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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이뤘지만 통합은 실패한 독일에서 배울 점정재영 교수의 '사회통합의 눈으로 남북통일 바라보기'(2)

한반도 통일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2005년 이후 특히 2008년 말부터 북한체제의 장래와 연결된 한반도 통일 전망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이 연구보고서들은 한반도 통일의 시기에 대한 대략의 예측을 내놓기도 하였다.

2008년 11월 미국의 국가정보위가 발표한 ‘2025년의 변화된 세계’라는 제하의 보고서는 2025년까지 한반도에는 단일국가는 아니지만 느슨한 남북한 연합 형태의 통일국가가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2008년 12월에 나온 '미리 가본 2018년 유엔미래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이 되면 북한도 후기정보화시대에 접어들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개개인이 지금보다 똑똑해지고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돼 더 이상 권력 세습이 불가능해지고 북한체제가 점진적으로 붕괴되어 2020년이 되면 남북한이 통일될 확률이 거의 90%에 달한다고 예측하였다. 또한 2009년 1월 <월간 조선>과 삼성경제연구소가 공동 기획하여 발간한 '2030년의 대한민국'에서는 2030년 경 통일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하였고,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보고서를 제외한 여타 연구의 전망들은 북한 붕괴 후 한국 주도로 통일이 될 곳으로 내다보고 통일 시기는 2020~2030년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2009년 11월 3일 서울에서 있었던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과 남북협력 전망' 세미나에서 자이트(Hans-Ulrich Seidt) 주한 독일대사는 독일 통일이 언제 될지 정확하게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한반도 통일의 시점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사실 정확한 통일 시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한반도 통일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급작스럽게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것이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 중의 한 가지이다. 그리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통일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독일 통일이 주는 두 번째 교훈일 것이다.

통일은 분단의 끝, 그리고 통합의 시작
통일은 분단의 끝이지만 통합의 시작이라는 또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통일 이전의 교류협력은 일정 부문에서 더딘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조정이 가능하나, 통일 이후의 통합 과정은 전체 부문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이므로 조정이 여의치 않다. 독일의 경험에서 보듯이 통일 이후에 닥칠 통합과정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10월 3일 통일이 이루어지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은 시기에 국가 통일 과정이 놀라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전혀 손댈 수 없는 자체의 역학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우베 뮐러, 「대재앙 통일: 독일 통일로부터의 교훈」(이봉기 옮김)(서울: 문학세계사, 2006), 14.). 이러한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지만, 통일 이후 통합 과정의 갈등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독일은 통일 이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게 대두돼 왔으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사회 통합 측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흔히 ‘한 국가, 두 사회’라고 표현되는 현재 독일의 상황은 경제 차원의 열악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구동독인들의 자괴감이라는 사회심리 차원에 그 뿌리가 있다는 점에서 정치, 경제, 법 등의 영역에서 진행되는 제도적 체제통합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과도기 연방 단계를 거치지 않고 서독의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것은 양쪽 모두에게 불만과 갈등을 확대시키고 있다. 통일된 상황에서 동독인들에게는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가치 체계가 더 이상 소용이 없게 되었고, 여론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던 사람들이 별안간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동독인의 50% 이상, 서독인의 40% 이상이 통일 이후 서로에 대해 더 생소해졌다는 답을 했다. 동서독 국민의 행위 성향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존경심이나 기대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서로에 대해 가지는 호의의 정도는 통일 초기에 비할 때 반 이상 감소했다. 서독인은 근면성, 합리성, 계획성 등 16개 문항을 담은 동서독인 비교 설문 조사에서 13개항에서 동독인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고 느끼며 통일 초기보다 동독인들을 훨씬 더 비판적으로 본다. 그에 반해 동독인들은 훨씬 더 긍정적인 자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85% 이상이 ‘이등 국민’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다수의 동독인들이 과거 분단 시대에는 수용을 거부했던 ‘동독의 정체성’을 오히려 통일 후에 굳혀가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물론 그 정체성은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동독’의 정체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것은 동독 지역이 서독의 다른 주들과 대등한 자격을 갖는 다섯 개의 새로운 주로서 서독에 가입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식민지로서 서독에 병합된 것이라는 의식, 자기들이 서독인들과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의식, 곧 일등 국민인 서독인들과는 다른 ‘이등 국민’으로서의 동독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이다. 그리고 서독인들이 이끌어가는 그 식민화 과정이 그들에게는 오래 전에 잊혀졌던 심각한 문제점들을 다시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이등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현실적으로 되돌아갈 길이 없게 되어 버린 동독에의 향수가 생겨나기도 한다.

아노미 상태의 동독인들
동독인들은 통일 이후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의 엄청난 변화를 경험해 왔다. 이 경험에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득과 손실, 사회 지위의 상승과 하락이 서로 엉켜 있다. 1980년 이래 동독 국민의 삼분의 일 이상이 일자리를 바꾸었고, 30% 정도는 사회 지위의 상승을 또 35%는 사회 지위의 하락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동독인들의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행위의 준거틀 및 확실성 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또는 의문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추천되는 서독인들의 행위 양식들은 그대로 바로 실천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동독인들에 의해 많은 경우 적절하지 못한 행위양식들로 간주되기도 한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아노미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체제 전환은 동독인들에게 일종의 ‘문화 혁명’을 요구하고 있다. 동독인들에게는 새로운 상황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동독인들은 통일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재빠르게 적응한 사람들을 “개미잡이들”(기회주의자들)이라고 부르면서 확고부동한 사회주의자에서 하루 밤 사이에 확고부동한 자본주의자로 재빠르게 동화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분노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라이프치히의 문학잡지 '에디트'(Edit)의 편집장이었던 아나 헨젤이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라이프치히를 무대로 통일이 되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이야기한 '구동독지역의 아이들'(Zonenkinder)은 독일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가 13세 때에 장벽이 무너졌고 나머지 13년을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 속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보내게 되었는데, 서독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출신은 잊고 오직 서독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서독 체제로 통합되는 데 성공했다는 회상을 하고 있다. 그녀 세대는 이런 어려움의 과정에서 그들 부모세대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는데, 이유는 구동독체제에서의 부모세대들의 경험이나 체험은 통일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전혀 도움이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가 펴낸 '1999년 사회조사보고서'를 보면, 통일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1999년 현재 약 74%의 동독 주민들이 여전히 구동독에 대해 ‘강한’(27%) 또는 ‘상당한’(47%) 결속감을 보인 반면, 통일독일에 대해 결속감을 느낀다는 동독 주민은 고작 47%에 불과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통일독일에 대한 결속도의 변화 추이이다. 1992년에 65%에 이르던 결속도가 불과 7년 사이에 47%로 18%나 하락한 반면에, 결속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동독 주민은 1992년의 35%에서 1999년에는 오히려 51%로 16%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독일의 유력지 '슈피겔'(Der Spiegel)은 “고난의 계곡 동독”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 하에 통일 15년이 되었지만 동독 지역은 여전히 주민들의 한숨과 하소연이 가득한 ‘한 많은 세상’으로 남아있다고 전하고 있다. 통일 이후 동독인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고조되어 왔고, 심지어 자신을 ‘통일의 패배자’라고 느끼는 동독인들의 수도 꾸준히 늘어나 현재 정점에 다다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뒤늦게 통일을 후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독일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시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를 바랄 정도이다.

사회 통합으로서의 통일
이러한 독일 통일의 문제는 통일이 어느 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수용과 점진적인 절충으로 전개되는 하나의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북한의 통일도 정치나 군사 측면의 일회성 사건이나 분단 이전의 단일 민족 상태의 원상 복귀 차원을 넘어서서, 상대방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두 독립 사회가 하나의 민족 사회로 결합해가는 사회 통합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통일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의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경제 제도는 사회 성원의 행동 양식과 행동 규범, 사고방식, 역사 해석, 삶의 가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이질성을 확산시켰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회·문화적 특성은 통일 과정뿐만 아니라 통일 후에도 겪게 될 가장 큰 장애 요인인 것이다.

이것은 사회 통합의 문제가 정치 통합이나 경제 통합의 부수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제도의 통합이 자동으로 인간 통합을 보장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통일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치 통합이나 경제 통합이 아닌 바로 사회 통합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 통합의 문제를 별도의 독립된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의 통일 논의에서 사회 통합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도 사회 통합의 문제를 제도 통합의 하위 영역에 위치시키는 학계의 관행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제도의 이식은 그 제도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활동하는 인간에 대한 고려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남한 측 일방의 노력으로 될 일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능동적인 개혁 역량을 최대한 활성화하지 않고서는 통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통일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구가 필수라고 하겠으나 현실상 북한 주민을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는 북한 주민 출신의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이 곧 새터민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하여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새터민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다음 글에서는 새터민들에 대한 연구 결과에 대하여 소개하도록 하겠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ccyong@gsp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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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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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phzibah 2012-02-03 18:26:27

    '상황이 이렇다 보니 뒤늦게 통일을 후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독일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시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를 바랄 정도이다' 그래도 80%는 만족하고 있다고 뒤집어서 보아도 되는 것 인지요?
    그렇다면 80%의 동독인들의 삶이 통독이후 향상되었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는 것 인지요? 새터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통일이후의 삶에 대해 준비한다면 한민족통일의 만족도는 더 높일수 있는것이겠지요?   삭제

    • hephzibah 2012-02-03 15:50:20

      아노미 [무규범 상태, 아노미 현상]
      아노미(Anomie)는 사회적 혼란으로 인해 규범이 사라지고 올바른가치관이 붕괴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개인적 불안정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아노미 상태에 빠지면 삶의 가치와 목적의식을 잃고, 심한 무력감과 자포자기에 빠지며 심하면 자살까지 하게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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