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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건강·지식… ‘100세 시대 선물’의 조건
매일경제 김시균 기자 기고 | 승인 2017.06.22 16:47|(203호)
노후자금 100% 모으기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
가족·친구들과의 관계부터 새로움 배우려는 자세까지 다양한 경험이 곧 자산

한국인의 기대 여명은 지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2030년이면 100세 이상 인구가 1만명
을 넘는다. 지금 태어난 신생아의 기대 여명은 107세 이고, 50세 미만 인구도 100세 이상 살 확률이 높다. 이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 현상이므로 100세 시대는 이제 꿈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 그렇다면 장수는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 책 저자인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은 전자에 손을 든다. 장수가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기에, 저자는 한 가지 전제를 단다. 인생 막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과 더불어 인생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경제학·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은퇴 이후 삶이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지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은퇴 후에도 원하는 삶을 누리려면 적어도 몇 살까지 일해야 하며, 오래 일하려면 어떤 경력을 어떻게 쌓아야 하고, 재정뿐 아니라 인간관계 등 유·무형 자산을 관리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전방위적으로 컨설팅한다. 핵심은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3단계의 삶’이 무너지고 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기대 여명이 70~80세인 경우에 맞게 설계된 이 모델은 퇴직 후 수십 년 삶을 지속할 100세 인생들 에게 전혀 맞지 않는다.
이를 보여주고자 책은 잭, 지미, 제인이라는 각기 다른 세대에 3단계 삶을 적용해본다. 1945년생인 잭은전통적인 3단계 삶을 불편 없이 살았다. 42년 일하며 매해 소득의 4.3%를 저축했다. 은퇴 후 사망까지 8년 가량 연금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1971년생 지미는 조금 달랐다. 44년 일하면 퇴직 후 남는 기간이 20여 년. 퇴직 전 소득의 50%를 연금으로 받으며 노후를 보내려면 재직 기간에 매해 소득의 17%를 저축해야 한다. 이건 물론 간단치 않다. 1998년생 제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그가 100세를 산다고 하면 은퇴 후 남는 기간이 무려 35년으로, 소득의 25%를 매해 저축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100세 인생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긴 기간을 살아야 한다. 시간 분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책은 일단 3단계 삶의 제약에서 탈피하자고 한다. 그래야만 다양한 경력을 쌓고 휴식과 과도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책은 이것을 다단계 삶으로 명명하는데, 부동산·예금 같은 유형자산뿐 아니라 기술과 지식 같은 생산 자산, 가족관계나 우정, 건강 등의 활력 자산,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 재정립,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변형 자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뜻한다.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이어가며 삶의 풍요를 누리기 위한 이 책의 해법이다.
천천히 읽어 나가면 장수사회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줄 때라야 가능한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50세만 넘어도 명예퇴직에 시름하는 한국 사회에서 장수사회가 선물이라는 주장은 지극히 장밋빛 전망일 뿐이다. 하지만 이를 염두에 둔 듯 책은 말미에 변화를 위한 의제라는 장을 따로 마련해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제시되는 변화의 주체는 단연기업과 정부다. 사람들이 70~80세까지 일하고, 재정문제를 넘어 무형 자산(건강, 지식, 인간관계 등) 관리에 전념할 수 있는 다단계 삶을 누리려면 이들이 적극움직여야 한다고 이 책은 주문한다. 퇴직 연령대를 65세 이하(이것도 한국에선 공무원들에게나 가능한 일 아닌가)로 가정하는 구모델의 문제점을 대수롭지 않아 한다면 100세 시대는 선물보다 재앙에 가까울 것이다.

매일경제 김시균 기자 기고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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