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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적 반공주의를 어떻게 치유할까?평통기연 평화칼럼

동서독은 전쟁을 겪은 것이 아니기에 상대에 대한 피해의식과 적대감은 거의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특히 한국교회는 6.25 전쟁 전후로 북한 공산당이 기독교에 가한 수많은 적대의식의 체험들로 인해 ‘체험적 반공주의’의 일변도로 경직되어 버렸다. 전쟁을 겪으면서 동양의 예루살렘이라고 일컬어지던 평양을 비롯한 북한의 전 지역에서 기독교가 초토화되었으며, 소위 인민재판의 방식으로 가족을 잃은 기독교인들은 설령 세월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북한을 향한 적대감을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 통일을 위해서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화해의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치유를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피해를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가해자 역시 거시적으로 보면 피해자라는 인지적 치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체험적 반공주의자들의 피해의식이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6.25전쟁으로 남북한 어느 쪽이 더 커다란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74.4%가 남한의 피해가 더 컸다고 답한 반면, 북한의 피해가 더 컸다고 응답한 수는 3.4%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실제로 북측의 인명 피해는 조선 인민군 사상자 520,000명, 민간인 사상자 2,728,000명으로 남측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중공군의 사상자만 900,000명이었다. 북한의 인구가 남한의 절반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는 실제로 4배 가까이 된다. 북한의 산업시설은 미군의 포격과 공습으로 거의 초토화되었다.

   
▲ 탱크를 배경으로 동생을 들쳐입은 누이. 한국전쟁 당시 일상적인 풍경이었을 법하다.

심리학자들은 정신적 외상의 경우 자신의 상처를 객관화하여 수용하고 가해자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공감의 단계를 거처야 치유와 화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미시적으로 보면 월남한 기독교인들이 피해자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북한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비록 북한이 전쟁을 도발한 책임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입은 피해로 인해 남한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

정성한은 공산주의에 의한 고통스러운 개인적인 체험을 서로 다르게 극복한 사례를 제시한다. 한경직 목사는 그의 신학의 상대적 진보성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반공의식’에 기초한 세속사적 관점에서 ‘반공투쟁’을 주도하였다. 반면에 손양원 목사는 그의 보수적 신학과 철저한 반공의식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구속사적 사랑에 입각해 공산주의를 포용함으로써 가해자를 용서하였던 것이다.

공산정권으로부터 직접적인 박해를 받은 기독교인들의 체험이 아무리 고통스러웠다 하더라도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나 적대적 반공주의를 극복하고 치유와 화해를 위한 열린 마음을 가져야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허호익/ 대전신학대학교 대학원장

허호익  21benhu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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