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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의 인사정책, 이대로 좋은가
최재영 기자 | 승인 2017.09.22 16:00|(204호)
최재영 / 본지 발행인 <사단법인 한국언론인연합회 회장>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일 자진 사퇴했다. 비교적 소신이 강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헌신해 온 젊은 여성 변호사의 중도 낙마라서 마음이 더 착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정 변호사가 최근 1년 반동안 코스닥 주식과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며 벌어들인 수익이 10억원이 넘는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케 했다.
주식투자 전문가들도 하기 어려운 ‘주식 대박’을 잘 알려지지도 않은 주식을 그것도 돈까지 빌려가며 투자했던 그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뤄진다니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혹 내부자 거래가 아닌지는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이유정, 그 보다 더한 박성진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유정 변호사 자신은 잘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돈을 벌어 들였는지, 그 과정에서 불법 여부는 없었는지 그리고 설사 위법행위가 없었더라도 자신의 돈벌이를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이라는 엄중한 직책을 생각해서라도 처음부터 그런 제의를 거절했어야 했다. 국민을 우습게보지 않았다면 그 자리를 덥석 받을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신뢰와 권위로 존재 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자리에 주식 대박의 ‘고수’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유정변호사는 하루아침에 그동안 쌓아올린 소신과 명예에도 큰 상처가 남게 되었다. 게다가 금융 당국의 조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를 가볍게 봤던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정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정권교체의 동력이 됐던 ‘촛불민심’을 정면으로 거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민심은 이땅에 역사를 바로 세우고 정의를 실현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천둥같은 함성이었다. 그리하여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달라는 염원을 담아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첫 번째로 ‘적폐청산’을 강조한 것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화답이었다. 정치보복이나 편가르
기가 아니라 국정농단 세력은 물론이고 그에 복무했던 사람과 제도부터 바꾸는 것은 그 시작이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성진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과학과 벤처기술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인사가 공공연하게 ‘창조론’을 신봉한다면 이는 코미디에 가깝다. 개인적 신념이나 종교의 자유에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행정과 정책을 집행해야 할 국무위원인 장관에 대해 국민과 관련 공무원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창조론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의 가치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문제라는 뜻이다.
게다가 명색이 교수 신분인 박성진 후보자가 바라보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인식은 한마디로 천박하다. 국민적 상식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다는 얘기다. 단순히 1948년을 건국으로 본다거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봉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뉴라이트’에 가까울 정도의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인식은 촛불혁명 이후의 새로운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설정할 수 없다. 최소한 문재인정부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인사였다는 뜻이다. 역사를 비틀고 시대를 거꾸로
메치는 일부 인사들의 부끄러운 역사인식과 행동에 국민적자존심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던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공정방송’을 외치며 눈물겨운 싸움을 벌이는 언론인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적폐를 적폐로 보지 못한다면 문재인정부의 미래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무엇이란말인가.

청와대 검증 시스템은 작동하나
그러나 모든 문제를 이유정 변호사와 박성진 교수 그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을 추천한 사람들, 그리고 추천 후에 검증을 맡은 담당자들의 책임은 훨씬 더 크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추천한 사람이 누구이며 그 추천의 기준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을 누구에게 추천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추천자의 인격과 양심을 걸고 한 사람의 인생을 누군가에게 통째로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천된 그들이 맡아야 할 그
자리가 또 얼마나 막중한 직책인가.
그러나 열 번을 양보해서 제대로 사람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추천을 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다음 순서는 청와대 인사검증팀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따져봤어야 했다. 청와대에 인사수석이나 민정수석이 있는 이유가 무엇이며 그들이 하는 일이 인사검증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청와대 인사검증은 허술했다. 아니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나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과거 박근혜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비판하던 그들이 아니던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똑 같이 반복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에서 단순 검색만 해도 어지간한 정보는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아주 기본적인 문제까지 따져보지 못했다는 것은 검증 시스템 자체가 먹통이거나 아니면 알고도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고도 앞으로 계속 적폐청산 운운할 수 있을지가 걱정될 따름이다.
문재인정부는 내치와 외교, 안보 모두 아주 불안정한 상황에 있다. 지난 3일 북한은 기어코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마치 ‘핵보유국 북한’을 공식 선언하듯이 북한의 도발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적 고립은 생각보다 더 깊고 심각하다. 특히 중국의 반발은 우리 외교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내치가 원만한 것도 아니다. 국정개혁을 위한 드라이브가 걸렸다지만 뭐 하나 제대로 수순을 밟는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야권의 공세에 주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시점에서 그나마 국민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인사정책마저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이명박정부를 비롯해 박근혜정부 모두 인사정책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됐었다. 물론 좀 더 크게 보면 노무현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사정책의 기본은 정부에 대한 신뢰이며 그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누가 뭐라 하든 밀어붙이면 대통령 인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의 인사정책 난맥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가볍게 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자칫 노무현정부의 실패가 반복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최재영 기자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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