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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첫 정기국회, 여야 ‘대격돌’ 예고… 정치력 검증 시험대 올라여소야대 20대 국회, ‘협치’만이 서로가 사는 법
변완영 기자 | 승인 2017.09.25 15:14|(204호)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첫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첫 청기 국회
문재인 정부가 지난 8월 16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국민들로부터 70~80%라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13일 조사한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문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78.6%로 나타났다. 주요정책별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71.8%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74.4%가, 건강보험 정책에 대해서는 69.2%가 긍정적으로 찬성했다. 즉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부유층 증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방안 등 민감한 사회·경제정책이 70% 이상의 높은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야3당 지도부는 이날 일체히 문재인 정부 100일을 평가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외교·안보, 경제·복지, 조각 인사 등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정기국회 입법투쟁’을 선언했다. 이른바 ‘안보무능과 독선, 포퓰리즘의 100일’ 이라고 규정하며 총공세를 펼쳤다. 야당의 이 같은 총공세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정기국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은 ‘내로남불’의 100일” 이라면서 “실망과 무능, 독선과 포퓰리즘의 100일로 평가하겠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계속해서 정 대표는“문 대통령과 여권이 국정과제 수행, 개혁 입법이란 이름으로 촛불 입법을 정기국회에서 밀어붙이려 한다면 국민과 함께 강력한 원내투쟁과 입법투쟁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특히 문재인 정부의 안보 불안을 언급하면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압박했다. 아울러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F학점이라며 당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불법 공론화 기구를 해체하고 원전포기정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세금인상이 포함되지 않아 결국 국민 증세로 갈 것이다. 법인세 인상 반대, 담뱃세·유류세 인하 추진, 규제완화법 및 서비스발전 기본법, 노동개혁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문 정부 100일을 “문재인 정부가 소통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일머리가 서툴러국민 불안이 고조될 뿐만 아니라 나라 곳간이 거덜 날 상황이다”라고 혹평하며 한국당과 비슷한 입장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 때 표를 얻으려고 (과도한) 복지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로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를 질타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기초연금인상과 아동수당 지급방안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이 앞장서 포퓰리즘 경쟁을 촉발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하며 “문 대통령은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주려고 하는데, 국회 심의에서 일정금액을 줄이면 야당이 적게 주려는 것처럼 비친다”고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429조 예산’…정기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예고
지난 8월 29일 공개된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은 일자리를 포함한 복지예산, 교육예산이 각각 12.9%와 11.7% 늘어난 반면 SOC 예산은 20% 삭감됐다. 토목사업보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국정운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9월 1일부터 100일간 정기국회에 돌입하는 여야는 혈전(?)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촛불민심으로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정기국회인데다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20% 삭감한 내년도예산을 두고 야권의 반응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야권은 이를 두고 ‘국가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며 공세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고했다. 따라서 429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두고 100일간의 ‘설전’과 ‘혈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예산안을 두고 야당의 공세를 예상하고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추미애 당 대표는 지난 8월 30일 최고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사람, 민생, 안보, 지방, 미래를 살리는 이른바 ‘5생’예산이 될 것이다”면서 “이는 SOC 투자를 축소하고 일자리, 복지, 교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한 사람중심 예산이다”라고 설명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필요한 곳은 늘리고 불필요한 곳은 쾌도난마처럼 줄여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예산이 될 것이다” 라며 “이는 삽질 중심으로 국정 농단을 양산한 최순실 예산이던 전 정부와 대비된다”고 정부를 엄호했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의 재원마련을 위해 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가발전이나 SOC나 성장은 멈추고, 남은 국가예산을 전부 나눠 먹자는 식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는 메가톤급 포퓰리즘 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면서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만사세통’ 정부나 다름없다”면서 “SOC 예산 축소는 국가의 장기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지방의 일자리 감축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예상 성장률의 2배가 넘는 세수 증가율을 전제로 자원 조달계획을 마련한 ‘미션 임파서블’ 예산안이다”며 “퍼주기 복지에 맞서 나라 곳간을 지키는데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밝혀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4대개혁입법과 적폐청산 등 ‘정쟁’ 대상…넘어야 할 산 많아
9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은 개혁입법처리와 적폐청산 등 정부와 공동으로 할 일이 많다.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가 국회의 입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내놓은 개혁입법안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 지원태세를 갖췄다. 여야 입장 차이가 큰 법안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슈퍼리치 증세, 8.2부동산 대책 후속입법, 권력기관 개혁 등 이른바 ‘4대쟁점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문재인 케어 지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기 위함이다. 반면 야당들은 건강보험료 폭탄에 대한 우려와 소요재원 추계가 부정확하다고는 이유를 들어 ‘복지포퓰리즘’ 프레임을 내세워 맹공 퍼붓고 있다. 슈퍼리치증세인 부자증세에 대해서도 자유한국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다. 김광림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부자증세를 제외한 나머지 입법과제의 방향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재원대책 등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비판적 검토 내지는 조건부 찬성’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8.2부동산 대책의 후속입법도 쟁점 중 하나이다. 정부와 여당은 양도소득세 강화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야당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상대적으로 합의가 수월할 수도 있지만 소득세법 자체가 부자증세와 연관성이 있는 만큼 세부적인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자유한국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모두 인상을 반대하고 있어 원안대로 처리가 불투명하다. 또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이른바 ‘공수처’ 신설과 국정원 개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 역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설치와 국정원 개편에는 반대한 입장인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공수처 별도 조직화’ 등 방식을 두고
조건부 찬성쪽이어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아파트 사진
뒤바뀐 여야 상황 및 국회 지형도의 변화…‘상생’과 ‘협치’의 시험대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여 야 입장 차이가 180도 바뀐 상황에서 이번 정기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처럼 자신들의 과거 입장을 생각해보면 답이 쉽게 나올 법도 한데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인사하고 있다. 2017.8.28.
우선 법안심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조세 관련 키를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위원회’, 권력기관 개혁과 직결된 ‘안전행정위원회’ 등의 위원장을 모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여당은 야당과 협치를 하지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협치를 강조하면서 취임 초에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야 3당이 정의당의 참여를 반대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당의 개혁입법을 십분 이해하고 동조하려는 정의당이 있지만 의석수가 6석밖에 안돼 힘을 보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만 지난 8월27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안철수 당대표와 새 지도부의 협상전략이 변수이다. 국민의당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때 문재인 정부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그동안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잠재
울 기회로 삼고 있다. 안보뿐만 아니라 복지정책, 사법부 인사 등을 비난의 화살로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으로서는 여당과 사안별로 공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10여 개월 앞두고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 당으로서는 호남민심을 무시할 수 없고, 지역위원장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당이 40석이지만 120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과 공조가 이루어지면 과반을 넘겨 개혁입법이 무난히(?) 통과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으로서도 ‘구애
작전’으로 나올 것이다. 이래저래 이번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게 정치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여권은 그간의 리더십 혼선과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반성하고 협치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야권도 사안별 협조와 견제라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만 한다면 그나마 남아있는 10%대에 가까운 지지율이 곤두박질칠 것이고 내년도 지방선거에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시급한 민생법안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정당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렇지만 정기국회의 성패 여부는 대통령과 여당의 자세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야당들은 선명성 부각을 위해 명분 없는 강한 공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존중하고 국정을 같이 운영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곡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 문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낮고 겸허한 자세로 야당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 정기국회 100일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유이다.

변완영 기자  byonwy@pm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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