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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1년 외교안보정책 평가
정경NEWS | 승인 2018.05.29 11:12|(206호)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며 남북관계를 개선하면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삼되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심상찮던 한반도 정세가 2018년 들어 급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고위 대표단 방남과 문재인 대통령 특사 방북, 4. 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년 우리 외교안보의 축인 한미관계, 한중관계를 비롯해 한일관계, 신남방정책을 점검하면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8.4.27
 
 <위태로운 한미관계>
 
 한미관계의 핵심은 북핵 문제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모두 11차례 미사일 도발과 제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1일, 서둘러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 안보의 축인 한미동맹을 굳건히 다지고 두 정상간 신뢰구축을 위해서였다. 2017년 1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한미공조는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이뤄졌다. 미국과 중국, 국제사회는 북한의 도발에 반발했고, 강력한 UN 제재를 단행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를 통해 대화를 강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면서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문재인 대통령 특사가 김정은 위원장을 찾았고 결국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판문점 선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다.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를테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원칙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표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면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동맹의 상징이다. 하지만 평화협정을 맺었으니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북한이 요구할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동맹국들과 협상에서 논의할 문제이며 북한과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평화협정을 서명하면 주한미군이 더 이상 한국 주둔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기고문에서 지적하고 있다. 자칫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공론화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년 한미관계가 모두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공정하지 못한 한미 무역협정(FTA) 덕분에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한미 두 나라는 FTA 재협상을 벌였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매기겠다는 25% 관세를 물지 않는 대신 철강 수출 물량을 업계 자율로 제한하기로 했고,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에 대해 관세를 20년 연장하기로 했다. 트럭은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힌 셈이다. 철강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 문제도 환율주권을 침해받았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우리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미국이 바라는 대로 양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만 명 주한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안보를 지켜주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대가를 제대로 내지 않고 이른바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 불똥이 떨어진 것은 한미 두 나라가 벌이는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다. 올해 협상을 마무리를 짓고 내년부터 새로 적용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 미군 주둔 비용 가운데 우리나라가 분담하는 몫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9507억을 미국 측에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주둔 비용 100%(2조원 추정)를 우리보고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방위비를 더 부담하는 선에서 합의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고비 넘긴 한중관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서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우리나라는 북한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첨단 레이더와 요격 미사일을 갖춘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사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 요격망을 감시할 수 있다면서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사드 배치에 내심 소극적이었다. 굳이 한중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사드 배치를 강행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중국에는 북핵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를 철거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우리 정부는 2017년 10월 31일, 이른바 3불 원칙(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편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불가)을 중국 정부에 약속했다. 이런 약속에 대해 미국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기울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한중관계 복원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일정 부분 중국측에 양보를 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관계정상화에 합의했다. 당시 중국은 문 대통령에게 제대로 식사 대접을 하지 않는 외교적 결례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것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 진출한 롯데는 치명상을 입고 중국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겨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3월30일 방한해 이제 더 이상 사드 보복은 없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한중관계는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고 본다.

북중관계는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3월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중국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본격적인 경제 개발을 추진하려면 중국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함을 실감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도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의 길을 빨리 걸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중 관계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 방중으로 두 나라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했음을 보여주었다. 북핵 문제에 관한한 중국은 적극적인 해결사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시진핑 주석이 취임 이후 처음 북한을 찾을 때이다. 미북정상회담이 끝난 6월쯤 방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5월2일 중국 외교부장으로서는 11년 만에 평양을 찾은 것은 북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정지작업을 하러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모색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추진)과 쌍중단(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남북정상회담이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기존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면서도 사정에 따라서는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남북한, 미국, 중국이 함께 하는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2017.12.14

 <발목 잡힌 한일관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가 맺은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진정한 사과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강행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양국 정부가 맺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번 합의에서 1mm도 움직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넘어간 듯하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에는 이 사안에 대해 재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다만 북핵 문제가 변수다. 한일관계가 나빠지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쟁에서 일본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최대 관심사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아베 총리와 김정은 위원장의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5월9일 일본에서 아베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 한중일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방일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6년 반 만에 처음이며 한일 정상이 만나는 것은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반도 주변 4강 국가 방문을 마무리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미국, 러시아, 중국을 방문했지만 일본은 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화해국면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뜻을 비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으로 핵 폐기 의사가 있는지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한미일 안보 연대를 강화해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 의미를 두는 것은 북미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 이후 전개되는 경제협력 국면에서는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전후 배상금(현재로서는 1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을 북한에 주고 북한이 이 돈을 종자돈으로 활용해 경제 개발에 투입한다는 것이 남북한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다. 실제로 북한에 도로, 철도, 항만 건설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 이것을 일본의 배상금이나 일본 자금으로 활용해보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복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 백지화와는 별개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일본 방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4 베트남에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호찌민 전 주석의 흉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8.3.23
 <4강외교 대안으로 떠오른 신남방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3월22일 베트남을 방문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 4대 교역국이며 우리나라는 베트남의 2대 교역국이다. 베트남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신남방정책의 핵심 거점이다. 신북방정책이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경제협력을 말한다면, 신남방정책은 우리나라 남쪽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펼치게 될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대 아세안 교류 정책이다. 동남아시아 10개국 연합체를 일컫는 아세안은 인구 6억 3000만 명,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2조 6000억 달러, 매년 5%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시장이다. 특히 주요 경제활동 연령이 평균 30세 미만일 정도로 젊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아세안을 비롯해 인도와 교류 협력을 한반도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외교정책이다.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량을 현재 중국과의 교역 수준인 2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잡고 있다. 아세안과 인도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을 비롯해 아베 일본 총리도 중국에 대한 대안으로 꼽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신남방정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중국 이후 시장을 찾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우리 기업들로서는 아세안을 비롯해 인도는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장이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 1년을 평가하면 <그동안 좋았다. 그러나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던 한중관계 복원은 미국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큰 고비를 넘겼다. 한미관계는 경제 문제에서 우리가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긴밀하게 공조하는 데는 성공했다. 한일관계는 나빠졌지만 남북 화해국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2017년말 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북한의 태도 변화로 미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엄청난 대박을 터뜨리는 셈이다. 다만 수많은 변수가 앞에 가로놓여 있다. 어떤 변수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 없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외교전은 앞으로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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