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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의 경제정책: 집중과 속도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36호

코로나19 위기가 팬데믹 단계로 들어가면서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파격적인 경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10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이 나왔고, 일반 가계를 대상으로 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도 발표됐다. 감염병으로 인해 경제의 일부분이 사실상 셧다운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들이 크게 제한되는 상황에서 경제 시스템을 보전하고 사람들의 삶을 지키려면 파격적 대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현재 긴급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지급이 옳다는 주장과 코로나 피해자들에 대한 선별적 지급이 옳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보편적 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당장 피해구제가 시급하니 피해자를 선별하는 데 시간과 행정력을 소모하지 말자고 한다. 또 그 동안 세금을 많이 낸 고소득층을 굳이 제외하는 것이 정당하냐고 반문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기회로 삼자는 이들도 있다. 반면에 선별적 지급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이들에게 소액을 주는 것보다는 당장 급한 이들에게 충분한 금액을 주는 식으로 집중 대응해야 재난구제의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선별에 드는 행정비용에 대해서는 그 동안 구축된 복지 전달체계를 충분히 활용하면 된다고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수요-공급, 실물-금융의 글로벌 복합위기

이러한 논란 속에 한국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라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세부적 사항들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 어떤 대책이 가장 적당한지는 코로나19 위기의 속성이 어떠한지, 지금이 위기 진행의 어느 단계인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오느냐 아니면 위기가 곧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지금 정책이 반짝 효과만을 가질지 아니면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될지가 결정된다.

즉, 위기 대응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위기의 속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수요-공급, 실물-금융의 복합위기이면서 동시에 글로벌한 위기이다. 한 나라를 놓고 보면 실물경제의 다양한 부문간의 순환이 단절되는 위기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의 표현에 따르면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비핵심(non-essential) 부문이 공공의료의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셧다운되고, 핵심(essential) 부문만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비핵심 부문 종사자들의 소득이 끊겨 이들이 핵심 부문의 생산물도 소비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핵심 부문의 수요와 생산까지도 위축시켜 핵심 부문 종사자들까지도 결국 어려워지는 총체적 악순환을 낳는다.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 수요가 위축되면 국제 무역도 영향을 받는다. 이는 전 세계가 공황적 사태로 내몰릴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더욱이 이 위기가 장기간 지속되면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여러 리스크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 사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되어온 세계적 저금리 기조로 인해 사람들의 리스크에 대한 인식은 많이 약해져왔다. 즉, 금융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취약해져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면 어떠한 위험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먼저 꼽을 수 있는 리스크는 석유가격 하락으로 인한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부실화다.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이동을 줄이고 생산을 줄이면서 석유수요가 급감하는 와중에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미국의 석유 생산량 조율이 원활하지 않게 되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폭락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불리며 그 동안 잘 팔렸으나 그 가격은 이미 반토막났다. 그 회사채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CLO)들의 위험성도 커져 광범위한 금융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파장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기업들 이외에도 빚을 많이 썼던 기업들의 회사채가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되면서 금융자산 부실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 동안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액이 미국 GDP의 30%가 넘는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는 점, 주가도 수년간 너무 올라 거품이 끼었을 수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마비돼 이들이 발행한 국채가 부실화될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남유럽 국채를 많이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 또 저금리로 유로화를 빌려 다른 나라들의 위험자산을 구매했던 금융기관들의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 달러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이 때문에 달러 빚을 많이 쓴 신흥국들에서 외화가 유출되고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위험요인이다. 신흥국들은 애초에 코로나19에 대응할 준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를 가중시킨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된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모기지 원리금 상환도 어려워지면 부동산 금융 부문의 리스크도 커진다. 이런 다양한 위험 요인들이 한 두 개라도 현실화되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제 2, 제 3의 경제위기 파도가 몰려올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되면 한국이 직면한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을 해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한국이 방역에 성공해도 한국의 고객인 다른 나라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글로벌 공급 체인이 일부라도 끊기면 한국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위험요인이 된다. 달러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되는 일이 발생하면 원화표시 자산들의 위험성이 커지고 외환부문의 불확실성도 높아진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4천억 달러를 넘고 미국과의 통화스왑도 성사돼 달러 유동성 위기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현 단계에서는 소비진작보다는 재난구호를 위한 신속 충분 정확한 지원이 시급

코로나19 위기가 단기적 위기에 그치지 않는다면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도 간단치 않게 된다. 대책을 마련할 때는 항상 최악의 상황도 상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코로나19 위기가 여러 분기 이상 장기화되면서 확산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위기 확산의 첫 단계, 즉 셧다운으로 인해 소득이 끊긴 비핵심 부문 또는 대면 서비스 부문 종사자들의 소비 감소를 막아 그것이 다른 부문의 수요 위축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즉, 현 단계에서는 전반적인 경기부양(stimulus)보다는 취약 부문에 타겟팅한 재난구호(relief)가 시급한 과제다.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지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경기부양이 필요한 단계에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지금과 같이 경제의 일부분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을 때에는 한정된 자원을 재난구호에 집중하는 것이 이 부문의 위기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더 효율적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위기 자체가 아직 종식된 것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구호 대상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선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지난 한 두 달 동안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앞으로 급속히 회복돼 연간으로 볼 때 피해가 미미해질 업체가 있을 수 있고, 이제 매출 감소가 본격화돼 오랜 기간 회복되지 않는 업체도 있을 수 있다. 위기 시에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업체도 있을 수 있다. 즉, 구호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위기가 끝나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우선 구호 대상자를 대강의 기준을 가지고 선별하되 정부의 지원금이 정확히 얼마 투입될지는 나중에 사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게 하면 보편적 지원을 주장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신속성’과 선별적 지원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타겟의 ‘정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단 보편적으로 지급하되 나중에 세금으로 환수하자”는 아이디어를 일부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아이디어도 완전히 현실화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 일단 전 국민에게 충분한 금액을 지급하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가 천문학적 규모의 국채를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내 자금을 조달하는 데에는 부담이 따르고 이런 대책이 나중에 또 필요할 수도 있다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70%든 몇 %든 대강의 선을 긋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하위 70%에게 주어질 긴급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소득이 끊긴 이들이 필수재를 충분히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생계자금으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해서 그 취지에 맞게 추후 종합소득세 정산 시 피해액에 비례해 지원금 총액을 조정하는 보완 장치를 추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사후적 지원기준을 명확히 해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 부문의 종사자들, 예컨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은 애초에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지원금을 당장 신청하지 않더라도 향후 피해가 기준치 이상 발생할 경우 추후 소득세 정산 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 국민 크레딧 라인 - 긴급자금 대출을 구호금과 통합해 폭넓게 활용할 필요

현재 위기의 속성상 사후적 정산이 긴요하다는 점을 잘 생각해보면 대출이 여러 모로 효과적인 지원방식임을 알 수 있다. 일단 누구에게든 대출을 시장금리로 신속히 충분하게 해주되 추후에 확정될 피해규모에 따라 이자를 감면해준다든지 원금 일부를 탕감해준다면 많은 업무들을 단순화할 수 있다. 시장금리로 대출을 해준다고 하면 일단 당장 피해가 없는 사람들은 굳이 지원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금리의 선별기능을 활용해 지원이 시급한지 아닌지를 스스로 드러내게 하자는 것이다. 또 이자감면은 피해규모 산정이 끝난 후에 해주고, 처음에 지원 신청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일정 기준 이상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추후에 얼마든지 신청해서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면 굳이 대출창구에 달려가 줄을 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방역업무에 협조하느라 피해를 본 경우 등 소정의 기준을 만족하는 이들에게 대출 원금 일부를 탕감해주면 구호금을 지급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대규모의 전 국민 크레딧 라인을 만들어 필요한 이들은 시장금리로 긴급자금을 쓰게 해주되 추후에 위기가 끝났을 때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정산하게 하고, 이 제도를 앞으로 또 필요할지 모르는 재난구호금 지급 업무와 통합해서 운용하게 하면 효율적으로 돈이 흘러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원의 적시성과 충분성, 그리고 사후적 정산의 정확성을 위한 메커니즘 디자인이다.

이러한 선대출 후정산 방식의 지원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구호금은 당장 정부예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불충분하고 행정처리 시간도 길다. 그러나 대출은 금융기관 창구를 활용하면 되고 정부보증과 한국은행 지원, 정책금융 등이 결합하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코로나19 위기는 글로벌한 위기이고 또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앞으로도 위기 극복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계속 나와야 할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정책의 기본 틀을 일관되게 잘 구축해놓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지금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모범적인 나라라고 칭송받고 있는 것도 여러 해 동안 방역의 틀을 잘 갖추어 놓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온 덕분이듯 경제정책에서도 창의적이고 모범적인 위기 대응 체계를 잘 갖추어 나갔으면 한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자 소개

하준경은 현재 한양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교수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은행 행원(1993-1998) 및 금융경제연구원 과장(2003-2005),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2005-2008)을 지낸 바 있다. 미국 하와이주립대학 방문연구원(2014)을 지내면서 동서센터(East West Center)에서 인구문제와 세대간 자원이전 문제를 연구하는 국민이전계정(National Transfer Accounts) 네트워크 멤버로 활동했다. 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거시경제학, 경제성장론, 인적자본과 인구문제, 화폐금융론 등이다.

하준경  jha@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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