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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평화를 부추길 건가 전쟁을 부추길 건가?북한 포격, NLL 등 안보 관련 언론 보도 불신 팽배

북한이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북한군이 오후 2시께부터 10여분 동안 포 50여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포탄은 북방한계선 이남에 떨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 군도 대응사격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군함 등을 출동시킨 것으로 언론은 보도했다. 서해5도 주민들도 긴급 대피를 시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서남전선사령부는 “통상적인 사격훈련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이날 오전 사격훈련 계획을 해군 2함대사령부에 미리 통보했다. 그런데도 뉴스에는 이날 정오부터 북한의 NLL 사격 계획부터 오후 2시께 사격 개시 등의 속보들이 실시간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미리 훈련계획을 통보한 것이고, 포탄이 NLL 이남에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한 방송사는 일촉즉발의 긴장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싶었는지 연평도 주민과 전화통화를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그런데 현지 주민의 애매한 표현이 논란이 되면서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다. 현지 주민 송모씨는 현지 반응을 묻는 질문에 “아무래도 긴장감은 들죠. 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꾸 긴장감을 조성하면 경제문제라든가 외지에서 오는 사람들이 자꾸 경계를 하게 되고, 방문을 꺼려하게 되는데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주체가 북한인지 남한 언론인지 불분명하긴 하지만 차분한 목소리와 ‘아무래도 긴장감은 들죠, 그런데..’라고 하는 문맥을 고려하면 북한보다는 남한 언론이 오히려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독자들께서 직접 판단해 보시라(연평도 주민 “포사격 소리 안들려...대피소로 이동”)

언론의 호들갑과 설레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북한 관련 안보사안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언론은 호들갑을 떨거나 설레발을 쳤다. 그때마다 현지 주민은 공격 위협이 아닌 생계 위협을 겪어야 했다.

해군, 北 공격 상정 가상훈련 르포 “산화한 전우들 몫까지 싸울 것”
‘그날의 설욕’ 다짐
“함수 하늘로 들어올리며 침몰...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아”
‘북 도발 10배 보복’ 결의 다질 때

지난해 3월 26일, 그러니까 ‘천안함 피격 3주기’가 되는 날 아침 조간신문들이 쏟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당연할 것이다. 꽃다운 나이의 국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날의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르포로, 사설로 ‘싸움’ ‘설욕’ ‘보복’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과 이 며칠 전, 두어 개의 언론사(그 중 하나는 잡지사)는 다른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한 언론사는 “평화로운데 밖에서 너무 떠들어”라는 제목으로 현지 발 르포 기사를 내보냈다.

한 잡지사는 “언론사들, 연평도에서 전쟁놀이 중” 기사를 통해 평화가 아닌 대결을 조장하는 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현지 노인회장은 “알권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언론이 여길 뒤집어놓고 있다. 자기들 멋대로 기사를 쓴다. 제발 기자 여러분, 이대로 떠나달라”고 하소연했다. 한 초등학생은 북한이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기자가 더 무섭다”고 말해 질문한 기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앞의 기사는 국내 모든 방송과 주요 메이저 일간지들의 보도 행태였고, 뒤의 기사는 독자 숫자에서 메이저 언론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적은 마이너 언론의 보도였다. 독자들은 어느 쪽을 더 ‘사실’로 받아들일까. 당연히 첫 번째 부류의 언론이다. 그 신문의 논조에 동의하든 안하든 그 기사를 보도하는 언론사가 ‘메이저’이고 ‘주류’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나 ‘주류’ 언론, 기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현장에서 버젓이 터져나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뉴스는 매일매일 쏟아진다. 독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따지고 숙고할 겨를이 없다. 메이저나 주류 언론의 보도가 곧 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 것이다.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자크 엘룰의 “사람들은 수천 개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엄청난 속도로 바뀌는 만화경 속에 갇혀 있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의 흐름은 사람들을 압도해 그들을 깨우치기보다는 취하게 만든다”라는 지적은 이 같은 현상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남북을 통틀어서 한반도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동의해야 할 전제가 있다. 남과 북은 적이 아닌 한 형제라는 것, 따라서 남북의 방향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건 상관없이 전쟁이나 대결이 아닌 화해와 통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 분단 시대, 언론의 역할도 여기에 있다. 남북한이 서로를 적으로 바라보던 사시(斜視) 현상을 교정해 주는 것,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 집단, 이념 집단들 틈에서 화해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언론이나 기자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거나 역행한다면, 그건 독자들을 취하게 만들고 마침내 전쟁을 부추기는 범죄 행위에 다름 아니다.

주류 언론의 문제는 안보 사안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도 언론은 앞다투어 속보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이나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 대다수로부터는 철저한 외면을 받고 공분을 샀다. 이유는 현지 표정,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보도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기자 여러분, 제발 떠나달라”는 항의와 요청이 진도에서도 이어졌다.

총체적인 국가의 부실 앞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언론이 제대로 부실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진단하고 알리지 못한다면 그 변화는 시늉에 그치고 말 것이다. 분단 극복, 통일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로 경계를 하게 해야 하지만, 도발이 아닌데도 엄청난 도발인 것처럼 과장하고 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분단과 전쟁을 조장하는 것밖에 안된다. 그것은 국민을 분단의 피해자 내지 희생양으로 만드는 범죄 행위이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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