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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으로 통일 읽기전병길의 “공동관람구역” 서평

계간 <통일코리아> 전병길 편집위원이 새 책 <공동관람구역>(책마루)을 출간했다. 이 책은 분단/북한/통일 관련 소재의 영화를 에세이로 풀어낸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한국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분단의 문제는 현실의 문제이다. 현실이 문제이다 보니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왔고 그 이야기들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 분단 영화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가 시작된 것은 1940년대 후반부터다.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많은 분단영화들이 제작되었고 대부분의 영화는 ‘반공(反共)’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었다. 한국영화에서 분단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부터다.

   
▲ 분단, 통일 소재의 한국영화 리뷰집 <공동관람구역> 책표지

분단 영화가 일대 변화를 겪게 된 것은 강제규 감독의 <쉬리>(1998)였다. 남북 분단 소재를 첩보액션물로 활용한 이 작품은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탄생시켰다. 오도된 이념과 사상의 ‘꼭두각시’에 불과할지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확신과 대의에 대한 충성심은 관객들이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했다. 이후에는 북에 대한 묘사에선 이념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됐다. <간첩 리철진>(1999)에서 남파된 간첩이 택시 강도를 당하는 다소 우스꽝스럽고 허점이 많은 인물을 보여줬고,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는 ‘생계형 고정간첩’도 등장했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2000)는 여기에 더해 남북한 사람들이 우연히 모여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으로 대단한 인기를 얻은 작품이었다. 북한 사람이나 북한 출신 인사를 만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던 당시에 총을 든 남북한의 젊은 병사들이 한 곳에 모인다는 설정은 굉장한 파격이었다. 남북의 사람들이 우연히, 기묘하게 한 곳에 모인다는 설정은 이후 분단영화의 한 공식이 되면서 <웰컴투동막골>, <만남의 광장>, <의형제>까지 이어진다. 한국 영화 천만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개봉되며 분단 소재 영화는 한국 영화의 주요 흥행 코드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고 2005년 이후 탈북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태풍>(2006)에서는 남북 모두로부터 버림받고 해적이 된 탈북자가, <국경의 남쪽>(2006)에선 사랑하는 연인을 북에 두고 월남한 청년이, <크로싱>(2008)에선 가족을 살리기 위해 국경을 넘은 남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발표에 이은 <쉬리>(1999)의 흥행이나 1차 남북 정상회담 전후 <공동경비구역 JSA>가 일으켰던 붐 등 분단 소재의 영화는 남북한간 정세 변화나 시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쉬리>는 금강산 관광 시작 3개월 뒤, <공동경비구역 JSA>는 1차 남북 정상회담 3개월 뒤에 개봉되어 시대의 흐름을 탔다. 또 북한 핵문제, 식량부족, 탈북자 문제 등도 분단 영화에 반영됐다. 분단 관련 영화는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 영화의 큰 흐름을 이어갔다.

그동안 분단 영화에 대한 평가는 주로 개별 영화 단위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시대순으로 구분하며 소개되기도 했다. 지금껏 제작되었던 분단 영화를 시대 상황과 소재별로 정리한 자료들은 거의 없었다.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꿈이라는 큰 흐름에 맞는 주제별 영화 소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공동관람구역>은 분단 영화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통일담론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제2장에서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전 이념의 갈등에서부터 전쟁의 잔혹함, 민초들의 희생을 담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제3장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전개된 남북간의 대결에 관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제4장에서는 남북의 대치라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경계’를 넘었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제5장에서는 분단이라는 절망에 굴하지 않고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맺음말에서는 통일시대를 준비하면 만들어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그리고 있다.

   
▲ 분단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 <웰컴투 동막골>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왼쪽부터)

소개되는 영화들은 대부분 1990년 이후 제작된 영화들이다. 과거의 영화들 중에서도 훌륭한 작품들도 있지만 주로 정부지원이나 지나친 반공의식 함양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독자들과 공감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부적절한 작품들이 많아 주로 1990년대 작품들로 선정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각 작품을 소개하며 단순히 영화 스토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시대적 배경, 그리고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곁들였고 또 픽션이라 할지라도 실제 발생했던 비슷한 사례들은 같이 넣었다. 이러한 영화를 통한 통일 이야기는 딱딱한 이미지로 굳어 버린 통일 관련 서적의 한계를 보완하고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공감을 얻는 데 좋은 지식과 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 속에 담겨진 스토리를 통해 분단의 상황들을 이해하고 통일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인주 기자  oasiseag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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