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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책기조 유지하면 큰 반동 기대 어렵다정부는 새해 성장률 3.2% 전망
홍인표 | 승인 2021.01.14 18:15|(0호)
2020년 한국 경제는 일년 내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성장률은 -1.1%(정부 전망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보인 것은 2차 오일쇼크로 -1.6%를 기록한 1980년과 아시아 금융위기 여파로 -5.1%로 성장률이 급락한 1998년 이후 세 번째이다. 2020년 경제성장률 역성장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내수 소비가 크게 줄었고, 세계가 휘청거리면서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모든 경제 지표가 나빠져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상 최악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손님이 크게 줄면서 앞다퉈 가게를 닫았다. 기업은 갈수록 나빠지는 경영환경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 정부가 법인세 세율을 크게 높인데다, 국회는 이른바 ‘기업규제(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라고 부름)3법‘을 통과시켜 대주주 손발을 묶는 바람에 외국 투기자본이 손쉽게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넘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했다. 실물경제는 이처럼 힘들었지만, 시중에 풀려난 돈이 부동산과 증시에 몰리면서 아파트 값과 주가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뛰어올랐다. 2021년 새해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 19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경기회복을 맞이할 것인가. <편집자주>

 
정부는 2020년 12월17일, 새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이는 주요 국내외 전망기관보다 낙관적인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은 11월 26일, 우리 경제 새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 새해 경제전망과 한은 전망을 비교해보면 정부는 건설투자, 민간투자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새해 건설투자가 1.0%, 설비투자가 4.8%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은은 각각 0.5%, 4.3%로 제시한 바 있다. 이밖에 취업자(15만명 증가), 경상수지흑자(630억 달러)도 한은 전망치보다 높게 잡았다. 정부가 새해 성장률 목표치를 다른 기관보다 높게 잡은 것은 정부 투자를 크게 늘리는 것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해 정부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558조원으로 늘려잡았다. 이는 2020년보다 8.9% 늘어난 것으로 정부는 나랏돈을 과감하게 풀어 경제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면 3.2%라는 정부의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우리가 쉽게 달성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 가장 먼저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핵심 해법인 백신 확보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EU, 싱가포르까지 서둘러 백신을 확보, 국민들이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늦게 백신 확보에 나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2월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고, 새해 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는 밝혔지만, 실제 언제부터 접종을 시작할지 불투명하다. 실무 책임자인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물량은 새해 1분기(1월~3월)부터 들어올 예정이지만 백신 생산량이나 유통문제에서 불확실성이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이 빨리 이뤄지지 못할 경우 경기 회복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새해 수출은 미국 EU 등 주요국가의 경기 회복으로 정부 기대(8.6% 증가 전망)처럼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내 백신 공급 차질로 코로나19가 빨리 진정세로 돌아서지 못하면 소비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정부는 새해 소비가 2020년보다 3.1%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것조차 낙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수출기업은 경기 회복의 이익을 챙기는 반면 내수 업종은 불황에 시달리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 정책도 경기 회복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확정한 새해 주요 대책은 재정 조기 집행, 정책금융 확대,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승용차 개별소비세 30% 인하이다. 대부분 기존 정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경제계는 경기 회복을 위해 신산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와 국회는 이런 요구는 외면한 채 이른바 공정경제 3법(재계는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른다)을 만들어 기업에 큰 부담을 안겼다. 공정경제 3법의 핵심은 대주주 횡포를 막는다는 것이지만, 외국인 투기자본에게는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호이다. 마치 1998년 외환위기 때 시중은행이 파산했을 때 우리나라 대기업은 은행을 가질 수 없다며 인수 기회조차 전혀 안주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넘겨준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해 살펴보아야 할 또 하나의 위험 변수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새해 4월에는 대선 전초전이라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재 보궐선거가 있다. 2022년 3월에는 대통령선거를 치른다. 정치권이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해 퍼주기 식 복지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 각종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쏟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새해 연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풀 예정이다. 하지만 현금 복지는 경제 회복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2020년 국민 세금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여러 차례 나눠주었지만 실제 경기 부양효과는 미미했다. 조사 결과 정부가 지원금 100원을 주었을 경우 GDP는 2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그동안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과 1600종이 넘는 현금 복지 등 천문학적 세금을 뿌렸지만 도리어 양극화 격차는 가속화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합친 사회빈곤층은 2020년 11월말 현재 272만 명에 이르러 현 정부 들어 55만 명 늘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빈곤층이 21만 명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늘었다. 경제를 제대로 회복시키려면 기업 규제 완화, 경영 환경 개선부터 시작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기업을 적대시하는 현 정부 성향 상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들도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 19에 따른 소비위축이 자영업을 폐업절벽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숫자는 크게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자영업자는 552만3000명으로 2019년 11월보다 5만9000명 줄었다. 2020년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자영업자 감소세는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이어지기는 했지만 월평균 감소폭은 2020년(7만6000명)이 2019년(3만2167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면서 빈 사무실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사무실이 많이 몰려있는 서울 광화문의 경우 2019년 4분기(10월~12월) 공실률이 3.7%에서 2020년 3분기(7월~9월) 9.3%로 크게 늘었다. 사무실 10개중 1개꼴로 비어있다는 뜻이다. 사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코로나 19 확산 이전부터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 근무와 같은 악재가 터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코로나 19라는 초대형악재가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수난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 고용이 줄고 결국 소비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도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그다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이 당장 가시화한다고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와 같은 정책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을 계속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은 현 정부가 아예 작심하고 잡겠다고 나선 분야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에만 7차례 크고 작은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완패했다. 핀셋규제를 한다고 했지만 이른바 풍선효과를 만들었다. 비싼 주택에 높은 세금을 매겼지만 규제가 없는 곳의 집값마저 오르게 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 6억 원 이하 비율은 67%였다. 하지만 2020년 6월말 현재 29%로 줄었다. 반면 9억 원을 넘는 아파트는 같은 기간 15%에서 39%로 크게 늘었다. 전세난도 서민들을 괴롭게 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국 전셋값은 1.94%, 서울은 1.31% 올랐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계약기간 2년+2년)을 담은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8주 연속 올랐다. 부동산 시장도 주택 공급 물량이 늘지 않는 한 가격 오름세는 계속되고 전세난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새해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부가 경제운용 기조를 그대로 고집한다면, 시장친화적인 경제 활성화를 외면한다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과감하게 서두르지 못한다면, 새해 경제는 유감스럽게도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홍인표  016266124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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