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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안보 딜레마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IFES) 현안진단

각국의 다양한 이해가 엇갈리는 동북아 정세는 군사안보적인 차원에서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여 왔으며 현재에도 그 양상은 진행형이다. 특히 2012년 남북한 및 동북아 국가들의 리더십이 대부분 교체됨으로써 불안정의 가능성이 가중되었고, 지속되는 북한의 군사적 시위는 2014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위태롭게 진행되고 있다. 심화되는 위기는 마치 언제라도 가시화될 것처럼 보인다. 2014년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과 최근 불거진 무인기 사태에 이르기까지 남북한 간 군사적 긴장 상태는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안보확실성을 높이기 위한 안보강화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한국의 안보정책은 2009년 이후 ‘G2’로 표현되는 미·중간 전략적 관계가 현실화되면서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여전히 미국이 전반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미·중의 전략적 균형 또는 이미 일부의 영역에서 선택적으로 중국의 거센 도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의 재균형(rebalancing)을 전략적 기치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게 군사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


문제는 한국이 미국의 정책에 부합하는 안보확실성 정책을 강화하면 할수록 통일정책의 추구에 있어서 부조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즉 안보긴장의 고도화 속에서 남북관계가 악화된다면 안보를 위해 쏟은 노력은 상대와의 갈등을 유발시켜 오히려 안보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보딜레마(security dilemma)이다. 지난 4월 25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재차 요구했다. 이는 작년 10월 2일 제45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대량파괴무기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한 것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순수한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볼 때, 적의 군사위협에 대해 가용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대비는 북한의 대남 핵·미사일공격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한 적극적 대비책인데, 그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2020년 이전에 도입할 계획인 ‘킬 체인’(Kill Chain)은 대북 선제공격(또는 예방전쟁)의 수단인데, 이에 대응하여 북한은 킬 체인의 사슬을 끊는 대응전략을 수립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 비용은 우리보다 매우 낮을 것이다.

또한 한국형 미사일방어망인 KAMD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장(theater)에서 현재의 낮은 요격률을 크게 향상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특히 핵무기는 공중에서 폭파되더라도 수도권에서의 피해 규모는 지상에 떨어졌을 때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두 안보대응책 모두 북한을 압박하는 군사적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북한은 이에 대응하여 보다 ‘손쉽게’ 다른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맞춤형 억제전략이라는 우리의 대응책은 억제에 기여하기 보다는 재정 악화를 불러올뿐 아니라 안보불안을 가중시키는 기제가 될 공산이 크다. 즉 남북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균열이 서로가 군사적 우위에 서려는 노력 속에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으로 전환되면서 서로에 대한 살상력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를 위한 한미 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이 스스로의 세계군사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강조하는 마당에 한국이 붙박이 미군으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안보확실성에 대한 국내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는 있지만 남북관계 진전에 불리한 여건이 될 수 있다. 또한 주한미군의 ‘희생(전작권 전환 연기에 따른 세계전략 수립의 차질)’을 강조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의 비대칭 구조는 더욱 악화되어 MD체제 동참, 한국군 해외파견, 최첨단 미국 무기의 수입증대, 주한미군 방위금 분담 등과 같은 이슈에서 불리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안보확실성 추구가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과 대응하여 서로를 자극하며 악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게 되면 안보딜레마의 긴장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현 단계 북핵문제는 과거보다 더 국제화된 양상을 띠고 있으며, 따라서 남북관계를 주요 독립변수로 하는 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더욱 축소되고 있다. 특히 남북한이 현재와 같은 냉랭하고 대결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추후적으로 관계를 변화시켜야 하는 수동적 영역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전제로 하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다소 완화하여 외부환경의 변화 속에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위치로 전략적 이동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제문제화 된 북핵문제의 해결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하는 것은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본격적 가동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무기를 개발·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북한과 똑같이 대응할 수 없다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이는 국제공조를 통해 외교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지 재래식 무기에 대한 군비확장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한반도 안보의 평화적 미래구상을 위해서는 군사현안에 대한 임기응변식의 대응이 아닌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평가와 이에 기반 하는 적절한 방향의 군비증강 계획, 효율적 군사개편과 무기 첨단화 등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MD체제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의 비용 증가뿐 아니라 대립하는 중국과 안보적 갈등 구조에 놓이게 됨으로써 최대교역상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단지 군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제 경제의 영역으로까지 확산되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정우/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이 글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유코리아뉴스의 협의에 따라 게재하는 것으로써 저작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있습니다.

이정우  afklee@kyu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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