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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경제를 말하자
최재영 기자 | 승인 2017.12.28 09:41|(205호)
최재영 / 본지 발행인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는 심경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60년만에 돌아온 황금 개띠해인만큼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좋다. 게다가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 냈던 ‘국민의 힘’은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은 그런 희망의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그렇다면 새해에는 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날 것이며, 비로소 추악하고 그릇된 것이 파괴되고 올바르고 정의로운 것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희망의 기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높은 기대는 종종 깊은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용을 놓고 보면 적폐청산 작업은 여전히 구호와 담론으로 가득 차 있을 뿐 아직도 그 구체적 알맹이는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적 피로감과 정치적 공방만 무성하다. 이 모든 것이 야당 탓이라고 하기에는 여권의 정치력이 너무도 부족하다. 게다가 준비도 덜 돼 있으며 그 마저도 아마추어식이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내놓을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촛불민심의 함성이 너무 컸던 탓일까.
 
진짜 걱정은 경제에 있다
무술년 올 한 해의 최대 관심사는 적폐청산의 성과가 ‘국민적 자긍심’으로 나타날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그 중간에 ‘6.13 지방선거’가 있다. 민심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바로 ‘경제 문제’이다. ‘국민의 힘’도, 적폐청산도 그리고 지방선거도 모두 경제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금 우리는 불가피하게 정치적 이슈에 몰두하고 있지만 정말 더 중요한 문제는 경제문제에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적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성과가 제대로 국민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상황도 좋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경제가 파국으로 가고 있다면 다른 것은 볼 필요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달 10일 내놓은 <2018년 한국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8%로 올려 잡았다. 수출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이 배경이었다. 그리고 세계 경기도 다소 회복세를 타고 있다. 그리고 중국과의 사드 문제를 둘러싼 경제적 논란도 다소 완화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등과의 무역관계에서 결정적인 하방 요인만 없다면 수출 경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를 견인하는 큰 요인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내수 부문을 보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먼저 가계대출 총액이 이미 1400조를 넘어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처분 소득은 그대로인데 빚은 늘고 있으며 그 빚도 대부분 부동산에 묶여 있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을 경우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우려했던 대로 미국의 금리가 오르고 있다. 새해에도 미연준이 몇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한미 양국의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 된다. 우리 정부도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불가피하게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가계를 비롯해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칫 한국경제의 결정적 뇌관에 불이 붙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정부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세계경제가 우리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내실을 튼튼히 하지 않을 경우 생각보다 큰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마저 내리고 있지 않은가. 이런 기조가 더 확대될 경우 수출 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 3고(고금리·고유가·원화강세)’의 파도를 넘을 수 있는 선제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도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새해에는 경제부터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적폐청산이나 개헌 같은 개혁과제를 접어두자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경제현안에 대해서만큼은 여야 모두가 각별하게 챙겨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고 있음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칫 1997년의 외환위기 같은 급변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막연한 우려로 넘기기 보다는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들린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도 한국경제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웅변하지 않았던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 1호로 일자리 정책을 제시했다. 취임 후 그 약속대로 국정과제의 핵심 기조로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에 뒀다. 새해 예산안에 반영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는 그 결실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은 무려 9.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최악의 기록인 셈이다. 전체 실업률도 3.2%를 기록해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1월의 3.3%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과 경제성장률 등의 거시지표를 말하기가 무색하게 민생 현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이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걱정이다. 물론 취임 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기에 새해에는 좀 다른 변화가 있겠지만 마냥 낙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해에는 경제를 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먼저 한 목소리로 민생의 고달픔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사회 각 부문이 화합과 희망으로 경제회복의 모멘텀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꼭 20년 전의 외환위기도 하나 된 국민의 힘으로 극복하지 않았던가. 이제 다시 그런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먼저 나서야 한다. 싸울 것은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에 거는 희망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우리 정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욱이 올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개헌문제도 큰 갈등 요인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의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것만은 분명히 하자. 정치권의 경쟁과 다툼은 정당하다. 그러나 그 정당성이 국민과 국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 더욱이 너무도 절박한 민생과 경제를 짓밟는 ‘정쟁’이라면 그것은 이미 정치가 아니다. 새해에는 더 진솔하게 경제를 얘기해야 한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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