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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대박도 도둑도 아니다”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제3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 기조강연

박근혜 대통령이 올 초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통일은 도둑처럼 한밤중에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임동원 박사(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은 ‘대박’도, ‘도둑’도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통일은 남북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논할 때, 남쪽(남한)으로 넘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북한이 북쪽(중국)으로 기울면 우리에겐 재앙이 될 것이다. 흡수통일을 꿈꾸는 건 악몽이다.”

지난 5일 사랑의교회 안성수양관에서 열린 ‘제3회 기독청년대학생 통일대회’ 첫째 날 강연자로 나선 임 박사는 '과정으로서의 점진적인 평화통일' 주제 기조강연을 통해 정정당당한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임 박사는 “통일의 경제적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갈등과 분쟁, 전쟁의 위협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는 것”이라면서 "이 부분을 박 대통령이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주요 통일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이 신뢰프로세스이다. 대단히 옳은 방향 설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신뢰프로세스란 것은 상대방인 북쪽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행동을 취하면 북쪽을 신뢰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해선 신뢰가 조성될 수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말만 했지, 아무런 진전 없이 귀중한 1년을 그냥 흘려보냈다.”

이어 임 박사는 남북 모두의 대박, 축복이 되는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지 자문하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점진적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남북은 서로 불신과 대결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이런 상태에서 서로 어떻게 신뢰를 쌓아갈 수 있는가. 그렇다고, 오늘 두 정상이 만나서 내일부터 ‘앞으로 우리 서로 신뢰합시다’하고 도장 찍는다고 신뢰가 쌓이는 게 아니다. 먼저, 남북이 몇 가지의 교류협력사업을 정해서 실천 과정을 통해 상호신뢰를 다져나가기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된 바 있다.”

   
▲ 지난 5일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제3회 기독청년통일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임동원 박사. ⓒ뉴스파워 제공

임 박사는 이상적인 통일상으로 ‘점진적 평화통일’을 제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에 충분히 현실적인 통일 방안이다. 이런 방안이라면 모두가 지지해줄 것이다. 일방적인 통일 방안은 그 누구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강대국들의 지지 없인 통일은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임 박사는 과거 국민의정부 시절 국정원장, 통일부장관을 역임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는 직접 김정일 위원장과 사전 회담을 하고, 김대중 대통령을 보좌한 주역이기도 하다. 현장을 직접 경험한 임 박사는 두 정상이 통일 문제에 대해 많은 논쟁이 오간 사실을 밝히면서, 회담에서 얻은 통일문제에 대한 결론 네 가지를 소개했다. ▶평화적·자주적 ▶점진적·단계적 ▶협력적 ▶실천적 통일이 그것이다.

한편, 과거 '햇볕정책'을 입안·집행했던 임 박사는 ‘퍼주기’ 인식에 대한 오해가 아직도 큰 것에 대해 해명했다. “북한에 뭘 지원해준다고 할 때, 대부분이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과거 10년간 2억 4천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면 물자는 북한에 갔지만, 이득은 우리 농민들에게 갔고, 비료회사에 갔고, 제약회사에 간 거다. 우리도 좋고, 북한도 좋은 거다. 대북지원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다.”

이어 임 박사는 평화통일 이전에 남북간의 역할에 대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하면서, 사실상의 통일 상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방면에 걸친 남북간의 교류 협력 ▶경제협력 활성화를 통한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군사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이다.

특히, 평화체제 전환의 걸림돌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문제는 북핵 문제다. 최근 25, 26일 양일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북핵문제가 또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임 박사는 “북핵문제는 북한과의 적대관계의 산물”이라면서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간의 4자 평화회담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4자 평화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포괄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앞장서서 할 리가 없다. 그러나 평화회담은 먼저,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그 다음 미국과 북한간의 적대관계 해소, 북핵 문제 해결, 군비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

다음은 임동원 박사의 기조강연 요약문. 

                                       과정으로서의 점진적 평화통일

                                                                                임동원 박사(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지난 25년간 나름대로 남북은 힘을 합쳐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과정은 전진과 중단, 성취와 좌절이 있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지난 20년간 남북은 통일 이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 뜻을 모았다. 그건 바로 남북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했기에 가능했다. 교류·협력을 통해서 남북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면서 평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런 과정이 지속·발전되면, 통일은 안 된다 하더라도 통일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다. 그걸 ‘사실상의 통일’이라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사실상의 통일’을 이룩하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통일 이후에도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 통합의 과업이다. 그 중 남북한 군대 통합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을 ‘사실상의 통일’ 단계에서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는 모두 25년간 이미 남북이 합의한 내용이다. 이 같은 합의 내용이 담긴 3대 문서로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서 ▶2007년 남북정상합의서가 있다. 이는 합의만이 아니라 남북이 실제로 실천에 옮긴 사항들이다.

과거 10년간의 성취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단절되고 말았다.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10년간 합의 내용을 실천으로 옮긴 결과, 과거엔 없던 일들이 일어났다. 끊어진 민족의 대동맥인 철도와 도로망이 연결되고, 하늘 길과 바닷길이 연결돼 남북을 서로 이었다. 첫 과제를 성취한 것이다. 이후 이산가족이 상봉하기 시작했고, 남북 간 교역량이 늘어났으며, 물자의 흐름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개성에는 산업공단을 만들어서 경제공동체의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에는 현재 120여개의 남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북한 노동자 5만 2천 명이 남쪽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통일대박론’의 실체

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의 만남과 왕래, 교류와 협력이 빈번해지면서 긴장이 완화되고, 적대의식이 수그러들자 상호 신뢰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작지만 소중한 출발이었다. 2008년 남북교류가 중단될 때까지 한 10년 동안 우리는 북한에 식량, 비료, 의약품 등 매년 평균 2억 4천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했다. 최근 6년간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화해와 교류협력이 중단되고 말았다. 긴장이 고조되고,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식어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금년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말했다. 물론 ‘통일대박론’은 비판이 많지만, 수그러들던 통일 담론에 불을 지피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통일의 경제적 이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중요한 건, 갈등과 분쟁, 전쟁의 위협을 사라지게 하고, 동북아 평화와 민족의 부흥을 가져오는 통일이다. 하지만 남북 모두에게 대박이 되고, 축복이 되는 통일을 어떻게 이룩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박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통일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정정당당한 평화통일을 토대에 두고, ‘통일대박론’을 주장했다면, 모든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새 희망을 던져주었을 것이다. 심지어 북한 정권도 지지하고 나섰을 것이다.

통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통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무력통일이다. 6.25 전쟁이 바로 무력통일을 위한 것이었다.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분단이라는 민족의 비극만 가져왔다. 다신 반복돼선 안 된다. 둘째, 흡수통일도 대박으로 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이 급변사태로 붕괴되면, 그 때 흡수통일 하겠단 것이다. 흡수통일은 불가능하다. 지난 20년간 흡수통일, 북한의 붕괴론은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북한 붕괴를 가정할 때, 남쪽(남한)으로 넘어지면 다행이다. 하지만 북한이 북쪽(중국)으로 기울면 우리에겐 재앙이 된다. 흡수통일을 꿈꾸는 건 악몽일 가능성이 많다.

셋째,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길은 남북간 교류·협력을 통한 ‘점진적 평화통일’이다. 이것이야말로 분명히 대박이요, 축복이다. 평화통일은 남이 가져다주거나 어느 날 갑자기 저절로 다가오는 게 아니다. 한밤중에 갑자기 통일이 될 수 있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통일은 남북이 힘을 합쳐서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얻은 결론

2000년 남북의 두 정상이 만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 많은 논쟁을 하고 얻은 결론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통일은 반드시 평화적으로, 자주적으로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둘째, 통일은 점진적, 단계적으로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여태까지 북한은 통일을 과정이라 보지 않았지만, 결국 통일을 하나의 과정인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셋째, 남북 협력기구인 남북연합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남북연합은 통일의 완성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협력기구로 만들어서 평화통일의 과정을 관리해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남북연합의 목적은 남북관계 정상화와 활발한 교류를 통해 통일과 비슷한 ‘사실상의 통일’ 상황을 실현하는 단계를 만드는 것이다. 넷째, 남북은 몇 가지 교류·협력 사업을 실천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상호신뢰를 다져나가기로 합의했다. 신뢰는 실천을 통해서 다져나가야 된다. 이게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점진적 평화통일,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인 통일 방안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이 신뢰프로세스이다. 대단히 옳은 방향 설정이지만, 문제가 있다. 신뢰프로세스는 남북간의 신뢰형성 이전에 우리가 믿을 수 있는 행동을 취한다는 것인데 현 상황에서는 신뢰가 조성될 수 없다. 현 정부는 신뢰프로세스란 말만 했지, 아무런 진전 없이 1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므로 정부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등 강대국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기에 충분한 통일 방안으로, ‘점진적 평화통일’을 제안해야 한다. 이런 방안이라면 모두가 지지해줄 것이다. 강대국들의 지지 없이는 통일하기는 참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통일 이전 우리의 할 일

그렇다면, 앞으로 통일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여러 방면의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고 다져나가야 한다. 아직 통일은 안됐지만, ‘사실적인 통일’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첫 번째 과제다. 둘째,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해나가면 취직걱정이 필요 없다.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지원한다고 할 때, 손해 본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우리 정부는 2억 4천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했다. 물자는 북한에 갔지만, 도움은 우리 농민들에게 갔고, 비료회사에 갔고, 의약품 만드는 제약회사에 간 거다. 그렇게 된 거다. 우리도 좋고, 북한도 좋은 거다. 셋째, 군사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나가야 한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를 변환하는 군사정책을 펼쳐야 한다.

북핵문제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

특히, 북한 핵문제는 미국과의 적대 관계의 산물이다. 미국과 북한이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한반도 평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돼야 가능하다. 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남북한과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4자 평화회담을 빨리 열어야 한다. 4자 평화회담 틀 안에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포괄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미 2005년 회담에서 4자 평화회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도 합의를 본 사안이다. 그런데 합의 본 사안을 실행하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 장 서서 할 리가 없다. 이건 남북이 힘을 합쳐서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이게 해결돼야..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은 남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미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군비 감축을 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이러한 것이 실행돼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체제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요하단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남북관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성상현 기자  jacksung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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