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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배고픈 사람이 빵을 살 수 있는 자유가 보수의 가치”경제정책의 목표는 물질적 자유의 극대화
최재영 기자 | 승인 2020.06.18 12:09|(0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4·15총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으로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을 선택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대 상황에 맞춰 경제정책도 변해야한다”면서 “보수의 가치는 배고픈 사람이 빵을 살 수 있는 자유”라고 당내 변화를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해서 “코로나로 인해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살포(?)했으나 통합당은 그것을 반대만 하고 있었다”면서 “세상은 변하고 국민들 의식수준이 높아지는데 당이 그것을 못 따라가면서 적자재정만 탓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그는 “당이 솔직해져야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며 “젊은 세대 특히 3040세대들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비밀스러운 것이다” 는 강조했다.
 
김종인, ‘보수’ 이념 삭제…“자유우파·보수 강조 말자”
일부, “정강·정책 실천이 문제”·“보수에 화풀이 안 돼”
 
지난 1일 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진취적인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진보보다 더 앞서가고, 진보보다 더 국민 마음을 사겠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그는 “다소 불만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과거 가치와는 조금 떨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시비 걸지 말고 협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들 협력해서 이 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 다음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체제를 갖출 수 있게 해달라”며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도 밝지 않다”고 했다.
 
지난 3일에는 “보수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하는 형식적 자유로 아무 도움도 안 되고, 의미도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자유 우파·보수란 말을 강조하지 말자”고 한 것이다. 그는 2012년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비대위 당시 정강·정책에서 ‘보수’ 삭제를 시도했다가 당내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문제는 통합당 내 공감대 형성이다. ‘보수 정체성’을 자극할 만한 김 위원장의 발언과 정책은 당내 일부 의원들과 전통적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보수용어가 무슨 잘못이 있냐”고 날을 세웠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강·정책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문제이지, 정강·정책이 문제인가”라며 “보수의 소중한 가치마저 부정하며 보수라는 단어에 화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김 위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위원장이 이념을 넘어선 실용적 노선을 견지하는 등 파격적인 발언으로 보수정당의 기류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통합당에서 보수를 빼자는 발언에 이어 한발 더 나아가 진보에서 내세우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보수 세력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김, 기본소득제 검토…민주당과 ‘정책대결’해야
통합당내 반대입장 79% 넘어…재원 마련 어려워
 
지난 6월4일 김 위원장은 “고용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확립하고 보건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 아울러 이로 인해서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차원에서 국가혁신,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 및 예산에 협력할 것이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더 이상 하지 않겠고, 국가의 발전을 위한 일, 국민의 안녕을 위한 일이라면 적극 여당과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여당의 전유물인 ‘기본소득제’를 검토해보겠다는 선언으로 통합당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엄밀히 말하면 불화를 자초했다는 표현이 맞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참패한 통합당이 대선과 지방선거 등 차기 선거에서 반전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변화하고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여전히 보수적인 세력들은 민주당과 정의당에서 논의하는 기본소득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YTN이 (주)리얼미터에 의뢰해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본소득제에 대한 입장에 대한 물음에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48.6%였고,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어 반대한다’는 응답은 42.8%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6%로 나타났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70.8% 반대 입장이었다. 여전히 변화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언급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시작했다. 이어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하나둘씩 이에 가담하는 발언을 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천 방안을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더 정의롭다”고 각을 달리했다.
 
김부겸 전 민주당의원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하였으나, 이재명 지사는 “일단 시작하고 서서히 증액하자”는 입장이다.
 
기본소득제란 재산이나 소득의 유무 노동여부나 노동의사와 관계없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일정의 기본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기본소득제라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미국 알래스카 주 이며 그곳에서 생산되고 판매되어지는 석유수입으로 하여금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설립해 1982년부터 6개월이상 거주한 모든 알래스카 지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현재까지도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렇게 좋은 기본소득제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재원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4인 가구당 100만원만 지급해도 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누구에게 줄 것인지’라는 대상선정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의 패패원인을 청년들과, 수도권, 호남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보수들이 약자에게 한없이 약했다’는 점도 한몫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지금은 보수와 진보 이념을 떠나 먹고사는 것이 최우선 문제이다. 노인들은 각종 복지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젊은 청년층들은 실업과 주거난 등으로 결혼도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의 대상을 ‘청년기본소득’으로 한정하고 싶어한다. 청년들에게 기를 살려주고 이들에게서 보수를 지지해달라고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도 조세부담,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청와대도 기본소득에 대해 함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이유 중 하나가 재원마련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통합당 내 대표적 경제통으로 꼽히는 추경호 의원은 “기본소득의 실상이 뭔지 제대로 알고 도입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려면 200조 원을 더 걷어야 하고, 소득·세액 공제와 기초생활보장제가 다 없어져야 하는데 이런 실상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분당 가능성보다는 당분간 ‘순항’에 무게
“2022년 대선 승리 못하면 국가 방향 잃을 수도”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당내 일각 ‘김종인 반대론’도 여전하다. 반대론자들은 김 위원장이 팔순이 넘은 나이와 여야를 오간 경력, 20대 국회에서 외부인사가 비대위를 맡았지만 실패한 경험 등을 거론하며 ‘자강론’을 주장한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안정적으로 순항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 위원장이 ‘수구본색’ 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정해진 임기 내 당을 쇄신할 수 있을지, 아니면 중도 하차를 하게 될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총선 참패로 계파의 힘이 빠진 상태라고 해도, 자기 정치를 하는 의원들의 ‘발목잡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조심스레 ‘분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통합당의 ‘분당 가능성’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분당 가능성은 전혀 없다. 대선을 앞두고 또 분당이 되면 대선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김종인 위원장이 중도 하차할 가능성은 배제 못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분당될 가능성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등을 외치던 대한애국당 등 원외 정당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몇 명 이탈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최 평론가 역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생리를 아는 사람들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와중에도 당 안팎에서는 일단 김종인 비대위는 당분간은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위 표결 과정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 표 차이와 당 과반을 차지하는 초·재선(60명) 당선인들의 지지, 그동안 김종인 비대위를 주장해 온 주호영 원내대표 등의 힘 실어주기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합심해서 2022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갈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젊은 피로 수혈되고 대변화를 직시하면 2년 후 대선을 승리 할 수 있지만, 그 선거에서 진다면 통합당의 존립문제가 생길 것이다”고 예측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 비대위원에 젊은 사람들을 다수 포진시켰다. 새로운 세대가 당도 이끌고 나라를 이끌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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