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참가로 평화올림픽 기조 확산
비인기 종목에 희생 강요
한반도기 찬성 과반도 못 넘어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을 방문, 아이스하키 훈련장에서 여자대표팀 한수진(17) 등을 격려하고 있다.

글 · 김세진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남북은 1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평창올림픽 북측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을 열었다. 12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협상 끝에 개회식 한반도기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의 단일팀 구성, 230여 명 규모의 응원단 파견, 공동 훈련 등 11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남북 단일팀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이어 역대 3번째다. 특히 올림픽 같은 종합 국제대회에 남북이 하나가 돼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무게를 두고 있는 '평화올림픽' 기조에 맞는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 대회 흥행성공 등 긍정적 의미와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종목을 여자 하키 팀으로 정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 악화 방지를 위해 쇼트트랙 같은 인기종목 외에 의도적으로 비인기 종목을 희생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사자인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된 것도 문제다. 엔트리 확대와 그에 따른 불공정을 참가국들이 양해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엔트리는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평창 회의에서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한올림픽위원회와 민족올림픽위원회(북한), 남북 고위인사, 남북한 IOC 위원 등이 참가해 논의한다.
 
이 와중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자 하키팀 논란에 관련해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러분 잘 아실 겁니다. 세계랭킹이 우리가 22위…”라고 발언하며 여자 하키 선수 홀대 논란을 확정하다시피 했다.
 
정부는 기존의 한국 선수 최종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일부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단일팀을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한 경기 엔트리는 22명인데다가 북한 선수를 경기에 참가시켜야 평화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와 상대할 참가국 역시 단일팀에게 주어지는 '특혜'에 불복할 수 있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할 경우, 엔트리가 많은 팀이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당연하다. 엔트리 확대가 수용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정부의 평화올림픽 압박에 못 이겨 우리 선수 몇몇은 대표팀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세라 머레이(30·캐나다) 대표팀 감독 이 결정에 대해 “Shocked(충격)”이라고 말하며 '만약 단일팀이 된다면 북측 선수 몇 명이 합류하는 것이 적당하느냐'는 질문에 "10명을 합류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2~3명 정도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냉정히 말하면 북한 선수의 추가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경기까지 3주 남짓 남았다. 선수들 간 팀워크가 중요한 하키 종목은 현실적으로 지금 새로운 선수를 추가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란 불가능하다. 정부가 하라고 하니 말은 못하고 억지로 끌려가는 모양새다.

 
한편 한반도기 입장에 대해서도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7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18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때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0.5%에 불과했다. 반면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9.4%였다.
 
한반도기 입장이나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대한민국 선수들과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정부 기조를 밀어붙이고,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정부 방식은 전 정권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김세진 기자  tianmimi92@daum.net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