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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성공하려면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이 관건
최재영 기자 | 승인 2020.06.18 12:00|(0호)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와 마이너스 성장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1월 20일 첫 코로나 19 환자 발생 이후 수출 급감, 제조업 서비스업 위기, 고용충격, 소비위축에 따른 자영업 위기가 맞물려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경제는 이 난관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나. 정부는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노력을 함께 기울이지 않으면 상당기간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나오는 각종 경제지표는 우려했던 대로 코로나 19 영향으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자는 127만8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만3000명 더 늘었다. 5월이면 고용이 가장 활발해야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도리어 줄었다. 실업률도 0.5%포인트 오른 4.5%까지 올랐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출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은 지난 3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4월과 5월에는 각각 25.5%, 23.7% 줄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코로나 19로 전 세계가 사실상 문을 닫아 무역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 19 사태가 한창이던 3월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를 시작으로 6월 1일까지 6차례 비상경제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6번의 회의를 통해 모두 250조 원의 직접지원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한다. 올해 예산을 512조 원으로 크게 늘렸던 정부는 그것도 모자라 추경(추가경정예산안)을 올 들어 3차례 추진하고 있다. 한 해 세 차례나 추경을 하는 것은 48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위기 상황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준비한 3번째 추경(정부안 기준)은 단일 추경으로는 가장 많은 35조3000억 원에 이른다. 올해 1차 추경(11조7000억 원), 2차 추경(12조2000억 원)을 합친 것(23조9000억 원)보다 많고, 국제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추경(28조4000억 원)보다 많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족한 것보다는 충분한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마련한 카드는 ‘한국판 뉴딜’이다1929년 시작된 대공황으로 경제가 곤두박질치던 1930년대 초반 미국이 단행했던 뉴딜을 본떴다. 나랏돈을 엄청나게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것이다. 6월 1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다. 이것은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지향하는 디지털 뉴딜과 친환경·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는 그린 뉴딜 양대 축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는 25개 핵심 프로젝트에 2025년까지 나랏돈 76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1단계로 현 정부 임기인 2022년까지 3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55만 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45조 원을 더 투입하기로 했다. 언론의 평가를 보면 긍정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실업자 구제를 위해 나랏돈을 많이 들여 공공 일자리 만들기에만 신경 쓸 뿐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공황 시기 미국은 단기적으로 실업자 구제, 중기적으로 산업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기회복, 장기적으로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이것과 비교하면 한국판 뉴딜은 단순히 실업자 구제라는 단일 목표에만 너무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그린이라는 이름을 내걸기는 했지만 혁신적인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뉴딜만 해도 13조4000억 원을 투입해 33만 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핵심사업인 5세대(G) 국가 망 추진은 재작년부터 국가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던 것이다.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초·중·고교 구형 노트북 교체 사업도 그동안 추진하던 사업을 이번에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다시 내놓았다. 그린 뉴딜도 노후 경유차의 친환경차 전환이나 공공시설 에너지 효율 개선, 국립학교 태양광 설치를 내걸고 있지만 그다지 새로운 게 아니다. 그나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판 뉴딜에 기대를 걸고 있다. OECD는 최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면서 “한국 경제는 연중 코로나 19가 다시 번지면 세계경제 침체가 수출에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디지털, 그린 프로젝트 중심의 한국판 뉴딜은 투자 고용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판 뉴딜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올해 2차 추경까지 반영된 우리나라 국가채무 규모는 819조 원이다. 지난해(740조8000억 원)보다 78조2000억 원 늘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1, 2차 추경을 통해 이미 41.4%로 높아졌다. 3차 추경을 합치면 43.5%로 늘어난다. 나라 곳간이 비어 3차 추경도 상당 부분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더욱이 우리나라 성장률이 정부 예상(0.1% 성장)보다 낮을 경우는 국가채무 비율이 46.5%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는 4, 5차 추경 편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그때마다 나랏빚이 늘어난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도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만 보이고, 세수 증대 등 나라 수입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가 하는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지금이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할 위기상황이라는 데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다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눈에 띈다. 여당인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는 재정건전성 기준인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60%를 넘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랏빚이 너무 빨리 늘어나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요즘과 같은 비상시국은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나라는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겪을 때마다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금융 제도를 손질하면서 체질 강화의 계기로 삼은 바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정부가 코로나 19 사태를 계기로 추진하고 있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보자.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 상위 기업 1000곳을 조사한 결과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3%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국내에서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리쇼어링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기업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없애는 등 과감한 규제혁파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기업들이 주장하고 있는 규제개혁과 노동시장 개혁도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밝히고는 있다. 하지만 규제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가 이해 관계자들을 일일이 설득하지 못하면 그저 말로만 그칠 수 있다. 원격의료만 해도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의료의 질을 문제 삼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 특별 연설에서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빗장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살피는지 한국판 뉴딜에 비대면 산업은 빠졌다. 신산업의 경우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국내서는 업계 이해관계와 규제가 맞물리면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현안인 노동시장 개혁은 어떤가. 현재 구조로는 기업이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인력을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을 보장받지만 기업은 신규 인력을 뽑을 엄두를 내지 못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경직성이 국가발전의 장애물이라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 보고서를 보면 140개 대상국 가운데 한국의 노사관계 협력은 124위에 그쳤다. 이번 기회에 노동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이 커갈 수 있는 역동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살고, 투자가 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코로나 19 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반등의 계기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기업이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계속 고집할 경우 어떤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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