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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박’에 앞서 ‘안보쪽박’을 막아야 한다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 진단’ 무인항공기 소동과 안보 구멍
  •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 승인 2014.04.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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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1일 국방부 중앙합동조사단은 최근 경기도 파주와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지에서 발견된 3대의 무인항공기가 ‘북한제’라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북한 국방위원회는 검열단 명의로 국방부의 중간조사결과가 “비과학, 비현실, 비상식적”이라며 북한소행설을 부인하고 남북공동조사를 우리측에 제의했다. 청와대는 이튿날 곧바로 북한의 제의를 거부했다. 이것은 마치 천안함 사태를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한 뒤 북한 국방위원회가 남북공동조사를 제의하고 우리 측이 거부했던 것과 유사하다.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보는 느낌이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문제점은 무인항공기가 청와대 상공을 날고 최전방의 군사기지 위를 돌며 사진을 찍었음에도, 스스로 추락할 때까지 우리 군 당국 방공망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무인항공기 사건은 정부가 그동안 안보에 역점을 두었음에도 또다시 우리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안보 구멍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이다.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며 무책임한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 안보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북한의 무력증강 수준과 변치 않는 대남 침략 야욕,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켜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한다. 그러다가 우리 군은 도대체 뭐하고 있었느냐, 왜 당하기만 하느냐 하는 쪽으로 국민여론이 움직이면 ‘별것 아니다’, ‘우리 군사장비가 더 고도화되어 있다’, ‘앞으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욱 고도의 정밀장비를 도입하겠다’ 하는 식으로 대처한다. 그리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이번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무인기라는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 새로운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것으로 안보책임자들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려고 했다.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스텔스전투기 도입과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도입의 추진을 발표하더니, 이번 무인항공기 사태 때는 이스라엘제 저고도 레이더와 같은 고가의 첨단무기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여론으로부터 ‘안보무능’이라고 비판받을 때마다 면피용으로 국가기밀들을 공개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우리 군이 군사기밀급 첨단 무인정찰기인 송골매를 언론에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는 우리의 정보자산인 금강, RF-16 정찰기를 언론에 공개하고, 북한의 무인기가 공격형 무인기 10대를 포함해 300여 대가 된다며 우리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노출했다.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불안을 덜어주기는커녕, 도리어 국민들이 정부의 무능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가 무기도입이라는 처방과 군사기밀의 노출이라는 악수(惡手)를 두는 것은 안보문제에 대한 근본대책을 고민하기보다는 청와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면서 안보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대처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이다. 그렇기에 군은 오로지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하며 어떠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안보의 관점에서만 판단해야 한다. 안보가 결코 정치와 섞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이번의 경우 정부의 대처는 이와 거리가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만일 무인기가 ‘초보적’이며 우리에게 실제적 위협으로 될 수 없다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었으며, 만일 심각한 안보위협이고 전력정보 부재로 인한 결과라면 우리 방공망에 큰 허점을 드러낸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안보는 이렇게 차분하고 냉정하며 명확한 영역에 두어야 한다.


첨단무기만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정부는 안보에 구멍이 생길 때마다 첨단 무기체계의 개발과 도입을 추진하는가 하면 전시작전권 반환의 재연기로 주한미군 전력에 의지하려는 태도를 줄곧 보여 왔다. 하지만 북한이 군사도발을 하려고 마음먹는다면 우리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나 안보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세계 최강인 미국조차 알카에다의 비행기 테러공격을 막지 못하고 워싱턴과 뉴욕에서 3000여 명의 미국시민이 죽지 않았는가?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다면서 군비증강을 확대해 왔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에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330억 달러로서 2012년 세계 12위에서 10위로 2단계나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군비증강에도 우리의 안보는 튼튼해졌다기보다 오히려 북한의 새로운 군사위협을 불러왔을 뿐이다.

한·미 양국은 1993년 팀스피리트 군사연습 이래 최대 규모로 첨단무기를 동원한 ‘2014 쌍용 군사연습’을 실시하였다. 이와 같은 대북 군사시위에 대해, 북한군은 수차례에 걸쳐 동해안을 향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실시하고 NLL 이남 앞바다에 300여 발의 해안포를 쏘는 등 군사위협을 가해왔다. 이 무렵 앞에서 살펴본 북한제 무인항공기 소동도 벌어졌다.

우리 안보당국은 첨단무기와 한미연합사를 통한 압도적인 대북 군사력 우위만이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의 군사위협에 군비증강만으로 대처하겠다는 발상은 아날로그 시대의 안보관에 불과하다. 아날로그시대의 안보관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력 우위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새로운 안보 개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날로그식 안보관의 문제점은 북한의 도발을 제대로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안보현안의 철저한 원인규명보다는 모든 책임을 북한 탓, 무기 탓으로 돌리는 데 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심지어 국민들의 안보의식 해이를 질책하며 국민들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이는 진정으로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상대가 있는 만큼 안보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으나, 안보구멍이 생겼을 때는 국민 앞에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아날로그식 안보관에서 탈피하여 디지털 시대의 안보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드파워(군사력)뿐만 아니라 소프트파워(외교력)를 겸비한 스마트파워를 키워 현명하게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

통일대박을 위해서도 ‘한반도 평화’가 우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에 들고 나온 통일대박론의 구체방안으로 지난 3월 29일 옛 동독도시 드레스덴에서 남북 인도적 사업, 민생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 등 세 가지 제안을 통일구상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곧바로 북한매체들이 박 대통령이 “배고픔, 경제난을 거론하며 북한체제를 모욕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4월 12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흡수통일 기도’라면서 ‘드레스덴 구상’의 수용을 공식적으로 거부하였다.

이번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은 내용상 북한당국에 대해 제안한 것이라기보다 북한주민들에게 통일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당국이 거부의사를 밝힌 이유는 드레스덴 구상‘이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5·24조치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북한당국과 북한주민을 분리, 이간하려는 대북 심리전으로 해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취해온 자세를 보면, 통일대박을 위한 안보 측면의 이해가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대북 압박을 통한 북한 붕괴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할 경우 엄청난 안보재앙을 맞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현 정부가 통일대박론을 거론하고 ‘드레스덴 구상’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남북대화와 6자회담과 같이 당장 시급한 한반도 평화관리에는 소극적이다. 막연한 장밋빛 미래상만 흔들고 있을 뿐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의 제임스 매코맥 국가신용등급평가위원회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에 따른 비용·편익 등에 대한 평가는 통일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히고,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분명히 큰 이익을 가져오겠지만 만약 남북분쟁이나 북한 내부요인에 의한 갈등으로 통일이 이뤄진다면 분명히 큰 통일비용이 수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속담에 “열 경찰이 한 도둑 못 막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최첨단 무기체계들을 도입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억제력 강화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는 데 필요한 충분하고도 최선의 방책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병서인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평화통일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군비경쟁의 딜레마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만을 바라보는 아날로그식 안보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가 되었다.

평화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더 나아가 운용적·구조적 군비통제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대북 억제력 강화를 통해 전쟁을 막는다는 ‘소극적 평화’로는 한계가 있으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 전쟁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적극적 평화’를 추진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국에 대한 적극 외교를 통해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통일대박을 얘기한다고 해서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안보쪽박에 빠지지 않고 진정으로 통일대박을 이루려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군비경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한반도 평화관리를 통해 ‘소극적 평화’를 넘어 ‘적극적 평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 ‘항구적 평화(Perpetual Peace)’에 의한 통일대박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joes@peacefoundat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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