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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 한중 관계 전망
정경NEWS | 승인 2017.12.28 09:57|(205호)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2018년 새해는 한국과 중국이 1992년 수교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두나라 관계는 세계 외교사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2016년 7월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 미사일을 겨냥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사실상 모든 교류가 끊겼다. 중국에서 한류가 사라졌다. 유커라고 부르는 중국의 단체 관광객이 우리나라로 몰려오던 발길을 끊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경영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방중이 실현되면서 양국관계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새해 양국관계를 전망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2월13일부터 16일까지 3박 4일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이었다. 특히 이번 방중은 이른바 사드 갈등 이후 1년 6개월 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전쟁 불가와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 4원칙에 합의했다. 정상 간 핫라인 구축 및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했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사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그동안 약속을 요구했던 이른바 3불 원칙(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중국에 요구하지 않았다. 두 나라 정상이 상대를 서로 배려해 극단적인 표현을 삼가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와 회담에서는 한중 경제무역부처 채널 재가동을 선언했다. 중국 외교부는 문 대통령 방중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두 나라 정상은 양국 관계 개선과 발전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나라 정상이 한반도 등 지역 문제와 관련한 협력 강화에 대해 깊이 있게 의견을 교환했고, 중요한 공동 인식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2월 17일자 사설에서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로 풍파를 겪었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교훈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한중 두 나라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서 공동인식에 도달했다며 평화적인 수단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 이후 올 2월 열리는 평창 올림픽 기간중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것은 시진핑 주석이 주장하는 북핵 문제해결을 위한 쌍중단(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한국과 미국은 연합훈련을 중단한다)의 변형된 형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못하게 막으려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북한 체제 보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이라는 가시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합법적인 연합훈련을 같은 선상에 놓고 흥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의 변형된 쌍중단 제의를 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의견의 일치를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큰 원칙 아래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중단해서 북한에게 회담 테이블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식으로 두 나라 정상이 의견을 모았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사드 배치로 인해 한중관계가 풍파를 겪었지만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는데 교훈을 줬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된 데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과 밀접한 관계인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한 만큼 사드 문제를 현 수준에서 봉인해 양국 관계를 서둘러 복원해야 한다는 우리측의 다급함이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면서 남북대화의 물꼬를 틀 계획인 만큼 연내 양국 관계 봉합과 정상화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중국도 상황 변화가 있었다. 중국은 19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주석이 1인 체제를 굳히면서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새로운 외교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베트남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그동안 불편했던 일본, 싱가포르와의 관계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웃과의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소프트외교로 중국이 전환하면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은 자신들의 외교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방중은 한중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느 한중 정상회담과 달리 공동성명, 공동언론발표문, 공동기자회견이 없었다. 두 나라가 사드 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만찬, 차세대 최고 지도자로 유력한 충칭시 천민얼 서기와의 오찬만 있었을 뿐 회담을 했던 리커창 총리나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는 식사가 없었다. 이것은 의전과 격식을 소중히 여기는 중국 외교 스타일로 보면 우리에게 일정한 경고를 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앞으로 당신들이 얼마나 책임 있는 행동을 할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중 관계 정상화는 이제 시작일 뿐 사드의 추가 배치가 이뤄진다거나 사드 말고도 중국이 판단할 때 자신들의 핵심 이익이라고 하는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언제든 두 나라 관계가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사전에 경고한 것이다. 방중 날짜를 잘못 잡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이 방중한 13일 당일은 중일전쟁 당시 일본 군대가 난징 시민을 대량으로 학살한 난징대학살 기념일이었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난징으로 떠나 베이징을 비운 상황이었다. 공항에 영접한 관리가 장관이나 차관이 아닌 차관보라는 점에서 홀대 논란도 빚었다.
 
중국 공안에게 폭행당한 한국 사진기자들 입국


 특히 대통령 수행 취재 기자를 중국 측 보안요원이 폭행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정상적인 취재 활동, 더구나 외국의 국가원수의 동정을 취재하던 외국 기자를 질서 유지를 위해 주최 측이 고용한 경비 인력이 주먹을 휘두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전시회를 책임진 코트라가 고용한 인력이라고 주장했지만 모든 것이 관 주도로 이뤄지는 중국 특성을 보면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보안요원이 몸담은 회사는 중국의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경비 용역업체였다. 우리 정부는 정확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중국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방중 성과를 가리는 옥의 티였다.
 
 한중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해빙의 분위기는 있었다. 2017년 11월29일 주한 중국 대사관이 우리나라 언론사의 전직 베이징 특파원들을 불러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 2013년 말 서울 명동 중국 대사관이 새 건물을 지은 이래 전직 특파원들을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드 문제로 힘들었던 두 나라 관계가 복원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화해 제스처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추궈훙 중국 대사는 인사말에서 두 나라 정부의 공동 노력으로 수교 25주년 만에 가장 큰 어려움은 일정 수준 해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드 문제를 일컫는다. 추 대사는 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한다면 한중 관계가 더 건전하게 발전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서는 두 나라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 행사가 많이 열렸다. 12월11일에는 국립외교원과 중국 치치하얼학회, 중국인민외교학교, 공공외교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중 고위급 싱크탱크포럼이 열려 전문가들이 한중관계를 진단했다. 12월12일에는 한국무역협회와 중국 국제전자교역중심이 공동으로 한중 디지털 무역 포럼을 열고 양국 전자상거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한중 정상회담고 국빈만찬 이후 문화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새해 한중관계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관계개선의 잣대로 볼 수 있는 것은 평창 올림픽에 시진핑 주석이 참관할 것이냐는 점이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만큼 개막식이든 폐막식이든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은 있다. 시진핑 주석은 가능하면 참석하겠지만 못 가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중관계나 국제관계, 다른 나라 국가원수 참석 상황에 따라 최종 참석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유커가 언제 서울 거리에 나타날 것이냐는 점이다. 일단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산둥성의 단체 관광을 허용한 만큼 이르면 올 2월 춘제(설날) 연휴 때 유커가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한중관계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 세계의 주도권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관계라는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라 언제든 선제 타격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한중 두 나라 정상의 합의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보수파 인사로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퓰너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른바 3불(NO)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3 NO가 아니라) 3 YES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미국과 MD를 함께 구축하고, 한미일 동맹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로 보인다. 결국 북한이 추가 핵 실험이나 미사일 도발을 할 것인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언제 마칠 것인가. 이런 변수들이 맞물려 한중관계가 전개될 것으로 본다. 분명한 사실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 압박과 제재보다는 대화로서 북핵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커다란 원칙에 대해서는 우리와 중국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새해 한중관계는 사드 문제로 불거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치고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다만 한중 관계개선의 수준은 여러 변수의 움직임에 따라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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