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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와 6.25, 어떤 기억 속에 살 것인가?

해마다 6월이면 장미꽃이 특유의 매력적인 향기를 품어내며 빨간색, 노란색, 핑크색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다. 초여름의 빛깔은 그토록 황홀하지만 한국인의 기억 속에 6월은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했다. 71년 전 참사는 짙은 트라우마를 남긴 채 북에 대한 증오심을 내재화시켰다. 북과 남의 정권은 민족통일 담론을 내세우며 권력 기반을 강화시켰고, 통일 문제는 국내 정치의 불쏘시개로 쓰였다. 한반도에서 정치적 이념은 남과 북으로 갈려 극명하게 대립된 채 날개가 꺾였다. 상대방 이념에 대한 거부는 살인도 정당화시켰다. 일제 강점기를 스스로 헤쳐나오지 못한 우리 민족의 서글픈 역사였다.

일본군 무장해제와 탈식민지 관리를 위해 한반도에 진입한 소련과 미국의 군정은 친소, 친미 정권을 창출했다.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냉전질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전쟁은 남북 간 전쟁으로 시작했으나 국제전으로 멈춰 서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1989년 12월 미국과 소련이 탈냉전 선언을 발표했지만, 휴전협정에 머물러 있는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1991년 남과 북은 유엔 가입뿐만 아니라 상대방 체제 인정과 상호불가침을 천명한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지만, 전쟁은 끝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 속에서 갖는 남북관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우리 민족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21년 전 남과 북의 정상은 분단 이후 최초로 만나 서로의 통일방안에 관한 공통성을 인정했다. 우리의 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을 바탕으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1민족 2국가 2체제 2정부의 정체(政體)는 우리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2단계에 해당하는 남북연합이다. 북한의 고려연방공화국창립방안과 비교할 때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과정을 제시한 우리의 통일방안이 현실성 있음을 북이 확인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연방제를 수용했다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워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정상회담 성과에도 잿물을 붓는 이들이 있다.

판문점선언 3주년을 맞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호소하는 문구를 광화문 담벼락에 새기고 있다. 2021. 4. 26 한반도 종전평화 캠페인 제공

북한은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한국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지만 북한 인민들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이 우리는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에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 쪽 상식이다. 핵을 가진 북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깊은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북한은 이미 전쟁 시에 미군으로부터 평양공습과 원산폭격 등 엄청난 응징을 당했다. 또한 맥아더 사령관은 중국군 참전에 핵무기 사용까지 주장했고, 김일성은 일제를 무너뜨린 핵무기의 위력을 익히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 1994년 수령 사망 전후 연속된 자연재해는 30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아사자를 발생시켰다.

북한의 국가실패는 명백했지만 수령 중심의 사회구성체는 여전히 견고하다. 새로운 지도자를 맞은 지 10년 된 북한은 올해 1월 열린 제8차 전당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며 남조선 혁명론을 거둬들였다. 북에서 혁명은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 되는, 자본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막고 모든 인민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북에서 먼저 혁명을 완성하고 남으로 확산시킨다는 취지로 내세운 남조선 혁명론은 전쟁도 정당화했던 근거였지만 이제는 달라진 현실과 맞지 않음을 인정한 것이다. 시대 변화에 조응하는 북한의 모습을 어떻게 보고 상대할 것인가, 공이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다.

전쟁 발발 71년이면서 최초의 정상회담이 성사된 지 21년이 되는 올 해의 6월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기억 속에 살아갈 것인가. 이념을 내세운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함도 기억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사회 속에서 1민족 2국가로서의 남북관계 특성을 잘 발휘해야 함도 잊지 않아야 한다. 남북이 합의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정신 속에서 인권 중시와 민주적 참여에 의한 평화와 통일도 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은 서로의 현실을 알고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전쟁의 교훈과 더불어 이미 맛본 상생의 길은 가시밭길과 장밋빛 길을 가리키고 있다.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된다.

윤은주/ 북한학 박사, (사)뉴코리아 대표

윤은주  ejwarr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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