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 국방
“코리아 패싱”은 또 다시 반복될 것인가?
글·권오중 (사)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사진 연합뉴 | 승인 2017.09.25 14:31|(204호)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야기된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 고조와 관련해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 때문에 “코리아패싱”이라는 것은 전략적으로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실제로 최근 형성되고 있는 북-미 그리고 중-미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 속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코리아 패싱”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우리는 “코리아 패싱”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코리아 패싱”을 통한 정당한 국제법적 권리를 또 다시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코리아 패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70년 가까이 진행되어 왔다. 그로 인하여 우리 대한민국은 해방 이후 동아시아의 중요한 외교-안보적 결정에서 항상 배제되어 왔다.
8.15 해방 당시 태극기 흔들며 트럭 위에서 만세 부르며 해방을 만끽하는시민들. 1985. 11. 27.
우리가 경험했던 최초의 “코리아 패싱”은 우선 대한민국의 해방과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다. 제 2차 대전 중 연합국의 승전이 확실시되어 가는 시점에서 연합국들의 수장들은 구 소련의 크림반도에 위치한 “얄타”에 모여 최초로 전후 세계질서에 대해 논의하였다. “얄타회담”(1945. 2. 4.~11)에 참가한 F. 루즈벨트, 처칠, 그리고 스탈린은 한국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원칙에합의하였다. 이는 곧 당시 미국 대통령 F. 루즈벨트가 제안한 “신탁통치”였다. 그런데 “신탁통치”는 한반도 문제에만 국한되었던 것이 아니라, 모든 “피지배 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제 1차 대전 종전 이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전후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미국의 중요한 핵심 세계전략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 승전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미국은 종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 보유를 인정하는 실수를 범하였다. 즉 미국이 영국과 프랑스 등, 기존 제국주의 국가들의 패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스스로 국제사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이전 시대로의 복귀를 막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에서 “모든 피지배 민족의 해방과 서구식 민주주의의 이식”을 시킨다는 명분으로 모든 식민지역들과 민족들을 미국이 참여하는 “신탁통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이 민주주의적인 토양을 구축한 이후에 해방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들을 모두 미국의 영향권 아래 두고자 했던 것이었다. 이런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한국도 당연히 신탁통치 대상 지역이었다.
그러나 국내의 학계나 언론은 “얄타회담”에서 미-영-소 3개국 정상이 “신탁통치” 이후 한국의 독립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오해하고 있다. 즉 “in dueCourse”를 “적당한 시기에”로만 해석했던 것이 오해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독립 시기는 합의문 초안에서 “at the earliest Moment”(가장 빠른 시기에)로 되었고, 수정안에서 “at the proper Moment”(적당한 시기에)로 표현되었던 것을 모두 처칠이 반대했고, 최종안에서 영국이 제안했던 “in due Course”(적당한 시기에)로 결정되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at the properMoment”나 “in due Course”는 모두 “적당한 시기”로 번역되지만, 두 표현의 의미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전자는 “가시적인 적당한 시기”이고, 후자는 “언제가 될지 모르는 적당한 시기”로서 독립이 불확실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완전한 종전 이후 개최된 “모스크바 3상회의”(1945. 12. 16.~25)에서 미국과 영국 그리고 소련의 외무장관들은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 기구 설립에 미국과 소련 그리고 “민주적인 한국의 정당과 사회단체”의 참여로 구성하는 것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결국 이 합의에 의한 준비기구인 “미-소 공동위원회”는 “민주적인 한국의 정당과 사회단체”의 정의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했고, 이로 인하여 서울과 평양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회의들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런 갈등으로 인하여 한국에서의 신탁통치는 무산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독립은 영국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모든 “신탁통치”대상 해방지역들 중에서 가장 빠른 1948년 8월 15일에 실현될 수 있었다.
정부 수립을 위한 회의에 참석한 이승만 박사(오른쪽 두 번째)와 김구(오른쪽) 선생.
당시에 한국의 독립을 포함한 모든 제반 문제들을 우리가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다.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의 항복으로 맞이했던 해방정국에서 우리는 주권을 갖지 못했고, 식민지 한국에 대한 권한이 포츠담 회담(1945. 7. 17. ~ 8.2.)을 통해 미국과 소련에게로 이전되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기를 “군정기”(1945. 8. 15. ~ 1948. 8. 14)라고 부른다. 그리고“얄타회담”부터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까지의) “군정기”에 이르는 동안은 완벽한 “코리아 패싱”의 시기였다.
이후 6.25전쟁을 거치고 “휴전조약”을 맺으면서 우리는 국제법적으로 또 다시 “코리아 패싱”을 경험했다. 즉“휴전조약”의 서명 당사국은 유엔 대표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었고, 미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조약에 서명을 거부했던 대한민국은 “휴전체제”의 책임주체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을 이룩한 이른바 4+2조약”은 “포츠담 체제”의 당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과 통일의 당사국들인 서독과 동독이 서명을 하고 동-서 진영의 갈등과 독일분단의 원인인 “포츠담 체제”를 종식시켰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2차분단의 원인인 “휴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국제법적인 책임주체는 바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
인 것이다. “휴전조약” 체결 당시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자발적 코리아 패싱”의 원인이었다.
물론 “휴전조약”의 옵션으로 개최된 1954년 “제네바한국평화회담”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전쟁의 당사자로서 참여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 “한국평화회담”은 현재까지 더 이상 개최되지 않고 있다. 이후 대한민국은 “휴전체제”라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에서 책임주체 당사국이 아닌 이유로 북한으로부터도 국제법적으로 적법한 대화상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과거 동-서독이 70년대 “동-서 데탕트”시기에도 대화는 했지만, 통일을 논의하지 못했던 것처럼, 남-북 대화만으로는 휴전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엄연한 국제법적 현실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직접 대화” 및 “북-미 평화조약” 등은 사실 국제법적으로는 옳은 주장이다.
즉, 북한정권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한 협상의 당사국을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에 UN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과의 대화를 추진했다. 남-북 대화가 긴장완화와 평화유지에는 도움이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분단(통일)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의 경험과, 또 과거 동-서독 관계의 경험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즉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유지는 분단체제 유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평화유지는 통일과 상반된 개념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긴장고조를 미끼로 우리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이끌어 냈었다. 지금도 북한은 북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가지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긴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현재 북한정권의 목적은 절대로 전쟁이 아니다.

지금 북한정권의 목적은 단순히 우리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이끌어 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정권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의 ‘체제인정’을 미국으로부터 이끌어 내는 것이다.
결국북한정권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개발(ICBM, IRBM, SRBM)로 직접 미국과의 대결국면을 야기시킨 이유는 북한 “김씨왕조 체제의 유지”라는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과 “평화협정”을 통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 북한정권의 인식이다.
휴전협정에 서명하고 있는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
북핵의 개발과 소형화 그리고 ICBM이 완성단계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미국만큼이나 불편한 상태이다. 북한정권은 이를 통해 이미 중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과 중국은 군사적인 동맹관계이다. 따라서 만약에 북한정권의 도발로 인하여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의 개입을 방관할 수 없는 중국도 전쟁에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는 다시 중-미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북한정권의 무모한 도발은 1953년 “휴전” 이후 지속되어 온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세력균형”을 중국에게 불리하게 변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시켜야만 한다. 북한정권이 전쟁이든 대화든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거래하려고 하는 상황을 중국정부는 그래서 더욱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북한정권이 지난 7월 28일 밤 ICBM인 “화성 14형” 2차 발사를 감행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북한정권에 유화적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곧 바로 “사드”의 신속한 추가배치를 지시했다. 이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8월 7일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대화는 해봤나?”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북한문제에 대해 전향적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태도와 비교하면 계속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후 8월 9일 밤에 북한정권은 IRBM인 “화성 12형”으로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한다고 위협을 하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러한 북한정권의 지속적이고 위협적인 도발에 대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대북 군사해법 준비가 완료”되었고, “B1-B가 출격대기
중”이라고 하면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밝혔고, 같은 날 일본의 오노데라 방위상은 “화성 12형”이 일본 영공을 통과할 경우에 “집단적 자위권으로 요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8월 14일 미국 국방장관 매티스는 “괌 포격”이 현실화된다면, 바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긴장수위를 끌어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NSC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모든조치”의 내용과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8월 12일 시진핑과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북한문제의 해결을 압박하면서, 중국정부가 해결을 못하면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시진핑은 북한문제를 중국이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읍소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는 8월 14일에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등 무역관행에 대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면서, 북핵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서 무역제재를 통해 중국의 역할에 대해 지체없이 강력한 압박을 시작했다. 하지만 북한이 붕괴되지 않을 정도로 물자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 중국이 북한정권을 통제하기는 현재로서 어려워 보인다. 한편 중국정부가 미국 합참의장 조지프 던포드 대장을 8월 15일에 초청하여 팡펑후이(房峰輝)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군 작전 상황에서 상호 교신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나, 바로 그 다음날인 8월 16일에는 그를 북-중 국경지역을 관할하는 랴오닝성 선양의 북·중 국경지역을 관할하는 랴오닝성 선양의 북방전구지휘부(北方戰區指揮部) 사령부에서 쑹푸쉬안(宋普選) 사령관과 함께 훈련장면을 참관하도록 한 사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직접 개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시간을 벌고자하는 중국정부의 고육지책이자, 혹시 전격적으로 성사될 수도 있는 북-미 간 협상을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된다. 북-미 간 “평화조약”은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중국의 통제에서 더욱 벗어나서, 북한정권이 그토록 원하는 “완전한 자주”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이러한 상황 전개를 절대로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정부도 북핵과 미사일을 제거하지 못하면 “사드배치”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김정은을 제거하고 이른바 “레짐 체인지”를 통해 북한에 친중 정권을 세우는 것이다. 그 이후 중국정부의 목표는 북핵과 미사일의 동결 및 폐기를 조건으로 북한의 경제 개방화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 회복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 내의 “사드배치”명분도 동시에 제거될 수 있는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지금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의 전면전도 불사하는 듯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김씨 왕조 정권의 체제보장”과 “김씨 왕조 정권의 제거” 사이에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한동안 잠적했던 김정은이 8월 14일에 나타나 “미국의 행동을 지켜보겠다”라고 했던 것은 “괌 포격”을 유보하고 일단 미국에 양보했다고도 보여질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에게 제거될 수도 있는 김정은의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은 오히려 중국을 배제한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북한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왜냐하면 북한정권이 ‘괌 포격’ 등의 위협적인 발언으로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극도로 끌어올리는 상황에서도, 막후에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모색했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년 8월 중에 최선희 북한외교부 미국국장의 방미를 추진했다가 불발되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도박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미국은 북한정권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기 전에는 북한정권이 원하는 그 무엇도 줄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들(체제, 핵, 미사일)을 인정해 준다면, 미국은 미국이 6.25 이후 구축한 동아시아의 질서, 다시 말해 동아시아의 군사적 세력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8월 14일 EU도 북한의 UN 안보리 결의 위반을 비판하며, 핵과ICBM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제제를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금 북한정권은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나 국내외 언론이 우려하는 것처럼, 북한정권은 190국들의 대사관이 밀집해 있는 서울에 절대로 핵 공격을 포함한 그 어떤 공격을 할 정도로 비이성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김정은은 “괌 포격”도 절대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할 것이고, 미국과 대한민국을 상대로 그 어떠한 전쟁이나 심각한 도발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국은 현재 상황에서 북한정권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존재(Key Role)이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대북제제 공조를 약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흡수통일 반대” 그리고 “통일은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흡수통일”을 반대한다는 것은 현재의 북한정권 또는 ‘체제’를 존중한다는 것이므로, 통일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의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논리적인 모순이다. 하지만 비단 문재인 대통령만이 아니라 역대 모든 대통령들도 지난 70년 동안 이러한 모순을 반복해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가 호전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산가족 상봉과 친일파에 대한 남북한 공동조사” 등의 호혜적인 교류를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서 그는 “진정한 광복은 외세를 배제한 통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정권은 이러한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8월 21일 미국 상하원 의원 대표단과 접견한 자리에서 또다시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했다고 한다. 개성공단 재개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8월 22일 미국 정부는 오히려 북-중-러-싱가포르-나미비아의 기업 10개와 개인 6명에 대한 추가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고, 문재인 정부와 미국 정부는 전혀 소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단언컨대 지금 현재 북한정권은 우리와의 어정쩡한 대화를 통해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각론적이고 미시적인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 긴장완화를 빌미로 우리 대한민국에게 지원을 요구했던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정권은 현실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그들의 목적달성을 위한 대화 파트너로 고려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정권은 핵탄두의 소형화와 ICBM의 완성을 유일한 생존의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기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같은 감상적 ‘이상’에 매달리지 말고 현실을 인정하고 직시해야만 한다. 북한정권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필요할 때만 대화에 응해왔다. 하지만 지금 북한정권은 우리가 아닌 미국에게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공조이다. 지난 2015년 4월 29일 미국과 일본은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파견범위를 미군이 진출하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시켜 놓았다. 이는 만약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이루어질 경우에 일본 자위대도 미군과 함께 북한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팽창정책은 더욱 강력한 미-일 동맹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금 동아시아 안보정세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북한이라는 양자대결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 구도 속에서 미국과 중국이 미 합참의장 던포드 대장의 방중을 계기로 군사적 작전 상황의 상호 교류를 정례화하기로 했
다. 참 아리송한 상황 전개이다. 우리 모르게 진행되는‘그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상황의 전개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핵 및 미사일과 관련하여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어떤 막후교섭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어정쩡하게 ‘중간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현상”(Status Quo)이 변경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 어떤 참여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우리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사드배치” 반대 시위대의 “No” 한마디에 국가 간의 약속 이행을 주저하고, 한-미 간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합의해 놓고, 돌아서서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등, 오락가락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과연 국제 사회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북한정권은 미국을 위협할 수준의 군사력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대한민국을 배제한 채 오로지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리의 입장에서 과거의 인식을 가지고 북한정권을 바라보아선 안 된다. 변화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북한정권은 우리 대한민국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더 이상 10년 전 북한이 아니라는 변화된 상황을 우리 정부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북한정권에게 대한민국이 무엇을 도와주겠다는 과거의 접근방식은 북한정권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마저도 우리 대한민국을 “패스”(Pass)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 북한정권은 우리 대한민국을 ‘패스’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만을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정권과의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구애를 보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
망은 대답 없는 메아리이고, 북한 정권은 절대로 우리 정부를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 기회는 “사드배치”와 확실한 “대북제재 공조”이다. 그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은 북한이나 중국이 아니라 또 다시 미국이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그러나 마치 이승만 정부가 “휴전조약”에 서명을 거부해서 “휴전체제”의 국제법적 권리에서 배제된 것처럼, 북-미간 협상이든 전면전이든 북-미간의 접촉에서 대한민국이 배제되거나, “사드배치”와 “대북제재”에서 우방국에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미국 등 우방국들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고, 또 다시 ‘그 어떤 결정’에서 배제시킬 것이다. 다시 말해 “사드배치”와 “대북제재”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의 그 어떤 “현상변화”에 대한 참여 요구를 문재인 정부가 망설이거나 거부한다면, 새롭게 변화될 동아시아의 “현상”에서 대한민국은 국제법적으로 또 다시 배제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또 실기(失機)한다면, 지난 64년여 동안의 “휴전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코리아 패싱”은 또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27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부지에 사드가 배치돼 있다. 국방부는이날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밝혔다. 2017.4.27.
국제사회에서 외교와 안보는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평화” 모두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우리의 국제법적 핸디캡(“휴전체제”)을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할수 없다”라는 식의 소위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10여 년 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다. 힘이 약한 사람이 힘이 센 사람들에게 ‘내 허락 없이는 못 싸운다’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북한, 중국 간의 전쟁을 막을 능력도 국제법적 권리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상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야 하고, 현실적인 외교-안보 노선을 선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2003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대한민국은 절대로 동아시아에서 “균형자”도 그리고
“운전자”도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만 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UFG(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기간 중에 미국에서는 전략무기의 파견대신에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공군 대장), 새뮤얼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공군 중장) 등 미군의 대북작전 수뇌부 3인이 대거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군 수뇌부의 이례적인 방한은 북한정권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을지훈련을 통해 대북 군사옵션이 있다고 경고했고, 하이튼은 8월 21일 송영무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속적인 전략자산 제공”을 약속했다. 또한 미국 국방장관 매티스는 지난 8월 1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적 행동을 할 수 있다”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하이튼 전략사령관은 8월 22일 경기도 오산기지에서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그리브스 미사일방어청장과 함께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전략사령부가 갖고 있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모든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제공할 것”이라고 다시금
밝히면서, “미사일방어체계를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면 ‘한-미 동맹’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결정하는 문제에서 대한민국을 “패스”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도 하이튼 사령관은 이례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촉구했다. 현재 북한정권과의 표면적인 대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그의 이중적 발언은 우리가 모르는 ‘그 어떤 막후접촉’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고, 그로 인해 북한에게‘그 어떤 결정과 선택’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번 을지훈련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군의 방어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라면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라면서 북한정권에게 도발을 자제하고 또 다시 대화수용을 촉구했다. 이러한 한-미 간 엇박자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동맹국이라는 사실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북한정권은 도발하지 말라는 우리의 요구를 존중하는 집단이 절대로 아니고, 그들의 필요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집단이다. 이 점을 모른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정권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북한정권은 다시금 8월 26일 오전 6시50분경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정권이 공언했던 ‘괌’을 목표로 하는 도발이 아닌, 을지훈련 기간 중에 발생한 소극적 도발이었다. 또한 지난 8월 29일에 북한정권
은 일본 상공을 통과하여 2700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이로써 끊임없이 도발자제와 대화를 촉구했던 문재인 정부가 상황을 오판하고 있다는 것과, 북한정권이 우리 정부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이날 트럼프와 아베는 즉각 전화통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미-북-중-일 간의 물밑 접촉에 대해서도 전혀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 사이에서 도대체 어느 지점에 서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한편 미국의 조야(朝野)에서 최근 북핵 동결을 위해 “주한미군 철수”가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외교와 안보 현실에서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정학적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같은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절대로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스스로 외교적 ‘패싱’(Passing)을 자초하면서, 새롭게 변화될 수도 있는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에서 외교-안보적 권리를 챙기지 못하고, 국제법적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는 “자발적 코리아 패싱”이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바로 지금 냉정한 현실 판단과 이에 따른 실제적 행동을 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당장 미국 및 중국 정부와 북한의 핵과 ICBM 폐기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레짐 체인지”이후 동아시아의 외교 및 군사적 세력균형의 변화를 포함하는 모든 “프로세스”에 적극적 참여를 모색해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 “휴전조약”당시처럼 “자발적 코리아 패싱”을 또 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권오중 (사)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사진 연합뉴  mjk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권오중 (사)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사진 연합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502~3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17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