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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데서부터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많은 이들에게 판문점 선언 및 싱가포르 대화를 기초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간다는 내용은 다시금 희망의 소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냥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정말 립 서비스가 아니라면 종전선언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도 풀어야 그 말의 실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너무 오랜 시간 지친 우리들에게 이런 소식은 잡고 싶은 하나의 지푸라기 같은 희망일 수도, 기대고 싶지 않은 희망고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남북관계, 한미·북미관계의 두터운 벽이 언제 무너질지 정말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남북관계가 풀릴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준비해가는 사람들 안에서조차 그 갈래가 얼마나 많은지 최근 새롭게 발견했다. 필자는 북에서 23년, 남에서 19년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시종일관 평화통일에 있어서 ‘사람의 통일’이 중요함을 얘기해왔다. 남북교류건 통일이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모든 것이 이루어지므로 ‘북한 이해와 북한사람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따라서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물론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것 역시 어떤 환경에서 그들을 만났느냐에 따라서 다를 것이므로 큰 물줄기를 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19년 동안 주로 북한을 과하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풍토에서 살다가 최근에는 긍정적인 차원이 아닌 북한과 북한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살아보지 못한 나라에 대해 이론과 책, 몇 번의 북한방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느 나라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속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이 많이 다를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자살율이 높은 것의 아이러니처럼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지금의 북한에 대해 필자는 10여년 전부터 ‘사회주의 겉옷을 입고 자본주의 속옷을 입었다’라는 문장 안에서 풀어내 왔다. 이 문장 안에 북한의 근대사를 모두 담아 풀어낼 수 있다. 이를테면 북한주민들의 사고체계가 고난의 행군시기를 기점으로 어떻게 사회주의와 집단주의 사고방식에서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사고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변화되고 있는지 얘기할 수 있다. 북한주민들은 옛날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두 체제를 경험하면서 어떤 사상도 이념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욕구, 생존본능을 이길 수 없음을 처절하게 보았다. 아무리 세뇌가 되어도 인간의 생리적인 욕구를 흔들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북한을 바라볼 때, 북한주민들을 바라볼 때 정말 ‘있는 그대로’를 보되 북한주민들의 심리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그 안에서 통찰력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아니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고 남북교류를 하기 전에 모두가 허사가 될 수도 있다.

북한사람들이 돈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 북한사람들은 모두 순진하다는 착각, 아직도 북한사람들이 북한정부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을 것이라는 건 정말 착각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맞을 수도 또 맞지 않을 수도 있으며, 북한주민들 대부분의 심리가 고난의 행군 시점을 계기로 큰 변화가 있었음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변화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북한 이해와 제대로 된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고, 그럴 때 비로소 ‘사람의 통일’은 시작되는 것이다.

박예영/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 평화통일연대 전문위원

박예영  ote20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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