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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도정(道程)평화통일연대 '평화칼럼'

한반도의 구조적 문제인 분단의 원인은 주권 상실한 우리와 한반도를 자국의 이익으로 차지하려는 열강의 정치·군사적 선택임을 우리는 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끝 무렵인 1945년부터 1989년까지 전 세계는 냉전상태였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리더격인 소련은 팽창정책을 펼쳤고,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으려던 미국은 봉쇄정책으로 냉전체제가 깊어지게 되었다. 1945년 7월 26일 포츠담선언을 통해 일본에게 무조건 항복과 카이로선언(제1차 세계대전으로 얻은 영토 등에서 일본을 추방한다는 내용)의 이행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했다. 두 차례의 원자폭탄 투하로 일본은 결국 항복하고, 한반도는 해방되었다. 해방 후 며칠 뒤인 1945년 8월 24일 소련이 한반도에 있는 일본군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한반도의 공산화를 위해 평양에 입성하고, 미국은 이를 막고자 1945년 9월 9월 서울에 들어오게 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합의하에 3.8선이 그어졌고, 남북 단독정부 수립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 많은 상처를 남긴 채 휴전으로 분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안타까운 역사이며 우리 힘 밖에서 이루어진 것 같으나, 실은 조선말기의 개화의 실기와 내부의 분열, 갈등으로 세계 기술, 문명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한 우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남북은 각자 정권의 연장을 위해 남북분단 70년을 이용한 점이 많다. 1989년 공산권의 붕괴와 소련 해체, 중국의 자본주의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이 땅에 진정한 공산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단지 변형된 독재 체제나 공산당 일당 지배의 지속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한반도는 나름대로 평화와 통일의 노력을 추진해 왔다. 7·4 남북성명(’72.7.4), 남북 유엔 동시가입(’91.8.8), 남북기본합의서(’91.12.13), 그리고 역사적인 2000년 남북정상회담(2000.6.13-15)과 6·15 남북공동선언(2000.6.15.)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새 역사를 열었다. 이후 2007 남북정상회담과 10·4 남북정상선언(2007.10.4.),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국방위원장 체제에서 2018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2018.4.27.)과 판문점 선언(2018.4.27.) 및 2018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2018.5.26.)이 진행되었고, 역사적인 2018년 북미정상회담(2018.6.12.)과 제3차 남북정상회담(2018.9.18-20),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2019.2.26-28), 그리고 전격적인 판문점에서의 2019년 북미정상회담(6.30) 등이 숨가쁘게 진행되어 왔다.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가끔 긴장국면이 조성되는가 하면 남북간, 북미간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등의 이슈로 별 대화 없이 시간이 가고 있다. 2020년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는 새로운 여건에 처해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우리들의 이해와 공감의 제고가 필요하다. 평화와 통일이 이 땅에 왜 필요하며 절실한지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열의가 제고되어야 한다. 평화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조사(KBS 남북협력단, 2019)에서 ‘한반도가 반드시 통일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26.8%(2017년), 20.4%(2018년), 23.1%(2019년) 수준이며, 통일에 대한 전반적 긍정은 72.7%(2017년), 66.0%(2018년), 63.5%(2019년)다. 부정은 27.3%(2017년), 34.0%(2018년), 36.5%(2019년) 수준이다. 통일에 대한 열의를 갖는 사람들이 20%대 하위에 머물고, 반면에 부정적 인식은 36.5% 정도로 높다. 우리 내부의 이런 상태에서 세기의 난제인 통일을 이루기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평화통일 교육과 그 필요성과 역사성에 대한 이해확산을 위한 더욱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평화통일에 대한 전분야적 연구의 축적과 공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통일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주로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 연구되고 논의된다. 경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예술과 스포츠 등에 대하여 더 폭넓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남북한 교류는 물론 남한 내에서의 소통, 공유가 확대되어야 한다. 남북분단이 우리에게 준 엄청난 경제적 비용, 남북한 백성들의 불편한 삶과 거기에서 야기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 등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사회 전체적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 남북 문화와 언어의 비교연구,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 역사의 공동연구와 지역 특성 등에 대한 조사연구 등이 필요하다. 남북의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 수준과 협력 가능한 분야, 산업구조와 기술수준, 물류체계의 연계와 관련 인프라 구축과 문제점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대학의 연구기능과 각 학회, 연구기관, 단체 등에서 남북의 전 학문과 전 문화, 산업 등에 대한 폭넓은 조사와 연구 및 협력 대안, 통일 방안과 통일 후 균형있는 한반도 통합의 방향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큰 효과와 미래에 대한 비전들이 제시되고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이 제고되어야 한다.

셋째, 특히 한민족의 일체감과 ‘우리는 하나다’(Wir sind Ein)란 의식과 동질감을 진작시키는 역사적, 철학적 그리고 신학적 조망과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특히 복음으로 평화통일 되기를 기도하는 기독인들에게 통일신학의 이해와 보다 깊고 넓은 연구와 방향제시가 절실하다.

넷째, 보다 단기적으로 남북 교류의 유지, 확대를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간의 신뢰의 회복, 유지, 확대를 통해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오랫동안 대외 교류가 차단된 북한 경제는 주체적 방식으로 생산량의 증대와 단결, 절약 등의 기치로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남북경제 교류의 재개와 확대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북한 경제의 중국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남한의 경제적 북한입지를 점진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남북경제 교류는 남한의 중소기업들에게 큰 기회와 이익의 원인이 됨을 지난 경험에서 기업들이 증언하고 있으며, 북한에도 일정한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류와 평화 그리고 통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함께 호혜평등, 상호이익을 전제로 한 Win-Win적 접근이어야 하며, 그 대가에 시간적 갭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한 사례로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성공단에서의 마스크 생산을 주장하는 기업이 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3월 12일 “마스크는 국민생존권의 문제로써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전력, 통신, 공업용수, 폐수종말처리장 등은 즉시 가동에 문제가 없다...개성공단에는 방진복을 포함한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미싱 보유업체가 총 73개사며 이들 업체의 미싱 상태도 양호하다”며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을 먼저, 긴급하게,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남북교류도 마찬가지다. 전략적 시점과 실현가능한 대안의 적절성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는 지속적 생산과 소비가 절실한 건강구호물품이며 필수 방재품이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거나, 한 때 있고 나중에 없어도 되는 사치품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품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 마스크를 돈으로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고, 때로는 시비로 싸우기도 했다.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보다 쉽고 가능한 대안들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뱀 같은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닌가?

남북한의 상이한 입장과 특히 남한 내의 통일에 대한 다른 입장의 우리에게 성경은 말씀한다. “베드로가 이르되 주여 그럴 수 없나이다 속되고 깨끗하지 아니한 것을 내가 결코 먹지 아니하였나이다 한 대 또 두 번째 소리가 있으되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하더라”(행 10:14-15)

우리는 나와 다른 입장의 사람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지금 우리도 전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 아닌가? 나와 다른 그들도 사랑과 복음으로 포용하고,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분단 70여 년이 지나는 이 땅에 어떻게 실현되어야 할지 성찰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는가?

김홍섭/ 평화통일연대 동북아평화교육원장,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김홍섭  ihom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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