다.

첫째, ‘5․24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과감히 해제하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5.24조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북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의미하는 ‘유라시아 이니시어티브’ 자체를 형해(形骸)화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변화만을 기다리기에는 아까운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으며 많은 기회비용이 들고 있다. 더욱이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북․중 교역으로 대체되면서 북한의 교역규모는 오히려 증대되는 등 경제제재 효과는 적고 남한 기업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남북경협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이미 도산했거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면 남북경협의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문제와 관련하여 실현가능성 없는 북한의 굴복을 요구하기에 앞서 “역사는 항상 진실한 자의 편에 서있다”는 경건한 믿음으로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드레스덴 선언의 두 가지 핵심내용인 인도적 사업과 민족동질성 회복 사업은 5.24 조치와 관계없이 추진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징벌적 족쇄를 달고 행해지는 인도적 사업이나 사회적 교류는 궁색하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 남북경협 및 이산가족 등 북한문제와 북핵문제의 분리대응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남북간 경제협력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요인은 북핵문제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성상 한국의 주도로 해결될 수 없는 국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 어차피 세계 핵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중국과 한국이 적극 협력하고 러시아 및 일본 등이 힘을 합치는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중장기적 과제이다. 따라서 핵문제 해결은 국제사회의 공조에 맡기면서 남북간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상호 신뢰를 축적하는 역할 분담이 오히려 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다.

셋째,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도록 미국 및 중국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야 한다.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6자회담이 휴업상태 중에 북한의 핵능력은 빠른 속도로 증강되었다. 헌법에 핵보유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는 북한을 설득하여 핵을 포기시키는 과정은 지난(至難)한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늦기 전에 북한의 핵능력 제고를 차단하고 국제협력을 통한 핵문제 해결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6자회담이 중단되고 있는 사이 북한의 핵능력이 급속도로 제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하에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현 시점에서 미국의 최상위 아시아전략 목표는 북한의 핵개발 능력 저지보다는 상대적 국력차를 급속히 줄이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한미일 3각 동맹에 묶어둠으로써 중국에 경도(傾倒)되는 것을 막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북한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일본은 미국에 대한 군사적 협력을 대가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동북아 평화협력을 저해하는 행동과 거침없는 우경화의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 전개는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취하려는 한국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올해는 청일전쟁이 발발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역사는 국력과 자주외교의 뒷받침 없이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자신의 안보를 지키려는 전략은 한계가 있으며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민족의 신뢰관계 구축과 자주적 역량 극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우방임이 분명하지만 애원하듯 매달리는 외교로는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가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 6․15 선언 14주년을 기해 5.24 조치를 해제하여 남북관계 경색을 뚫고 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향한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으로 하여금 ‘드레스덴 선언’에 호응하게 한 후, 당면한 ‘안보딜레마’ 역시 단계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유연한 대북전략을 펼쳐나가야 한다. 

추원서 / (사)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 남북물류포럼 수석부회장

추원서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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