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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전략과 방향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54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둘러싼 논쟁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전개하며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둘러싼 상반된 시각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 중요한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가이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핵개발은 궁극적으로 협상용이고 북한이 버티기를 하는 것은 유리한 협상 고지를 점하려 하는 것이므로 양보를 해서라도 대화를 조기에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북한은 궁극적으로 핵을 보유하려 하고 협상은 그들이 핵을 보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전술일 뿐이라고 본다.

둘째, 새롭게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다. 한편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중단된 평화프로세스가 활력을 얻게 될 것을 기대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북핵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까지 제기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셋째,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변화할 것인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국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바이든 행정부와 공조하며 방향을 바꿔야 하는가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년을 성과로 보는 측과 성과가 아닌 실패로 보는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전히 북한은 핵무력을 강조하고 있고, 비핵화 협상은 아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과 비핵화를 관철하려는 미국, 그 사이에서 고민 중인 듯한 한국의 행보는 향후 어떠한 관계로 귀결될 것인가.

 

북한의 행보, 비핵화의 진정성은 여전히 불투명

지난 1월 개최된 노동당 당대회와 2월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통해 주어진 난관을 정면으로 돌파해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정면돌파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선택한 전략노선이다.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정책 제시보다는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같은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며 기존 정책의 성과를 극대화하려 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다. 지속되고 있는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그리고 작년 수해의 여파로 김정은 시대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그래서였는지 김정은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의 49%를 경제분야에 할당했다. 또한 2021년도 경제분야 사업계획을 받아본 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당대회 당시 새로 임명했던 경제부장을 한 달 만에 경질하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과 대결할 수 있는 힘은 경제에서 비롯된다. 경제가 흔들리면 체제가 흔들리고 대미 협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김정은이 자력갱생으로 경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김정은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핵보유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당대회에서도 핵을 36번, 핵무력을 11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한반도 문제의 근원이고, 누가 집권하든 변하지 않는 미국에 먼저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강대강 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2월에 개최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미국과 관련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당분간 정세 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넘기면서 양보를 받아내려는 접근을 하고 있다. 그 결과 만일 금년 상반기에 미국이 구체적인 대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군사적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 재개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인데, 외무상 리선권을 정치국 위원으로 보임한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실추된 외무성의 위상을 높여주는 행보로 보인다.

한편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남북관계를 판문점 선언 발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첨단무기 구입을 비난하고, 기존의 합의 사항들을 이행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양보를 얻어내는 동시에 북미관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원칙에서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의 후순위로 인식하는 북한의 기존입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대북접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책검토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의 고위급 통화, 그리고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 등을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작년 대선기간 동안 언급했던 실무진간의 대화로부터 시작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에 더해, 압박과 대화의 병행, 동맹국들과의 공조, 핵문제뿐만 아니라 인권문제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해법 등이 그것이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어본 경험이 있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차분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실패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김 위원장의 외교적 권위만 높여주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정상회담에도 북핵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했으며,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강되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가짐으로써 중단시킨 북한의 전략도발에 대한 평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굳이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를 부각시킬 필요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전략도발을 예방하는 것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당면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나타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중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한미, 미일 공조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총리와의 통화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공조 원칙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와 압박이라는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고자 하는 모습이 목격되는데, 블링컨 국무장관의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러한 기조를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북한인권특사를 다시 지명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유연한 입장을 시사했는데, 향후 북한과의 대화 재개시 폭넓은 협력이 전망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의 해법이나 대화 재개의 조건과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만일 북핵은 이미 개발된 것이고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할 경우, 오히려 문제 해결에 시급하게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은 북한 문제보다는 이란 등 중동문제와 중국 문제를 우선시하고 있으며, 북한 문제는 다음 순위로 보인다. 따라서 바로 협상에 뛰어들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북한을 압박한 후 유리한 여건의 중간합의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북한 비핵화를 반드시 달성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전망이다. 현재의 대북압박 수준에서는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오바마 행정부 2기에 북핵 문제를 다뤄본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압박을 강화하고 중국을 관여시키며, 북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들 것이다.

반면 미국이 북한과 조기에 대화를 갖기로 할 경우,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임명하고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대화를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전략도발을 예방하고 북한 문제가 다른 외교 현안들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이 협상에 복귀하려 들 정도의 양보를 미국이 먼저 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자칫 북한에 끌려가며 사실상의 핵군축 협상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할 것이기에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부분적 긴장 후 대화국면 진입 전망

바이든 행정부의 신중한 대북접근에 대해 북한은 서서히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는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맹목적으로 전략도발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을 겨냥한 재래식 도발로부터 시작하여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 할 가능성이 크다. 재래식 도발 없이 곧바로 전략도발을 감행할 경우, 새로운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의 입장 변화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3월 초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은 단거리미사일 등을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미국의 침략적 군사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인 훈련이라고 변명할 것이고, 중국이 이러한 입장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단거리미사일 발사의 경우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과거 전례가 있기에 북한으로서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용하기 용이한 카드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미국 행정부가 움직이지 않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려 할 경우, 북한은 전략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을 실험하며,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과시하려 들 것이다. 북한 국내정치적 측면에서도 경제난에 직면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의 업적을 과시할 기회라고 여길 것이기에 전략도발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도발이 이루어질 경우, 미국은 군사적 긴장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과거의 협상 경로가 그러했던 것처럼,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과 이를 반드시 포기시켜야만 하는 미국의 협상은 상당히 지루한 과정을 겪게 될 전망이다.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어, 부분적 핵동결로 제재완화를 얻어내려 들 것이지만, 미국은 이란 핵문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북한 비핵화 원칙을 포기할 수 없다. 따라서 대화의 재개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남북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시하며, 한국 문재인 정부를 철저히 무시하는 전술적 행보를 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일종의 대남 압박정책이다. 따라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와 따로 전개되지 않고 상호 밀접한 연계성을 지닐 것으로 보이며, 전자가 후자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세심한 준비와 조율이 필요

현재 한반도 정세를 시계로 표현하자면 분침과 시침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제 약 1년 정도의 시간을 남겨두고 있다. 자연스럽게 임기 내 성과를 거두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이제 시작이며 짧게는 4년, 길게는 8년의 시간표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지난 2월 4일 한미 정상통화 이후 청와대는 양 정상간 북한 문제를 ‘가급적 조속한’ 시기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의 발표에는 이러한 내용이 생략되었다. 이러한 시간표의 차이가 북한 문제와 관련한 정책 공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한미 양국의 시간표를 정밀하게 조율하는 일이다. 먼저 한미 양국의 국내정치적으로 대북정책에 관한 초당적 합의를 이루어 내야 한다. 정부가 바뀌면 함께 바뀌는 대북정책으로는 수십년간 1인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북한 정권을 당해낼 수 없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공감대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파가 아닌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중간지대를 찾고, 그러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양보를 최대한 늦추되,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미 양국이 바라보는 북한문제의 범위와 우선순위를 조율해야 한다. 북한 문제는 핵문제 외에도 인권문제가 포함되는 개념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눈감아 왔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서로 다른 입장을 잘 조율함으로써 북한이 한미 양국 사이를 파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인 협상 방안을 강구하고, 각 단계마다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와 한미 양국이 제공할 보상조치의 기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인권 관련 대응 방향에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편, 한미의 협상안을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협력하여 주변국 모두의 협상안으로 발전시키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게 만드는 지혜도 필요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등을 돌리면 아무리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이라도 버티기가 어렵게 된다. 북한의 전략도발을 예방하는 데도 중러와의 협력은 긴요하다. 이상을 고려할 때 한미 양국의 국내적 대북정책 조율, 한미간의 정책 공조, 중러와의 협력, 북한 견인이라는 순서로 북핵 문제가 진전될 때 비로소 북한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간의 양자 대화 노력 외에도 다자 대화 재개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추진해나가면서도 충분한 북핵 억제력을 보유하기 위한 동맹차원의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소개

신범철은 현재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립외교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외교관들에게 북한 문제를 가르쳤고,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정부의 대북, 대미정책에 관여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국제법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신범철  inst1@p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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