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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통치’에 ‘북한이상설’ 제기한 일부 언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4개월 만에 다시 불거졌다. 20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현안보고에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다.

국정원 보고를 브리핑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김정은 동향에 대해 위임통치라는 말이 나왔다.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걸쳐 위임 통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남·대미 정책은 김여정, 경제는 박봉주와 김덕훈 신임 내각총리, 군사는 노동당 군사부장인 최부일, 전략무기 개발은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각각 권한이 이양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권력 이양 배경과 관련해 하 의원은 “첫 번째 이유가 통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이 9년간 북한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이를 줄이자는 차원”이라며 “두 번째로 정책 실패 시 김정은에게 실패 책임이 날아오면 리스크가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 회피용”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이 20일 국회에 보고한 북한의 권력위임(위임통치)을 표로 만들었다. SBS뉴스 화면캡처

조선, “지금 북한에선 무슨 일이?”

이 같은 보고에 대해 <조선일보>는 “‘김여정이 일부 위임 통치’ 北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제목의 21일자 사설에서 ‘위임통치’라는 국정원의 보고에 대해 “수수께끼 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한에서 ‘위임 통치’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김정은도 고모부와 이복형을 처단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주요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신문은 “최근에는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 대남·대미 강경 메시지를 쏟아냈다. 김정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퍼지기도 했다”면서 “김정일이 한 번도 열지 않았던 노동당 대회를 내년 1월 또 개최한다고 한다. 여태 본 적이 없던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고 묻고 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 쿠데타설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비상 사태’를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보인다.

<쿠키뉴스>는 “이번엔 국정원發 김정은 건강이상설 ‘고개’” 제목의 기사에서 “건강 이상설 또는 거동 불편설 등을 제기했던 태영호·지성호 의원과 위독설을 주장한 장성민 전 국회의원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조명되고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신문은 다만 “앞서 CNN과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하고 이들 전·현직 의원들이 힘을 보탰던 것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망했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어 북한의 강경대응과 권한 분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당시 지성호 당선인, 태영호 당선인의 김정은 건강이상설 관련 발언, 장 전 의원의 사망설 등을 다시 인용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내 북한 전문가들의 코멘트를 인용하며 국정원 보고를 반박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위임통치란 북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벗어난 분석이다 보니 의미를 부여할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일축했고,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국정원장이라면 보수주의적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평소 정치인으로서 언론에 개인적인 해석을 담은 분석으로 주목받아온 성향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며 신임 박지원 국정원장의 스타일을 문제 삼았다.

<중앙일보>는 21일 “‘김정은 위임통치’설 와중에 방한하는 양제츠”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2일 부산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다. 시점이 미묘하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신문은 “미중 갈등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여 온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북한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국정 전반에 걸쳐 위임통치를 시키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는 점을 들었다.

신문은 이어서 “국정원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은 부인했고, 김여정이 후계자로 정해진 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수령 1인 절대권력 체제인 북한 특성상 ‘위임통치 중’이란 말이 나온 것부터가 전례 없는 ‘이변’에 해당한다”며 “‘무오류의 화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북한 일인자가 ‘스트레스 경감 차원’에서 권력을 이양했다는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속단은 금물이지만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 플랜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신문의 결론은 엉뚱하게도 한미동맹 강화로 몰아가고 있다. 신문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당연히 미국과의 공조”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의와 입체적 공조체제 구축을 언급하면서 “정부의 냉정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전쟁 수준의 각축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등거리 외교는 미국을 동맹으로 둔 한국으로선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한미 동맹에 굳건한 기초를 둔 가운데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을 당당히 표명해 중국의 동의를 끌어내는 원칙의 외교, 가치의 외교가 우선”이라며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다른 방도가 없다. 미·중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하기 전에 우리의 원칙과 가치를 분명히 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든다? 어쨌든 ‘국익 최우선’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견지하면서 냉정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결론이 대놓고 미국 편 든다는 것은 ‘글세’다.

<중앙>과 비슷한 제목의 <서울신문> 사설은 결이 좀 다르다. ‘양제츠 방한,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 돼야’ 제목의 사설에서 신문은 양제츠 방한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혜로운 외교가 필요한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우리로서는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새로운 동력을 이끌어 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 대선 이전이라도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최소한 남북 대화 진전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양 정치국원의 이번 방한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향, 美 북한전문가들 인용 “김정은 유일한 권력자 변함 없어”

<경향신문>은 2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미국 내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의 ‘위임통치’와 관련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제도와 조직에 근거한 통치를 추구하지만, 유일한 권력자라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비영리단체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분석국장은 “북한식 특성이 가미된 21세기형 통치체제가 확립되고 있다”면서 “공식기구의 역할이 이전보다 확대됐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북한 권력 지형에 대해 권력 누수가 아닌 ‘김씨 일가’의 독보적 위치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봤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미한정책국장은 “김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게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이라고 했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측근들과 책임을 나누고 의사결정도 함께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이라는 국정원의 배경 설명과 궤를 같이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2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이 같은 김정은의 ‘위임통치’에 대해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김여정을 비롯해 여러 사람에게 권한을 이양한 것을 “그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을 하도록 하고 결정적인 것만 보고하라. 일종의 전결 비슷하게 되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정은) 자기가 직접 만기친람하는 식으로 일을 해봤는데, 해보니까 믿을 만하다. 김여정도 생각보다 아마 유능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위임통치 배경을 분석했다.

정 부의장은 또 이번 ‘위임 통치’ 배경을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해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기로 한 것과 관련을 짓기도 했다. 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전략방향 정립을 예고한 만큼 새로운 전략을 이끌어갈 수 있는 인적 구조를 사전 시험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난 4월 국회의원 발 ‘김정은 건강이상설’은 결국 당사자들의 사과로 이어져야 했다. 선례 때문인지 이번 ‘위임 통치’ 관련 북한 이상설은 상대적으로 톤이 약해 보인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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