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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코로나 대응, 과연 성공했는가?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48호

2020년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경제적인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는 코로나와 함께하는 시대가 전개될 것이다. 언제라도 집단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방역정책의 절대적인 성과를 논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대처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 방역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처를 통해 기초를 다졌다. 그리고 한국 의료기관 방역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2015년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한국 방역제도가 보완되어 왔다.

K-방역은 높은 휴대폰 보급률을 기초로 신용카드의 사용내역과 전자 전산망을 활용하여 환자와 잠재 감염자를 단시간에 선별해 감염확산을 저지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훈련과 행정지도를 시행해 왔다. 한국이 도시 자체를 봉쇄하지 않고 코로나19를 관리한 점은 높게 평가된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으로 한국의 검진장비와 의료기술의 발달, ICT 기술의 보편화, 전자정부의 구축, 의료진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뢰도가 높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방역체계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이다. 확진자의 동선 파악을 통해 미리 추적하여 감염자를 조기에 검진하고 의료체계에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감염자를 관리하는 방역활동은, 방역효과는 확실하게 나타나지만 경제활동 위축의 부담을 발생시킨다. 수용 가능한 방역수준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방역과 경제의 딜레마를 어떤 정책조합으로 해결할지가 현재 K-방역이 안고 있는 핵심 과제로, 지속적인 강력한 방역정책은 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 모델을 둘러싼 쟁점: 성공 vs. 실패

방역모델의 선택은 정부의 정책추진 강도, 경제활동의 허용 정도, 본격적인 경제의 개시 시점과 연결되어 있다. 재확산은 방지되어야 하지만 K-방역의 광범위하고 선제적인 방역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여 고위험군에 대한 사후관리체계를 강조하는 방역정책도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방역모델은 추적, 진단, 치료의 3T(trace, test, and treatment)로 알려져 있다. 첫째, 추적(trace)은 역학조사에 따라 접촉자를 찾아내고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다. 상당수의 역학조사 인력을 초기에 확충하였다. 신규로 채용된 역학조사관들은 인터넷으로 전문교육을 이수한 후에 역학조사에 임하였다.

둘째, 진단검사(test)를 통한 감염자 조기발견이 가능하였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진단검사에 2일이 소요되었으나 6시간 만에 진단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진단과 역학조사시 접촉을 피하는 검사방법인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를 고안하여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한국에서는 도보이동형(walk thru) 진료소가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셋째, 한국은 의료시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감염자의 중증도를 분류하여 생활치료시설을 마련하였다.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격리시설, 치료시설, 의료인력의 부족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경증이지만 격리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감염자는 생활치료시설을 이용하게 하고,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대상자는 공공의료시설을 이용하게 하였다.

한국은 2003년 사스를 경험하면서 질병관리본부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역학조사관과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담당자에 대한 연간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였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를 경험하면서 항바이러스 제제를 보유하고 진단기술을 개발하여 의료기관에 진단키트와 기술을 보급하고 각 의료기관과 지역의 진단검사 역량을 강화하였다. 또한 방역 당국은 의사소통의 일원화에 노력하고 언론대응능력도 보강하였다. 한국은 2015년 메르스 이후 부족한 역학조사관을 충원하고 교육을 강화하였다. 한국은 감염병 관리의 법적 체계를 바꾸어 집단발생의 위험과 치명률이 높고 음압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가장 위험도가 높은 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감염병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기초로 대책방안을 사전에 모색하고, 국민들의 협조 하에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가능하였다. 중국,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는 감염자가 급등하는 시기에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상당한 혼란을 겪었지만, 한국에서는 감염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전국의 시설을 원활하게 이용하여 의료자원의 부족 현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방역 당국은 현재에도 K-방역에 기초해서,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조기에 진단하고 확진자를 신속하게 추적하여 격리·치료하는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적극 방역 정책을 유지하는 근거는 젊은 층에서 보고되는 합병증, 고령층의 높은 치명률, 높은 감염력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집단면역대책이 대안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거리두기 수준을 완화하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한편,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의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K-방역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빠른 시기에 집단면역대책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방역 vs. 경제 논쟁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방역활동과 경제활동의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가 위축되고, 경제활동을 허용하면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강력한 방역정책을 추진하는 방역 당국과 경제 회복에 강조점을 두는 정책 당국이 조율을 하지 않으면, ‘죄수의 딜레마’와 같이 방역도 망치고 경제도 망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강도 높은 방역은 경제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과 방역을 조화시킬 여러 주장과 정책들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고 있다.

방역보다 경제활성화에 중점을 둔 국가들은 재유행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지만 경제활동을 억제하기 힘들어 봉쇄정책에 미온적인 국가들이 많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초기 대응이 미흡하였고 세계적인 확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인도는 봉쇄조치를 하면서 극빈층의 생계문제를 외면하였다는 국민의 분노에 이동제한을 완화하였지만 대규모 재확산이 발생하게 되었다.

한편, 방역모범국인 뉴질랜드와 대만은 코로나19의 종식단계에 들어갔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국가 경계 단계를 낮추지 않고 단계별로 봉쇄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봉쇄정책은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경제활동의 위축과 비자발적인 경제활동의 중단으로 이어진다.

약물적 치료방안이 모색되기 전까지는 감염병에 의한 경제 충격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전 세계 경제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경제회복이 가능하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반등하기는 어렵다. 추가 확진자가 감소하여 생활방역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시 경제활동을 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백신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치료제와 백신의 제품 안전성이 개발 신속성보다 우선한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백신은 향후에 백신접종 자체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선진국이 이미 개발되지 않는 백신 물량을 선점하면서 국가주의마저 대두될 수 있다.

 

방역과 경제의 조화: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방역활동을 언제 완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주요 국가의 경제정책은 경제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방역활동에 대한 생산 능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한국 정부는 강력한 정책을 통해서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최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기업 대출도 무제한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기존 대출금도 연장해주고 실업급여의 지급을 강화하고 고용유지금의 수급기간도 연장한다. 한국정부는 보편지원방식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선별지원방식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그동안 코로나19 초기에 경기침체는 단기화되어 V자형으로 곧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초기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경기침체 기간이 증가하여 U자형이나 L자형 회복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감염병이 확산되는 중에도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하였다. 2020년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국내 관광을 살리고 내수 진작 효과를 도모하였다. 한국 정부는 8월 12일에 정부 부처별로 소비 진작 패키지를 발표하였지만, 동일한 시점에 수도권에서 3일간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확산의 위험이 높아진 바 있다. 선진국에 비해 안정적인 신규 확진자 증가세를 K-방역의 성과로 자랑하며 내수 진작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성급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되고 말았다. 4일 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소비 진작 정책은 중단되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였지만 사용할 시간마저 가지지 못하는 어려움에 봉착하였다.

이 같은 정부의 핵심 업무가 원활히 수행되기 위하여 방역조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방안이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초기단계에서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두기에 참여하였지만, 감염병이 장기화되면서 방역에 대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느슨해졌다. 의료 대응 역량은 강화되지만, 국민들에게 심한 피로도가 나타나고 사회적인 긴장감이 떨어지게 되었다. 경제상황을 고려하면서 불완전한 방역상황을 추진하다 보면, 방역활동에도 치명적인 허점이 발생하고 경제도 침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발생 초기단계에는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주체가 되어 방역정책을 주도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대응 매뉴얼이 공유되면서, 경제주체인 개인과 기업의 역할도 크게 중요해졌다. 방역을 철저하게 하면서 경제를 재개하려면 경제주체들이 방역지침을 능동적으로 지켜야 한다. 기업들도 정부지침을 활용하여 사업장의 환경에 적절한 맞춤형 사업장 안전보건이 시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침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훈련을 진행해야 한다. 규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규제를 실효적으로 진행하고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방역의 성공은 개인의 공감과 자발적인 참여가 핵심요소이다.

 

한국 모델의 성공을 위한 제언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활은 불편해지고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통념들이 바뀌게 되었고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벌어진 최근의 현상들은 서구 선진국가의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이들 국가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전 지구적으로 각 국가가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로 체계적인 방역체계 구축과 공공의료 시스템의 확립이 국방과 안보 이상으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개별주체의 부주의와 안일함이 가족과 이웃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방역 원칙인 개인위생이 준수되어야 한다. 감염병 초기에는 국가의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하지만, 일정시기가 지나면 경제활동과 방역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개별 기업에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이 이루어지게 되어, 경제 활동의 주요 공간으로 방역의 최일선을 담당하게 된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기업은 지침을 사내에 적용하여 감염병 예방활동에 적극 활용해야 하며, 기업 실정에 맞는 자체 방역지침을 제정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만약 사내에서 감염자가 발생하면 감염경로, 확산과정부터 검사, 치료, 업무복귀까지 전 과정을 정리하여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자각 증상, 치료 기관과 비용, 영업 손실비용 등 개인적, 사회경제적인 영향도 분석되고 평가해야 한다.

국방만큼이나 방역체계 구축이 국가의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었다. 경제활동이 재개될 때까지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방역활동으로 인한 생산 능력의 손실을 최소화해왔다. 방역규제가 필요한 부분은 엄격하게 진행하지만 그에 대한 일부 보상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도 진행되어 왔다. 방역의 성공 여부는 감염의 발생과 확산이 얼마나 잘 통제되었는지와 경제적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했는지에 따라 함께 결정될 것이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필자 소개

전용일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석사,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에서 이학석사를 받았다. 미국 UCSD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Granger 교수에게서 경제학박사를 받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미국 센트럴미시간주립대학교 경제학과에서 부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거시경제와 경제예측론의 이론적 관점에서 고용복지, 연금, 안전보건 분야의 실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 – 방역과 경제의 딜레마> (2020)를 공저하였고, <고용과 성장> (2008)을 공동 편저하였으며, 국내외 학술지에 100여 편의 학술 논문을 게재하였다.

전용일  yjeo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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