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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인프라 단상(斷想)KOLOFO 칼럼 제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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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옛 서울역 자리 문화공간에서 개막한 ‘보더리스 사이트 (Border-less.site)’ 연구/전시 프로젝트에 다녀왔다. 전시회는 북한 땅 너머 압록강 신의주와 중국 단동의 조중접경 지역의 비전을 다루고 있었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강안을 마주한 쌍둥이 도시라 부르기엔 북한 쪽 사정이 몹시 안타깝게 느껴진다. 압록강 조중우의교 바로 옆에 서 있는 단교(斷橋)가 다가온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끊어졌고 이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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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KTX 객차 안에서 그린 뉴딜과 녹색교통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영상을 보았다. 그 속에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소식과 철도에 얽힌 한 맺힌 이야기가 나온다. 백 년 전 서간도 일대 항일단체와 독립군단을 통합했던 초기 독립운동의 무대가 바로 만주였다. 그 땅에는 일본의 대륙침략을 위한 철도와 철도 경비군을 기반으로 만주국이 세워졌었다. 당시 한반도 철도는 만주철도와 동일체로 함께 운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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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조 달러(약 22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역사상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만한 투자”로 “주간(州間) 고속도로 건설”과 인프라 개선, 우주개발 경쟁사업 등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속성장의 새로운 틀,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책이라면, 도로보다 철도에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오늘날 유라시아 대륙철도의 근간이 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는 1869년 완성된 미국의 (동서)대륙횡단철도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원래 철도강국이었던 미국은 1907년 태프트 대통령 시절을 전후해 만주철도 중립화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었다. 당시 만주는 미국의 새로운 서부(new west)가 되어 만주철도가 미국 본토에서와 같이 팽창의 상징이란 기대와 함께, 세계 순환철도 계획이 함께 논의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KTX 도입 당시의 명분 역시 해외 수출과 대륙철도망 연결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후폭풍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라시아철도와 한반도 고속철사업을 위한 철도투자야 말로 전쟁의 잔재가 꿈틀거리는 동북아지역에 공생 번영, 연결성(connectivity) 강화를 통한 소통의 새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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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왠지 봄 같지 않다.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알려진 왕소군 (王昭君)이 지금의 내몽골 지역 흉노의 땅으로 시집가서 ‘오랑캐 땅에는 풀이 없고 꽃이 피지 않으니 봄이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단동에서 북으로 고개를 들면 연암 박지원이 ‘울음을 울만한 공간’이라 한 요동 땅과 드넓은 만주벌판, 시베리아에 닿는 몽골고원이 펼쳐진다. ‘국경이 없는’ 자유로운 연결과 유라시아 시대의 희망은 3년 전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났을 때, 조만간 현실화될 것 같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 꿈은 봄 아지랑이처럼 스러져가는 느낌이다.

바이든의 인프라 확대 정책이 한반도를 포함한 유리시아 대륙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유라시아 끝까지, 천의무봉(天衣無縫), 하늘의 옷처럼 이음매가 없는 교통망(seamless transportation)을 또 다시 기대해 본다.

강재홍/ 전 한국교통연구원장

강재홍  korealof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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