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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개최, 北 올림픽 주고 핵 갖고
김세진 기자 | 승인 2018.01.10 11:11|(0호)
종결회의에서 핵문제는 기존 입장 고수
선수단, 응원단 등 포함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확정적
이산가족 합의는 불발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왼쪽)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 종료회의에 공동보도문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2018.1.9
글 김세진 기자 / 사진 연합뉴스 제공


2년 1개월여 만에 남북정부는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9일 8차례에 걸쳐 접촉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에서 양측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넘어 군사당국회담 개최, 한반도 문제 남북 당사자해결 원칙에 합의했다.
 
이날 남북이 합의한 3개항 중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문제와 관련해선 회담 전반부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남한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평창올림픽 북쪽 대표단 파견, 개·폐막식 남북 공동입장, 공동응원을 위한 응원단 파견을 제의하자, 북한 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공동 입장 등에 대해 긍정 검토하겠다."며 고위급 대표단, 민족올림픽위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예술단·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까지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남북은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대표단이 방남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후속 회담 일정 등은 향후 문서로 협의하기로 했다.
우리 측 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오전 회담을 마친 뒤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재개가 필요하다는 우리 측 입장에 대해 북측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경청했다”고 전했다. 과거 우리 측이 ‘비핵화’라고 운을 떼기만 해도 북측 대표단이 얼굴을 붉히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북한이 이날 회담에서 남북 간 가장 껄끄러운 이슈인 개성공단 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5ㆍ24조치 해제의 ‘3대 압박카드’를 꺼내지 않은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 3가지 사안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직결된 것이어서 우리가 당장 응하기 어렵고, 결국 북한이 시비를 거는 순간 모처럼 달아오른 남북 간 대화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리선권 수석대표는 오후 종결회의에서 비핵화 발언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자신들의 기존 입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북측은 이 밖에도 한·미 훈련과 미 전략 자산 전개 문제를 포함한 몇 가지 정치·군사적 문제들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측면이 있다. 구체적인 건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동보도문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이번 설은 2월 16일이라 같은 달 9일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기간에 포함돼 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이어 설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진다면 남북 간 ‘더블 이벤트’로 한반도 해빙 분위기는 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설까지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다소 촉박하다. 남북 적십자회담은 2015년 9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이후 2년 4개월간 중단된 상태다.
 
당장 남북은 이날 합의에 포함된 군사분계선(MDL) 상의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군사당국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0일 미국을 방문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한편, 16일(현지시간)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캐나다에서 열리는 한국전쟁 참전국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이번 회담에 대한 외교적ㆍ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필요성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회담에 앞서 3일에 2016년 2월 이후 전면 중단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개통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성의를 보였다. 북한은 군사당국회담에 대해 줄곧 “민족통일의 대통로를 열어젖히자”고 말하며 내심 정치·군사 분야를 우선적인 의제로 다루길 원했지만, 기선 제압 차원에서 우리 측의 군사회담 제안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남북 군사회담이 개최된다면 2014년 10월 당시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과 김영철 북한 국방위 서기실 책임참사 겸 정찰총국장이 만난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실무진과 내용을 미리 협의하는 정상회담과 달리 남북 회담은 즉흥성이 높아 회담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조명균 장관이 이끈 이번 회담은 종결회의 때 잠시 얼굴을 붉힌 것 외에는 분위기가 유하게 진행됐다는 평이다. 하지만 비핵화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일관된 의중을 확인했고, 이산가족 문제도 아직 협의가 안 된 만큼 다음 군사당국 회담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진 기자  tianmimi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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