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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의 총수 부재 속 80주년 맞이한 국민기업 삼성투명 경영·주주친화·경쟁력 강화 목표...한국경제 성장 주도한 업적 되새겨야
김지원 기자 | 승인 2018.05.29 15:41|(206호)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앞 삼성깃발. 연합뉴스 제공
김지원 기자 write0703@naver.com
 
삼성이 지난 3월22일 창립 80주년을 맞이했다.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겪은 삼성은 이날 별도의 창립기념식 없이 사내 방송을 통해 삼성 80년사를 기록한 특집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직원들에 방영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프로그램 구성은 삼성 창업정신을 기리는 내용으로 짜였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경영 일선 복귀가 지연되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삼성은 80주년 기념 특집 영상물 말미 ‘미래의 길’에서 '100년 삼성을 준비한다'는 주제로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을 등 학계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담아 제품을 만들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이 100년을 넘어 함께 만드는 삼성의 미래"라고 언급했다.
 
1년여 부재 속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옥중에서 구상한 ‘미래의 삼성’ 경영 현안 해법들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모아지고 있다. 삼성은 경영 혁신과 신뢰 회복, 투명성 강화를 통해 젊은 삼성으로 거듭나고 옛 삼성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다각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두 해온 삼성은 지난 80년간 많은 부침과 굴곡을 지나왔다. 짧은 시간 고도의 성장을 기록한 한국 경제 역사에서 굴지의 기업 삼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은 몰라도 삼성 제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1년간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안으로는 ‘100년’ 기업을 향해 어느 때보다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2018년 창립 80주년을 맞아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제3의 창업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후 1심 실형 선고에 이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지난 2월 풀려났다. 경영복귀를 서두르기보다는 무너진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판단에 따라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성은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경영 행보를 다시 시작한 이재용 부회장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외출장을 시작으로 경영활동을 재개했다. 3월 22일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 16일간의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7일 귀국했다. 이 부회장은 프랑스 파리, 캐나다 토론토 등을 방문하며 주요 사업 거점 현황을 파악하고 파트너들과 업무 면담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와 신성장동력 확보, 대형 M&A(인수합병) 등을 검토하고 끊어졌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200016년 11월 글로벌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9조 원대에 인수한 뒤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중단된 상태다. 그런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귀는 경영 정상화를 알리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총수가 약 1년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등 악재를 버텨왔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삼성이 체질 개선을 거듭하며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1938년 ‘삼성상회’ 시작해 대한민국 대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글로벌 기업 삼성의 모태는 1938년 3월 1일 대구에 세워진 '삼성상회'다. 당시 청과물과 건어물을 파는 무역업을 했던 삼성상회 후신은 현 삼성물산이다. 이후 총수에 오른 이건희 회장이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인 1988년 3월 22일 임직원 1만여 명을 모인 자리에서 ‘21세기 세계 초일류 기업’을 비전으로 제2의 창립을 선언했다. 그 뒤로 삼성은 1일이 아닌 22일을 기념으로 삼고 있다.
 
삼성이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로 반도체 사업을 비롯한 신성장동력을 다진 것도 이 시기다. 이날 선언을 계기로 삼성은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삼성의 성장은 꾸준히 지속됐다. 1953년 제일제당을 세우며 상업자본에서 산업 자본으로 변신한 뒤 1960년대 이후 금융, 중화학, 전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대한민국 제조업의 신화를 창조했다.
 
창업 당시 3만 원에 불과했던 자본금은 80년 만에 100억 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기준 62개 계열사 총자산은 363조 2천억 178억 원이다(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공정자산 기준).
 
창립 당시 40명이던 직원은 삼성의 임직원수는 약 50만 명까지 늘었다. 반도체와 TV,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전세계 1위 기업 자리에 올랐으며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20년간 1위를 지켜 온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기업 왕좌에 올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합니다."는 말을 남겼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찍힌 정경유착 낙인은 삼성 뿐 아니라 재계를 위축시키는 위협요인이 됐다.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경영 혁신, 사회적 신뢰 회복 과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으로 최악의 상황을 넘긴 삼성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공헌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과제가 산적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판결 이후 사법부 개혁 목소리가 봇물을 이루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이 보장되는 법원 내부의 개혁 방안을 요구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니다. 다만 수감 기간 동안 끊어진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등 작업은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전망이다. 또 다양한 경영 혁신과 신뢰 회복, 투명성 강화를 통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옛 삼성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다각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8년 만에 '무(無)노조 경영'탈피...변화의 신호탄
 
기대되는 삼성 변화의 핵심은 투명 경영, 주주친화, 경쟁력 강화로 압축된다. 삼성은 지난달 17일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모든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고용 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근무하는 수리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無)노조 경영' 탈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이번 결정은 비슷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타 대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의 최우선 가치는 ‘조직에 대한 신뢰구촉’이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지배 구조를 개선하고 총수 일가 지분 단순화 등 강도 높은 쇄신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친화 정책도 삼성이 내놓은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50:1의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삼성의 이 같은 결정은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높아 일반 투자자들이 사기에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금보다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도 주목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치소를 나오며 “저희가 상당한 규모로 (사회공헌 예산을) 집행해 왔지만, 한국을 포함해서 글로벌 사회에서 '삼성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작업에 강도가 더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삼성은 총 4개 재단을 통해 공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나눔경영 비용으로 4450억 원을 썼다. 연간 기부금은 약 3000억 원에 이른다.
 
국민들이 재벌기업의 ‘사회 환원’을 바라고 있는 만큼, 삼성의 나눔 활동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출소한 뒤 이런 움직임들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울러 ‘뉴삼성’에 기반을 둔 능동적인 경영환경과 이재용 시대를 공고히 할 구체적인 기반을 마련할 다양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창립 80주년을 맞아 이와 같은 전망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원 기자  scentli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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