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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방한, 통일 항로에 ‘파랑주의보’ 발령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4.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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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한·미 정상간 시급히 다룰 현안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최근 한·일간 외교 갈등이 배경이 되어 이루어졌다고 한다.

과거사 문제 등 여러 갈등을 안고 한·일간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마당에, 일본의 국빈방문 초청을 수락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들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균형을 맞춤으로써 일단 우리 외교의 체면을 세우고 일본을 견제하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를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침해(terrible and egregious violation of human rights)라고 언급하는 등 한·일간 갈등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문제에 강도 높은 표현으로 한국 입장에 공감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 해소와 동시에 어떻게 미래를 내다볼지 고민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이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면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촉구함으로써 국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회담이 되었다고 평가받을 수 있게 되었다.

   
▲ 25일 방한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더구나 하루 전에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어도(일본명 센카쿠 열도)는 미·일 안전보장조약의 적용대상”이라고 중국에 대해 일본 편을 확실히 들어주자, 우리 외교부는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똑같은 논리를 사용하여 “독도는 한·미 안전보장조약의 적용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 명시적으로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미처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한 상황적 맥락을 잘 활용해 순발력 있게 대응한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에 파랑 및 안개주의보

그러나 과거사 문제 등 막나가는 일본의 아베 정부를 견제한 것 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은 별반 새로운 것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양 정상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 핵실험을 하면 추가적인 압력방법을 찾을 것이며,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영향력 있는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2015년으로 되어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 재검토는 이미 실무급에서 합의된 사항이고, 북핵문제는 원칙을 재강조했을 뿐이며, 그동안 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어 왔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문제는 드러난 언급이 없다. 경제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한국 대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투자를 권유하는 제스처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늘 해오던 식으로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라는 압박만 가했지, 계속 증강되고 있는 북한의 핵능력을 제어하기 위한 실효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6자회담이 6년간이나 휴면 상태에 있는데도 이를 재개할 협상의 실마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북핵문제를 이렇게 방치해두고 있는데도 북핵문제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주요 요소라고 지적될 수 있는 것일까?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배경과 맥락이 되는 국제질서와 관련해 상당히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갔다.

그는 방한하기 직전 한국의 한 일간지와 가진 서면인터뷰를 통해 “미국만이 세계에서 유일한 초강대국”이라며 “미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모든 면에서 누구도 필적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늘리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한국 안보와 번영의 기초는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 중인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며 줄세우기를 압박하는 듯이 보인다.

물론 역사적인 맥락이나 현실적인 국제관계에서 볼 때 우리 안보와 한반도 통일에서 한·미 동맹은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힘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일은 매우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과거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도 없고 우리 땅을 자기 영토로 우겨대는 일본과 군사협력에 나설 수는 없다. 또한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고 한반도의 통일에 관건이 될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필수적이다.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의 증진이 우리의 안보와 통일과정에 반드시 요청되는데, 여기에 역행하는 미·중 간 대결과 갈등에 휩쓸려 우리가 줄을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 대한민국號의 복원력을 유지하는 비결
한·미·일 3각 동맹네트워크의 추진과 관련하여 안보 현장에서 결단을 요구하는 사안들은 이미 우리 앞에 늘어서기 시작했다.

첫째는 한·미 양국은 이미 미사일방어체계(MD)의 상호 운용성 강화에 합의한 바 있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MD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는 별개라고 했고, 미국도 양국 체계가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로써 사실상 KAMD가 MD에 편입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둘째는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다. 한·미와 미·일 간에는 이와 같은 협정이 있으나 한·일 간에는 2012년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국내 여론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국방실무선에서는 꾸준히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일부에서는 한·일 군사협력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간의 군사정보보호 MOU가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셋째는 민감한 환태평양무역협정(TPP)의 문제다. 이미 우리도 참여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지만, 이는 한·중 FTA의 체결로 중국으로 기우는 경제관계에 TPP 참여로 균형을 잡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TPP 참여로 우리는 이미 조금씩 한·미·일 3각 동맹네트워크에 발을 들여 놓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는 심각하게 다루어진 흔적이 없다. 미·일은 한·미·일 군사협력체제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때까지 북핵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얼마 전에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6자회담 재개조건의 완화문제를 제기했다가 미국 측이 강하게 반대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렇게 북핵문제는 방치되고 남북관계가 대결을 지속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한·미·일의 대(對)중국 포위망이 형성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통일환경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항해 북한을 끌어들여 ‘북·중 동맹’ 내지 ‘북·중·러 3각 동맹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분단 고착적인 동북아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냉전시대와 유사한 이러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 평화통일의 기회는 또 다시 요원해질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이라는 항구로 가는 항로에는 안개주의보와 파랑주의보가 내려진 셈이다.

높은 파도에 우리 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단단히 채비를 해야 복원력을 유지할 수 있고 한반도 통일이라는 국익을 달성하는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 우리 대한민국號가 복원력을 가지려면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확고하게 잡아 나가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號의 선장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대통령의 역할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joes@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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