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정치 외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 전망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 승인 2017.06.22 15:15|(203호)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관계 복원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 초청으로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 부활을 추진하는 중국의 초대형 프로젝트) 정상회의에 박병석 더불어 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낼 수 있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이해찬 중국 특사가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주석을 예방하면서 한중관계는 일단 회복의 물꼬를 텄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해 사실상 준 단교수준까지 양국관계를 몰아갔다. 지난 3월 이후 중국의 단체 관광객은 발길을 끊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조치 때문에 중국에서 한류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앞으로 한중관계는 결정적인 걸림돌인 사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에 달려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중관계를 전망해본다.

5월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해찬중국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당시 자리 배치를 보면 시진핑 주석이 한 가운데 상석에 앉았다. 시진핑 주석의 오른쪽에 이해찬
특사, 왼쪽에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앉았다. 특사와 국무위원, 외교부장이 마주 보고 있는 형태였다. 과거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우리 대통령 특사를 맞았을 때 나란히 의자에 앉아 환담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드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중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두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중국은 홍콩의 최고 책임자인 행정장관을 국가주석이 접견할 때 관계가 좋으면 옆자리에 앉히다가도 관계가 불편하면 아랫자리에 놓기도 한다. 시진핑 주석은 이해찬 특사를 만났을 당시 어떤 얘기를 했을까.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해찬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한 것은 문 대통령과 한국의 새 정부가 양국관계를 아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도 한국만큼 중한관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상호 이해와 존중의 기초 위에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며 갈등을 잘처리해 양국관계를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정상궤도로 되돌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시 주석은 한반도 정책 3원칙(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언급한 뒤 중국은 한국의 새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고 조속한 정세 완화를 위해 한반도 비핵화를 확고히 추진하고 하루 빨리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사 외교 덕분에 한중관계가 큰 고비를 넘겼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광업계가 한국에 대한 단체 관광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거나 연예산업 분야에서 중국 측이 합작 타진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양국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한중관계가 회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해서 한한령을 푼다기 보다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새 정부가 한국에 출범했으니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한중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무래도 사드 배치 문제이다. 필자가 파악하기로는 중국은 새 정부 출범 전 만해도 한국이 국회 논의과정을 거쳐 사드배치를 결정할 경우 받아들인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일단 주한미군이 성주골프장에 사드 2기를 배치한 상황에서 한국이 사드 철거를 요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중국측은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하지만 중국도 올해 한중수교 25주년을 맞아 중국 외교사상 가장 큰 기적이라고 부르는 두 나라 관계가 더 나빠지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측이 이번 이해찬 특사 방중을 통해 다양한 외교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한중관계가 정상적인 궤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각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오른쪽)과 악수하는 이해찬 특사 5월 1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홀에서 이해찬 중국 특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악수하고 있다.
대신 악역은 왕이 외교부장이 맡았다. 왕이 부장은 한국이 한중관계 걸림돌을 먼저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방울은 매단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니까 한국이 사드 배치를 추진하다가 한중관계가 나빠진 것 아니냐. 그러니 당신들 이 주동적으로 적극적으로 미국에 사드를 도로 가져가라고 요구하라. 이렇게 요청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국회 비준 절차에 대해서도 이미 배치된 사드를 정당화하려는 수순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였다고 한다. 당초 예상했던 국회 동의를 넘어서서 아예 사드 철회까지 요구한 것이다. 반면 이해찬 특사가 요청한 사드 보복 철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양제츠 국무위원은 한국측의 우려를 이해한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꾸준히 압박 강도를 높였다. 지금은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완전 차단했고 드라마 영화 수입을 전면금지했다. 출판 쪽도 마찬가지이다. 출판계 인사는 한국 책은 중국에서 출판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사드기지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던 롯데마트 점포 대부분이 문을닫았다. 피해 규모는 관광, 문화예술 분야를 포함해 모두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반면 중국은 1조5천억원 정도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텐진 롯데백화점 앞 순찰하는 중국 공안 사드 갈등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공안이 텐진 시내 롯데백화점 앞에 차량을 배치해 순찰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가장 큰 걸림돌인 사드 배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미국, 그리고 한반도 사드 배치는 동북아 전략 균형
을 흔든다면서 절대로 안 된다는 중국.


이 두 강대국 틈에 끼어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식으로 해법을 찾아낼 것인가. 정말로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임에 틀림없다. 문재인 정부로서도 출범 초기 가장 큰 난제를 만난 것이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미 배치한 사드를 철수시키는 것은 문재인 정부로서는 엄청난 외교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국회 논의를 중국 측 반대로 하지 못할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사드 운용에서 한국이 관여해 사드 레이더가 중국을 탐지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없애는 방안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운용은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이밖에 사드를 배치하되 실전 운용은 미루는 방안,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를 철수하는 방안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 세 나라가 협의하는 방안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게 없다. 중국 측은 이해찬 특사와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가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 참여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특사는 우리는 미국 MD망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북핵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생각하는 사드 해법은 배치 강행 그리고 배치 철회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대신 주한미군의 사드배치가 법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살피면서 그리고 국회 비준 절차를 준비
하면서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사드배치 목적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인 만큼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추가 도발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 그래서 사드가 필요 없는 안보환경을 만들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국방부 "사드 실제 운용 상태" 4월 27일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부지에 사드가 배치돼 있다. 국방부는 이날 성주골프장에 들어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장비가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성공하려면 미국과 중국의 협력, 북핵 공조가 필수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비롯해 아시아 태평양의 맹주 자리를 놓고 부딪칠 경우 사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우리로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한중 관계가 이전만큼 순조롭게 이어질지 당장은 속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7월 이후 한중 두 나라 국민들은 서로에 대해 너무 실망했다. 중국 사람들은 한국이 사전 통보 없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이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하는 우리의 자구노력을 몰라주고 속이 좁은 보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국민감정이 하루아침에 좋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국관계가 곧 좋아질 수 있으리라는 낙관은 금물이다. 한중 두 나라가 협력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야 한다. 사드 배치와 같은 악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국면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든 터질 수밖에 없다. 한중 두 나라가 서로 싸우면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손해만 입는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첫 단추는 제대로 끼운 문재인 정부가 사드배치를 그대로 두고 중국을 설득할 것인가,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에게 사드를 도로 가져가라고 할 것인가. 이 어려운 선택을 어떻게 슬기롭게할 것인지 두 나라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홍인표 고려대 언어정보연구소 연구교수  mjknews2121@daum.net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2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