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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코리아와 역사 창조의 현장윤병세 외교부장관, 아산플래넘에서 '역사의 미래: 새로운 한국,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 주제 기조강연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4월 22일이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주제는 ‘역사의 미래: 새로운 한국,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The Future of History: A New Korea, a New Asia, a New World)였다. 이 기조연설에서 윤 장관은 현재의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를 향한 한국의 외교정책 방향과 그 사상적 기조를 명확히 밝혔다.

   
▲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22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에서‘역사의 미래: 새로운 한국,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유코리아뉴스


우선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주장했던 ‘역사의 종언’과 오늘날 주장되는 ‘역사의 귀환’을 언급하면서 현재의 시대적 특징을 지정학적, 지경학적, 글로벌 거버넌스, 인간안보의 도전 등 4가지 면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한반도에 관한 한 냉전도, 역사도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그 이유는 북한의 핵문제와 더불어 동북아에서의 역사ㆍ영토 갈등과 군비경쟁이 역내의 상호의존성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을 겨냥하여 “일부 추악한 민족주의가 머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하면서 “동북아에서 역사의 종언은 없으며, 치열하게 회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역사로부터 얻은 세 가지의 교훈을 언급한다. 역사는 철저히 준비하며 기회를 잡는 자에게 선물을 주고, 역사는 우여곡절을 거치지만 결국 자유와 정의를 위한 진보의 과정이며,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와 폐쇄주의는 역사의 패배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 위에서 현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가 ‘새로운 코리아(New Kind of Korea)’를 통해 한반도에서 ‘역사의 종언’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힌다. 이 ‘새로운 코리아(New Korea)’의 핵심은 남북한 주민을 중심에 놓는 것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윤 장관은 북한으로 하여금 어떻게 핵을 포기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한편 윤 장관은 새로운 코리아에 대한 설명을 드레스덴 선언과 관련해 설명했다. 즉 통일한반도는 우선 핵무기가 없고,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배하며, 주변 모든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맺는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점. 둘째, 통일한국의 경제적 혜택이 창출될 것이고 이로 인해 한반도가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점. 셋째, 통일한국은 동북아에서 인류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논지에 따라 윤 장관은 한국은 이미 새로운 역사의 미래를 위한 장정을 시작했고, 신뢰외교가 새로운 코리아,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를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이자 전략이라고 밝힌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의 ‘역사의 종언’은 동북아에서의 ‘역사의 종언’을 가져오는데 기여할 것”이기에 새로운 코리아(New Korea)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 장관은 2차 대전 이후 한국전쟁까지 미국외교의 핵심이었던 딘 에치슨 국무장관의 회고록 “Present at the Creation”을 “역사창조의 현장에서”라고 번역하면서,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탄생시키는 주역이 되자고 제안한다.

다음은 윤병세 장관의 연설 전문.

역사의 미래: 새로운 한국,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
- 2014년 4월 22일, 아산플래넘 윤병세 외교장관 기조연설문 -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 원장님, 제임스 스타인버그 학장님,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님, 옌 쉬에통(Yan Xuetong) 교수님, 로버트 아인혼 선임연구원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잘 아시다시피, 지금 한국 국민은 지난주 발생한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의 시기를 거치고 있습니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또한 유가족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늘 그랬듯이 한국 국민은 강인함과 전 세계에서 보내준 위로에 힘입어 금번 사태를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슬픔이나 고통은 누구에게나 오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시는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사태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나은 미래와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일찍이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라는 대저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인류는 수많은 도전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훈을 얻고 크고 작은 문명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 왔습니다.

반면, 역사로부터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응전에 실패한 국가나 문명은 쇠퇴하곤 했습니다. 이는 2차 대전의 발발원인을 규명한 E.H. Carr의 명저 『20년의 위기(Twenty Years' Crisis)』의 논조와 기본적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지도자가 역사적으로 그릇된 판단을 내릴 때 수많은 사람이 전쟁과 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화에 처할 수 있고, 인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E.H. Carr가 역사는“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부단한 상호작용”이라고 말한 것은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향한 살아있는 지침이 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금년은 1차대전 발발 100주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이하고 내년은 2차대전 종전 및 한반도 분단 70주년과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자국의 역사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얻은 국가들도 있을 것이고, 반면 그렇지 못한 국가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하에서 오늘 국제회의의 주제인“Future of History"는 학문적으로나 외교정책적 차원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외교안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모시고 다양한 지역적, 세계적 문제들을 역사의 프리즘을 통해 논의하는 이 포럼에 참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함재봉 원장님과 아산정책연구원에 감사드리며, 참석해주신 맥스웰스쿨의 스타인버그 학장님을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불과 20년 전 미국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1991년 소련의 붕괴를 공산주의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평가하고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을 설파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냉전이 종식되자 새로운 희망의 시대(Era of Hope)를 예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오늘 유럽과 동북아 등 각지에서 역사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사태를 목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귀환’을 운위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종언이 맞든 역사의 귀환이 맞든, 국제사회는 또 다시 역사의 전환기에 진입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Era of Uncertainty)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의 불확실성 시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지정학적 도전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그 이후의 사태발전은 유럽을 넘어서는 차원의 함의가 있습니다. 이 사태의 향후 전개는 새로운 냉전의 도래인지 역사의 귀환인지 여부에 대해 이미 벌어지고 있는 논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입니다.

고조되어만 가는 동북아에서의 역사 및 영토 갈등은 부상하는 중국 및 전후질서로부터의 탈피를 추구하는 일본과 함께 역내에서 진행되는 지각변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북아는 한중일 3국이 세계 GDP의 21%를 차지할 만큼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역내국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 측면에서의 갈등이 심화되는 이른바“아시아 패러독스”현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부상하는 중국과 부활하려는 일본, 강한 러시아와 소위 강성대국을 꿈꾸는 북한 등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로의 회귀와 재균형을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비정상적인 분단구조를 통합과 통일의 구조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과연 동북아 지역이 과거의 경쟁구도로 회귀할지, 아니면 보다 풍요로운 미래로 전진할지에 관한 고차방정식의 답은 아시아 패러독스를 힘의 충돌없이 지혜롭게 풀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둘째, 지경학적 도전입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금융위기는 이제 그 오랜 고통의 늪을 빠져 나오는 듯합니다만, 최근 IMF가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에 우려를 표한데서 보듯이 세계경제의 펀다멘탈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부분적인 진전은 있었습니다만 DDA와 같은 세계적인 무역자유화 협상이 부진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 양자간 FTA의 확산, 지역경제통합의 적극적 추진 등 새로운 협력 기제가 모색되고 있습니다.

TPP 협상 및 TTIP 협상과 같은 대규모 권역별 무역협상의 진전은 기존 양자 및 소지역 FTA에 의존하던 국가들에게 광범위한 경제적 도전을 제기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글로벌 거버넌스 차원의 도전입니다. WMD 확산, 테러와 극단주의, 기후변화와 환경 및 에너지 문제, 빈곤과 지속가능한 개발 문제 등은 국경을 초월하는 범지구적 도전으로서 글로벌 협력이 없으면 인류의 미래에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넷째, 인간 안보에 관한 시대적 도전입니다. 냉전 종식 후 최근 아랍의 봄과 아프리카의 분쟁에서 보듯이, 과거 한 나라의 국내적 불안으로만 치부되었던 악정, 인권탄압, 종족간 충돌, 기아 문제가 더 이상 국내문제가 아니라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공통관심사로서 국제분쟁으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르완다 대량학살 20주년이 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코피 아난 前 유엔사무총장이 재임 중 인도에 관한 범죄의 대표적 상징인 르완다 사태를 미연에 방지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하는 실책이라고 고백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많은 한국인들에게 금년은 역사적 의미가 깊은 해입니다. 금년은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의 정점에서 한국이 역사상 최초로 서양식 개혁개방을 시도한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 국제정세에 어둡고 국력이 미약했던 한국은 결국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국권을 상실하는 비극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국권상실이 한반도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에 이어 오늘날 세계최대의 군사적 대치지역으로 이어졌습니다.

비록 오늘날 한국이 국제사회의 주요국 중 하나로 부상한 이 시점에서도 역사의 상흔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 야욕은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한ㆍ일 관계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역사 갈등으로 여전히 긴장관계에 놓여있습니다.

한반도에 관한한 냉전도 역사도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무엇보다도 역사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얻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역사의 파고가 밀려올 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닌 미래의 후손들에게까지 미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교훈은 외교의 중요성입니다. 즉, 친구를 만들고 적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한국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한국은 권력정치(power politics)의 비정한 논리도 확실히 배운 바 있습니다.

수많은 역사의 기로에서, 즉, 조선왕조의 패망에서부터 국권 상실, 분단과 한국전쟁의 발발, 이후 전후 복구 과정에까지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 이해를 갖고 있는 나라들의 역사적 선택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되돌아 보건데, 이러한 나라들의 역사적 오판 또는 잘못된 행동이 초래한 후과를 오늘 이 시점에서도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1920년 캐나다 출신의 기자 메켄지가 3.1 운동에 관한 일본의 무자비하고 잔악한 탄압을 고발하면서 쓴 다음과 같은 경고는 이 시대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지금 단호하게 행동하면, 비록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그 위험은 작다. 하지만, 지금 약하게 행동하면, 틀림없이 한 세대 내에 극동에서 大戰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메켄지의 선견지명이 옳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실제로 그 이후 한 세대 내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것입니다.
이처럼 한반도는 국제정치사의 전환기마다 다양한 세력과 이해관계가 충돌한 격전지로서 치열한 근현대사를 통과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구름에는 은빛 테두리가 있다”는 서양 속담처럼, 70년대 초 동서 데탕트와 90년대 초 냉전종식을 겪으면서 잠시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2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또 다시 새로운 역사적 도전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냉전 이후 최대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가 회귀하는 듯이 보이며, 그 영향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가장 분명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한국 외교는 역사의 진로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가장 큰 도전은 북한 문제와 약화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핵 야욕입니다. 아울러, 남북관계의 불확실성도 최근 높아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은 지난 90년대 초반 김일성 사후 김정일 체제가 들어섰을 때에 비해 훨씬 복잡합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김정은 체제의 유동성이 눈에 띄게 커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이제는 핵무기 개발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이에서 더 나아가 이를 헌법에 명기하고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전체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큰 도전은 이러한 복잡한 한반도 정세 변화속에 동북아 정세가 냉전 종식이후 최대로 긴장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ㆍ영토 갈등과 군비경쟁은 역내의 다른 긍정적인 상호의존성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일부 추악한 민족주의가 머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동북아의 지각 판이 수면 하 더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Kissinger 박사는“역사는 휴식이나 안정기라는 말을 알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본인은 바로 여기 동북아에서 역사의 종언은 없으며, 치열하게 회귀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역사는 회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한국은 그 역사 앞에서 주어지는 도전으로부터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의 한국은 과거의 한국이 아니고, 한국민들은 지난 세기 역사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세계사에서도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세계사적 시각에서 볼 때, 도전에 대한 응전 속에서 역사는 다음 3가지 중요한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첫째, 역사는 철저히 준비하여 기회를 잡는 자에게 선물을 줍니다. 이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는 20세기 후반, 한국이 이룬 한강의 기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현재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중 데탕트 직후, 중국 역시 개혁ㆍ개방을 선택하였고, 경제 현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9세기“아시아의 병자”로 일컬어졌던 중국이 오늘날 G-2 국가로 성장하고, 중국몽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베트남도 경제발전의 대열에 합류하였고, 이제는 미얀마마저 개방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퇴락의 길에 서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역사는 우여곡절을 거치지만 결국 자유와 정의를 위한 진보의 과정입니다. 어떠한 폭정과 억압도 결국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구소련에서 동구를 거쳐 중동과 동남아에서 이것을 목격해 왔으며, 한반도의 북녘도 예외가 아닐 것입니다. 최근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COI) 보고서 발간과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셋째,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와 폐쇄주의는 역사의 패배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국수주의가 발흥하곤 했습니다만, 이러한 국수주의는 거의 예외 없이 자멸 또는 전쟁을 포함한 공멸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후쿠야마가 경고했던 대로, “나태한 자기만족과 정체되어 있는 자아”로는 역사의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오늘날 역사 부정주의와 수정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국수주의는 스스로의 고립과 역사적 실책의 반복으로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수주의가 맹목적인 힘과 결합될 때 우리는 주변국뿐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를 잊는 자,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브란트 前 독일 총리의 발언이 양심의 소리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염두에 두고 역사의 도전에 대한 담대한 응전에 나섰습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완전한 민주주의와 선진적인 시장경제를 모두 달성하였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목표는 “새로운 한반도(New Kind of Korea)"를 통해 한반도에서“역사의 종언”을 이루는 것입니다.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독일국민들과 같이, 우리도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여러 장벽들 즉, 군사적 대립의 장벽, 불신의 장벽, 사회문화적 차이의 장벽, 고립의 장벽을 서서히 무너뜨릴 것입니다.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한 주민들을 그 중심에 놓는 것입니다. 이는 바로 한반도의 모든 주민들이 행복한 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이제라도 북한은 잘못된 선택의 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첫 선택은 수십년간 지속된 핵 야욕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핵을 가진 북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모든 국제사회를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핵을 가지고는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북한이 현재의 길을 끝내 고집한다면, 그 길의 끝이 무엇이 될 것이지 역사가 분명히 가르쳐 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독일 통일이 유럽 통합과 유럽의 평화라는 큰 맥락에서 이루어졌듯이 한반도의 통일도 동북아 평화와 협력의 큰 틀에서 상호추동하며 이루어질 것입니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연설에서 통일외교 3원칙으로 첫째, 주변국들의 이해와 조화를 이루는 통일, 둘째,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축복받는 통일, 셋째, 인류 전체에 기여하는 통일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반도에서의“역사의 종언”은 동북아에서의“역사의 종언”을 가져오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비전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 잘 담겨져 있습니다.
먼저, 통일 한반도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한반도, 주변 모든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맺는 한반도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견인하고 역내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보다 책임있고 협력적인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둘째, 통일 한국은 경제적 혜택 또는 평화 배당금을 창출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는 2050년 한국이 1인당 GDP 81,000달러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인구 8천만의 통일 한반도 경제권의 등장은 냉전의 고도였던 한반도를 태평양과 유라시아의 허브로 만들어 주변국과 우방국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입니다.

셋째, 통일 한국은 동북아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확산시키고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한국의 역할을 강화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이미 새로운 “역사의 미래”를 위한 장정을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뢰외교가 그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를 실현코자 하는 비전이자 전략이기도 한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이 여정에 최대한 많은 우방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매우 견고한 한미동맹, 심화되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ASEAN, EU, 인도와의 업그레이드된 관계, 그리고 통일에 관한 독일과의 특별한 협력 관계가 수 많은 네트워크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이와 관련, 금주에 있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과 금년 중반 예상되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와 안전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에 있어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양자외교에 더해 지역외교 및 글로벌 외교를 강화할 것입니다.
주지하시다시피, 역내 불신과 대결의 구도를 신뢰와 협력의 구조로 변화시키기 위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를 평화와 번영의 대륙으로 전환하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이 향후 한반도 통일 과정과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입니다.

한국 외교의 새로운 요소 중 하나는 새로 출범한 중견국 외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지난 주 멕시코에서 개최된 제2차 MIKTA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여,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외교장관들과 함께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중견국들간의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엔의 지원 속에 출범한 한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적 기반 확충에도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은 유엔 3대 이사회인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제사회내 활동과 외연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 전쟁 기간 중 미국의 국무장관을 지내며 마샬플랜, 트루먼 독트린, NATO 등의 구상과 설립에 기여한 바 있는 딘 에치슨은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는 6.25 전쟁 직전 애치슨 선언을 통해 한반도를 미국의 방위선 안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때문에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에게는 좀 더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중견 외교관이 된 이래, 특히 외교장관이 된 이래 제가 늘 좌우명처럼 새기는 말이 바로 에치슨 장관의 회고록 제목인 「Present at the Creation」, 즉 「역사창조의 현장에서」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그리고 매주,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본인과 저의 동료들의 판단이 역사의 한 장을 구성하고 역사의 갈림길에서 방향타가 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Present at the Creation이라는 그의 말은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역사의 종언과 역사의 귀환의 갈림길에 직면하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수많은 정책결정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좋은 경구임에 분명합니다.

역사는 미리 예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탄생시키는 주역들입니다. 한국은 더 이상 큰 고래들 사이에 낀 작은 새우가 아닙니다. 그리고 21세기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역사의 속도는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빠를 것입니다.

아무쪼록, 오늘 이 자리가 여러분들의 깊은 경륜과 혜안을 토대로, 역사의 미래에 관한 글로벌 여론형성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배기찬 기자  baekich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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