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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사건은 과거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조작간첩 무죄 1호 함주명씨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 출판기념회 열려

2014년 대한민국, 국가폭력이 아직도 존재하는가. 유우성 씨 재심 판결을 앞두고, 조작간첩 무죄 1호 함주명 씨는 멀쩡한 국민을 간첩으로 만든 야만적인 시대를 또다시 고발했다.

“고통스런 내 삶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고문의 잔혹함과 야만 제일의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싶었다. 이런 참혹한 일이 더 이상 이 땅에서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날 여기까지 끌고왔다. 제2의 함주명 같은 억울한 사람이 다신 나와선 안 된다.”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단상 위에 오른 함 씨. 그는 종이를 꺼내 들고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찬찬히 읽어나갔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종이를 부여잡은 손은 파르르 떨렸다. 그가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간들을 되새기며 차곡차곡 담아낸 책,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의 출판기념회가 23일 오후 6시 반 서울 YWCA 대강당에서 열렸다.

   
▲ 23일 오후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 출판기념회 모습. ⓒ유코리아뉴스

‘나는 고발한다’란 표현은 에밀 졸라의 공개서한에 등장한다. 이 서한은 간첩으로 몰린 알프레드 드레퓌스의 부당한 구속수감을 비난해 큰 논란을 일으켰고, 그의 무죄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지금 유 씨 같은 21세기 드레퓌스의 등장한 시점에서 함 씨는 제2의 에밀 졸라를 자처한 것과 다름없다.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는 축사에서 “박정희, 전두환, 이근안, 그리고 남재준, 검찰 모두 다 악마의 화신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간첩조작 사건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함 신부는 “함주명 선생님의 삶은 분단 사회의 압축”이라면서 그를 “한 개인의 삶을 넘어 동시대를 사는 남북 8000만 모두의 아픔을 대표적으로 표출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함주명 선생의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이었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강 전 장관은 함 씨와 함께 검사실에서 이근안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자백을 기어코 받아내고는 울분했다는 선생님의 고백을 책에서 보았다. 같은 사람끼리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생각하니 굉장히 울컥하고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은 남영동에서 함 씨에게 통닭구이, 전기고문, 물고문 등 듣도 보도 못한 온갖 고문기술을 가했다.

   
▲ 함세웅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가 출판기념회 축사를 하고 있다. ⓒ최승대 기자

그러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는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단상에 서서 한숨을 토해내기도 했다. “군부독재 시절에는 조작 간첩을 많이도 만들어냈다. 지금도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국정원이 하는 행동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함주명, 그는 누구인가.

1931년생, 올해로 그의 나이 84세.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 스무 살의 그는 개성에서 살고 있었다. 거기서 의용군으로 입대해 전투 중 한쪽 눈을 잃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1‧4 후퇴 때 모두 남하했다. 휴전 이후 혼자 북에 남았다. 가족을 만나겠단 일념으로 남파공작원에 지원했다. 군사분계선을 넘자마자 자수해 꿈에 그리던 어머니와 재회했다. 허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남한 사회에서 전과자로 살기란 참 고단했다. 하지만 30년간 살면서 점차 안정되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느닷없이 강제연행을 당했다. 1983년 2월 18일, 당시 전두환 정권이 전쟁위기감과 국가안보를 앞세우던 시기였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이근안의 가혹한 고문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됐다. 전두환 정권에 이용된 것이다. 원심에서, 항소심에서, 그리고 대법원에서 고문으로 인한 간첩 조작이라고 수없이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전두환 정권 아래 법정에선 어떤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간첩으로 낙인찍혀 16년간 수감됐다. 아내는 16년 동안 아들 셋을 홀로 키워야 했다.

   
▲ 23일 오후 서울YWCA 대강당에서 열린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 출판기념회에서 간첩조작 피해자인 함주명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최승대 기자

감옥에서 있는 동안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시대가 지나갔다. 석방되던 해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던 해였다. 출옥 후 강금실, 조용환 등 인권변호사들의 끈질긴 재심 청구를 거쳐 마침내 2003년 법원으로부터 재심 판결을 받았다. 2005년 7월 15일, 그는 마침내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나이 75세. 간첩의 누명을 벗기까지 무려 22년이 걸렸다. 참으로 긴 세월, 긴 고통이었다. 그리고 고통의 세월은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성상현  jacksung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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