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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반기문 위원장원자폭탄보다 무섭다는 미세먼지 해결책은? 우리정부, 중국에 외교적 노력 기울여야
홍인표 | 승인 2019.06.17 15:47|(209호)
올 봄, 관측 사상 최악의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전역을 강타했다. 미세먼지가 원자폭탄보다 무섭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을 씻어내지 않고서는 국민이 행복해질 수 없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 미세먼지를 많이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라는 여론도 만만찮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능력에 기대를 걸면서 직속 범 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켰다. 반기문 위원장이 국가기후환경회의를 통해 어떻게 미세먼지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은퇴한 장모씨(65)는 날마다 1시간 동안 동네 산책터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나가기 전에 미국 기상청이 우리나라 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앱을 반드시 살펴보고 나간다.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웃돈다고 나오면 운동을 포기한다. 외견상 맑은 날이라고 해도 스마트폰 앱이 미세먼지가 심상찮다고 알려주면 아침 운동을 나가지 않는다.
 미세먼지 상황은 국가적 재앙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의 도시별 대기질지수(AQI)를 보면 3월 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서울은 188로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나쁜 도시가 됐다. 당시 서울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178㎍/㎥까지 치솟아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천이 180으로 2위, 부산이 156으로 8위였다. 반면 미세먼지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베이징은 45를 기록해 58위에 머물렀다. 당시 상황만 보면 베이징이 서울이나 인천, 부산보다 미세먼지에 관한한 형편이 훨씬 좋은 셈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OECD 회원국 도시별로 초미세 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봐도 오염도 상위 100개 도시 중 우리나라 도시가 44개가 들어있다.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정부는 3월 6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역에 비상 저감 조치를 발령했다.
 미세먼지는 침묵의 살인마라는 별명답게 소리 없이 사람을 죽이는 가장 위험한 환경재해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자가 우리나라에서 한 해 1만 5825명(세계보건기구, 2016년 기준)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세먼지가 혈관을 통해 온 몸에 침투하면서 심질환과 뇌졸중, 급성호흡기감염, 만성폐쇄성폐질환, 폐암 순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개월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는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하고 활동량과 호흡량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만들어 미세먼지 문제 해법 찾기에 나섰다. 4월29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대통령 직속 범 국가기구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정당,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를 대표하는 위원 42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2022년까지 2014년 대비 30% 줄인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 목표 달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안한다. 그리고 정부와 각계 각 분야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행동을 권고할 예정이다. 
그동안 대기오염 정책은 발전소나 대형 사업장, 대형 차량 위주로 오염물질 배출 감소만으로도 일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미세먼지 배출총량에서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38%)이 가장 크다. 그러나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려면 중소 사업장은 물론 영세업자의 경유차나 농어촌 미세먼지도 줄여야 한다. 일반 가정도 친환경 냉ㆍ난방기로 바꿔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중장기 대책을 기대하는 것 못지않게 정부는 기업이나 가정, 자동차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가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국민이 불편을 감내하도록 설득하고 주변국의 협조를 끌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기문 위원장이 <우리가 만들 대책은 과감한 것을 넘어 약간 과하다 싶은 안이 될 것>이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전 국민이 죽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강한 표현을 쓴 것도 그만큼 국민의 동참 노력을 끌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기문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는 이념도, 정파도, 국경도 없으며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며 <정부, 기업, 시민 할 것 없이 모두 다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국민 개개인에게 읍소한다>며 <이제는 내가 손해다, 우리 산업계가 손해다 이런 말씀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앞으로 위원회가 듣기 좋은 소리 대신 경유차 감축, 산업계 부담 등 국민 모두가 고통을 감내하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반기문 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을 위해 국내 배출 원부터 획기적으로 줄여야한다>며 충격요법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적인 방법으로 중국 등 주변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보다 국내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니까 온 국민이 참여하고 고통을 나눠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공동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 위원장은 <4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중국 측도 우리의 우려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며 <우리의 정책적, 국민적 노력이 뒷받침될 때 중국과도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의 책임 공방을 떠나 우리가 할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출범식을 마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세먼지 문제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토해 근본적 해법을 정부에 제안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첫 과제는 올겨울이면 다시 돌아올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12월~5월 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근본적인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단계적으로 준비한다.
이를 위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5월중 일반 시민 500명을 모아 국민정책참여단을 만들 예정이다. 6월중 국민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여기서 미세먼지에 관련한 의견을 나누고, 숙의 과정을 거쳐서 오는 9월쯤 첫 정책 대안을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경기, 충남 등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선 타운홀 미팅을 열어 현장 소통도 병행한다. 9월에는 국제포럼을 여는 등 중국 등 동북아 국가와의 협력을 도모하고 관련 협약 체결을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일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소속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슷한 국가기구가 출범해 옥상옥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미세먼지 특위가 법정 기구로 정부의 종합대책을 심의ㆍ조정하는 반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들이 숙의 과정을 거쳐 정부에 제안하고 권하는 것이어서 활동이 겹치지 않고 보완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세먼지 특위가 정부 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새로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국민의 여론을 모아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국가기후환경회의 결정 사항을 정책에 반영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깨끗한 공기는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면서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출범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언론 매체는 기대와 주문을, 보수 성향의 언론 매체는 비판을 하거나 큰 기대를 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각각 보이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성공은 올해 진행될 국민정책참여단과 매달 개최할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얼마나 과감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여야 정치권도 정당 추천 위원 5명(국회의장 추천 2명, 더불어 민주당, 자유 한국당, 바른 미래당 추천 각 1명)을 하루 빨리 정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대치 상황으로 정당이 추천 위원 선정 작업을 미루고 있어 본격적인 출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정치적 중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3년인 점을 고려하면 김대중 정부의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처럼 정권이 바뀌고 난 뒤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도 미세먼지와 관련한 의미 있는 해법을 찾으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정치적 행보를 해서는 안 된다. 4월 25일 녹색전환연구소가 주최한 <미세먼지 해결 범 국가기구, 제대로 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일부 발표자가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대책을 직접 추진하기보다는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형태, 정부에 대한 잔소리꾼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를 없애야 하는 것도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과제이다. 정부도 국가기후환경회의를 단순히 구색 맞추기 기구로 볼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제안을 적극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홍인표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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