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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권 방정식에 달린 신년 정치구도
영남일보 송국건 | 승인 2021.01.14 18:23|(0호)
2020년 서울 정가의 화제인물은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은 기성 정치인이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작년에 이어 신년 초반에도 ‘윤석열’은 정국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당분간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3강’을 형성할 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4월에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그리고 7월 검찰총장 임기 만료가 윤 총장의 대권가도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을 둘러싼 대권방정식은 개인의 정치진로 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의 행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상대 쪽에 서 있는 문재인 정권도 윤 총장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해야 한다. 결국 내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올 한 해 정치구도는 윤석열 대권방정식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역으로 윤 총장의 예상행보를 짚어보면 4월 보선 후 본격 전개될 대권정국도 읽히게 됨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권방정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다만, 변수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역대 대선의 정치일정을 대입해서 관측해 보면 술술 풀리기도 한다. 윤 총장은 서울 행정법원이 정직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업무에 복귀했고, 일단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윤 총장의 복귀에 여론이 관심을 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문재인 정권의 계속될 압박을 뚫고 살아 있는 권력수사를 계속할 수 있을 지를 지켜본다.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친 후 정치권에 진입해 대권 도전에 나설지 여부다.
두 사안은 모두 연결돼 있다. 권력수사를 제대로 하면 보수와 일부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대권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반면 흐지부지 끝내면 과거 보수정권을 원칙대로 수사했던 일과 비교돼 정치적 입지는 좁아진다. 공수처 출범 등 검찰의 권력수사에 한계가 생기겠지만 진보정권에 대한 수사 의지는 인정받아야 보수정권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윤 총장의 대권 길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제 1단계는 7월 24일 검찰총장 만료 때까지다. 이 기간 검찰총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 주느냐가 관건이다. 현직 검찰총장이지만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대상에 계속 오를 것이므로 유권자들의 평가는 수시로 나온다.
검찰총장 단계에선 두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 고비는 민주당 강경파들이 ‘윤석열 축출’의 마지막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국회 탄핵이다. 검찰총장 탄핵엔 김두관 의원이 깃발을 들고 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 윤 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법원으로 끌고 갔을 때부터, 국회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았다. 주변의 만류로 법원의 결정까지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며 “검찰과 법원이 장악한 정치를 국회로 가져 오겠다”고 썼다. 여기에 강성 친문과 초선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
국회의 검사 탄핵 소추 관련 조항은 헌법 65조와 검찰청법 37조에 명시돼 있다.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재적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다음 단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안을 인용하기 위해선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 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그런데 법무부 징계위에서 해임(파면)을 의결하지 않고 정직2개월 징계만 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새로운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한 헌재도 파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주당 강경파들이 이를 알면서도 국회 탄핵 의결을 밀어붙이는 데는 노림수가 있다. 국회 의결과 탄핵 결정까지 기간 동안 윤 총장의 직무가 또 정지되므로 권력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2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3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두어 달 정도는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 공수처가 출범해 고위공직자 수사를 몽땅 가져가서 뭉개버리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윤 총장으로선 민주당 지도부의 역풍 우려로 탄핵안 발의가 되지 않더라도 공수처가 기다리고 있다. 속전속결로 월성원전1호기 조기폐쇄 과정의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처리하지 못하면 권력수사는 물거품이 된다. 공수처가 검찰총장 단계에서 두 번째 고비인 이유다.
제 1단계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이 여당 발 탄핵론과 공수처에 맞서는 사이에 정치권에선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 4월 7일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는 서울시장선거다. 그때까지는 관전자인 윤 총장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퇴임 후 정치로 진입하는 길이 다소 좁아진다.
이 경우 기세를 올린 국민의힘 안에서 내친김에 정권탈환으로 가자며 대권주자들이 각축전에 들어갈 게 뻔하다. 지금 거론되는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등 외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면 보수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의 대권가도는 더 넓어진다. 이 경우 보수정당은 2016년 20대 총선→2017년 조기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서 무려 5연패를 하게 된다. 그 상태론 내년 대선도 패색이 짙다. 따라서 국민의힘 해산을 통한 ‘헤쳐모여’ 논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선거 5연패에 책임이 있는 기존의 대권주자들도 더욱 위축된다.
이 때 장외인 검찰에 머물고 있는 윤 총장의 몸값은 치솟는다. ‘윤석열 대망론’을 외치는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을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추진하며 ‘윤석열 신당’을 띄울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이 퇴임하는 7월까지 3개월여 동안 범야권에 빅뱅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그 중심에 윤 총장이 서는 구도다.
윤 총장의 대권 길 제 2단계는 우여곡절 끝에 임기를 채우고 내년 7월 검찰에서 나왔을 때부터 시작된다. 총장 재직 기간 실시되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이 일어날 걸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이 해산되지 않고 제1야당으로 남은 상태에서 윤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대권 입구는 두 갈래다.
첫째, 국민의힘에 참여하지 않고 제3지대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양극단의 대치에 신물을 내는 국민, 특히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정치판 질서인 이념과 노선보다 정의와 가치를 앞세우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정치현실에서 ‘중도’ ‘제3의길’은 항상 성공하지 못했다. 안철수가 대표적이다. 남북 분단 상황과 맞물려 이념대결이 여전히 판을 치는 까닭이다.
따라서 윤 총장이 현실을 감안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다만 정치권에선 검찰총장 임기 후에 대권 가도를 스타트 하는 건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초년생인데 대권까지 불과 8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뛰어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론 그렇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다. 또 윤 총장은 이미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으므로 결코 늦지 않다. 역대 대통령선거 스케줄을 봐도 그렇다. 통상적으로 각 당 후보는 본선 4개월 전에 확정됐고, 그 이전 4개월 동안 당내에서 후보경선전이 열렸다. 합해서 8개월이니, 윤 총장의 퇴임 후 대선까지 기간과 일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은 12월 19일에 치러졌는데, 새누리당 경선은 8월19일이었다. 경선 4개월 전인 4월쯤에 김문수 정몽준 안상수 김태호 이재오 임태희 등 잠룡들이 줄줄이 경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에도 마찬가지로 8월 19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당내 경선이 실시됐다. 역시 4개월 전인 4월에 홍준표 원희룡 등이 경선도전을 선언했다. 그 한 달 전엔 손학규가 이명박-박근혜 경쟁구도에서 세 불리를 느끼고 탈당했으니 본선 8, 9개월 전에 구도가 잡히기 시작하는 셈이다.
이번엔 2017년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바람에 내년 3월9일이 대선이니 4개월 전이라면 내년 11월 9일쯤 경선이 실시될 수 있다. 잠룡들은 그로부터 4개월 전인 7월쯤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질 테고 윤 총장도 동참이 가능한 셈이다. 경선 4개월, 대선 8개월 전에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에게 안성맞춤 대선 스케줄일 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까지의 대전제는 여럿 있다. 윤 총장이 과연 정치를 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국회에서 퇴임 후 봉사활동에 정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언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무리다.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 동안 보수 유권자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지지율도 서서히 내려앉을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1년 전 쯤 지지율 1위를 차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서울시장선거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낙연 이재명은 물론이고 제3, 제4의 여권 유력주자까지 등장하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을 가릴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시국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있기 때문에 지금 윤석열 지지율 1위 상황을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제거되고 윤 총장이 범야권의 단일 대권주자가 된다면 제 3단계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다. 3단계 허들을 모두 통과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영남일보 송국건  rek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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