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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 가셨니?"탈북학생 응원일기(2) - 엄마의 욕심

 
7. 네 걸음 - "엄마는 어디 가셨니?"

국어 문제집을 손에 들고 급식으로 제공된 카레를 그릇에 담아 방문한 날. 열려진 현관문으로 아이들 셋이 밖에 나온다. 엄마가 문을 열어 두고 외출하고, 아이들은 천방지축 놀이터를 향하던 중 나를 보고 집으로 따라 들어온다. 집 안 가득 어질러진 그릇들과 장난감들과 오물들. 민철이와 함께 대충 치우고 밥솥에 있는 밥을 카레에 담아 아이들의 저녁부터 해결한다. 엄마가 어디로 가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철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니 동생들 모두 공부하겠다고 책상 주변으로 몰려든다. 민철이의 책을 가져가고 연필을 빼앗고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그래도 민철이는 화 한 번 내지 않고 친절하다. 좋은 말로 책을 가져오고 연필을 다시 찾아 든다. 웬만한 어른보다 훌륭한 대처법이다. 세 아이들을 앞에 두고 전래동화를 읽어 주니 모두가 귀를 쫑긋 세운다. 늦은 시각 귀가한 민철이 엄마는 놀라는 얼굴이다.
“선생님 오시는 날이라 그 동안 보지 못한 동사무소 일과 병원에 다녀왔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8. 다섯 걸음 - "우리 엄마는 돈 없다고 안 사주셔요"

아들 셋을 혼자 감당하는 민철이 엄마가 안스러워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로 갔다.  아이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좋아한다. 그네를 타고 미끄럼을 타고 타이어 사이로 빠져 나가는 아이들 뒷모습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땀으로 꼬질꼬질, 그 모습도 사랑스럽다. 어느 새 해가 져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엇을 먹을까 물으니 

“피자먹고 싶어요. 우리 엄마는 돈 없다고 안 사주셔요.”
민철이 엄마의 허락을 받아 피자헛에 들어섰다. 손을 닦고 땀을 닦고 앉은 아이들 표정이 신났다. 8조각난 피자를 보자마자 둘째 민수가 엄마 몫을 먼저 챙기고 나선다. 기특하다. 이을 먼저 포장한 후 맛있게 먹는다. 고사리 손에 들린 피자헛 포장이 앙증맞다. 집에선 막내와 잠든 민철이 엄마의 휴식이 평화로운 날.
 

9. 여섯 걸음 - 받아쓰기 20점..

민철이가 감기로 결석하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단다. 민철이 엄마는 민철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똑똑한 민철이를 치과대학에 보내고 싶어 한다.

엄마와 공부할 때는 영민한 민철이가 학교에서 본 받아쓰기는 20점이다. 엄마와 문제 풀 때 민철이는 수학을 다 맞는다. 분명 영재인 민철이가 학교에서는 부진학생으로 선정되어 가정통신문이 왔다. 민철이 엄마는 혼란스럽다. 아들이 공교육에 맞지 않다고 민철이를 휴학시키고 검정고시 과정을 알아보신단다. 답답한 상황이다.

신종플루도 염려되던 차에 쭉 결석시킬 기세다. 남한 선생님들은 왜 이러냐고 항의가 크다. 우리 민철이만 미워하고 민철이 엄마가 학교에 가면 피하신단다. 화가 하늘을 찌른다. 나도 민철이의 미래를 위해 함께 정보를 구해보자 약속한 날, 아이들은 그저 즐겁다. 민철이 엄마 속풀이 한 날.

 

10. 일곱 걸음 

선배와 민철이네 가정 사정과 당면한 문제점에 대하여 통화한 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다. 우울증으로 감정의 기복이 큰 민철이 엄마의 어려운 상황도 알게 되었다. 민철이의 학습 지도법에 대해 설명하고 민철이에게도 혼자 공부하고 확인하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 주었더니 좋아한다. 학교를 휴학하는 방법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재아로 등록하는 방법도 1학년은 어렵다는 설명 끝에 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해 상세히 알려 주었더니 납득한다. 민철이가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동안 민철이 엄마의 마음을 보듬어 준 날.


11. 여덟 걸음 - 엄마의 욕심

민철이 방에 새 책이 그득하다.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가서 사왔단다. 수준이 높다. 영어, 한자, 과학, 수학, 역사.....다양하다. 민철이는 정말 독서광이다. 암기력도 대단하여 퀴즈놀이를 하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민철이와 공부하는 동안 속이 시원하다. 책을 읽고 매일 독후감을 쓰라는 엄마의 엄명에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민철이의 수고가 애처롭다.

북에서 고위장성급 집안의 딸로 자란 민철이 엄마는 아들에게 욕심이 과하다. 민철이는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마음 놓고 놀 수가 없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민철이는 많은 시간 그 좁은 집에서만 지낸다. 햇빛이 그리운 민철이.

 

12. 아홉 걸음


모처럼 민철이 엄마의 얼굴이 화사하고 옷차림이 다른 날과 많이 달라
“어머, 이렇게 미인이시군요. 혹시 북에서 예술단원 아니었나요?”
기분좋게 응답하는 민철이 엄마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지 않아도 중학교 때 예술단 입단을 권유하는 담임선생님과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아버님 사이에서 갈등이 많았단다. 결국 고위층 관료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 김일성대학에 입학했다.

선배가 민철이 담임선생님을 만나 민철이의 특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자 민철이 담임은 담임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민철이 행동에 대해 토로하고 민철이를 이해하고자 교육청에서 실시한 탈북학생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신 후 민철이에 대한 태도가 싹 바뀌셨단다. 민철이 엄마의 질문에 친절히 답변해 주셨고 민철이 엄마의 인사도 기쁘게 받아 주실 뿐만 아니라 민철이에게도 칭찬하시면서 격려해 주셔서 민철이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쑥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무튼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민철이도 기분좋게 알림장을 들고 와 자랑하는 모습이 한결 자신만만, 기쁜 날, 모두 모여 파티한 날.
 
<3편>에서 계속.


* 이 글은 초등학교 교사 이미순 씨의 탈북학생 지도방문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총 27꼭지로 구성된 글을 <유코리아뉴스>가 5편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미순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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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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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phzibah 2012-02-03 10:02:41

    '교육청에서 실시한 탈북학생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하신 후 민철이에 대한 태도가 싹 바뀌셨단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탈북자 학생이 있는 학교마다 찾아가는 서비스로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시행되면 좋겠습니다.
    한마음되기를 원하면서도 서로를 몰라서 오해되어지고 그러면서 소외현상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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