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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산적한 외교적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권오중 사)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 승인 2017.06.22 15:06|(203호)
2017년 5월 10일에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북한정권은 2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순차적으로 시험발사했다.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북한은 지속적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했었는데, 그러한 북한정권의 태도는 상대적으로 북한정권에 유화적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변함이 없음이 증명되었으며, 한반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동지나해와 남지나해에 대한 해양패권을 추진하면서, 해군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동풍’미사일을 중국의 서부해안 지역에 전진배치 해놓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내의 사드(THAAD)배치는 중국의 전력을 무력화 시킬 수도 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물론 미국과 한국정부는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의 범위가 600km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배치되는 사드의 범위가 600km인지, 2000km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사정거리 600km인 사드 레이더가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으면서 중국대륙을 감시의 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는 장소는 성주 외에는 없다. 이것이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명분이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600km 범위의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만약에 사정거리 2000km인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 내 대부분의 탄도미사일기지가 감시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서 여러 가지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며, 배치철회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을 설립하여, 미국과 서방중심의 금용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IIB는 중국의 일대일로( 一帶一路)라는 ‘신 실크로드’
건설을 통한 군사적, 경제적 중국의 아시아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몽(中國夢)의 전제조건이다. 여기에 우리 대한민국도 가입을 하였고, 중국은 대한민국을 경제적으로 완전히 복속시켜서 거대한 중국의 패권 내 역내국가로 삼으려고 구상하는 듯하다. 현재의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휴전체제”에서 비롯된 힘의 균형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패권주의와 북한의 핵과 미사일개발 성공으로 인하여 힘의 균형추가 급속히 기울어져 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힘의균형추를 맞춘다면, 방법은 바로 한반도 내에 전략핵무기의 재배치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인 대한민국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인 사드배치가 우리에게 필요한 선택이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우리의 교역 의존도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절대적이다. 중국의 경제 제재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경제가 흔들릴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역으로 수익을 얻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니,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중국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애당초 중국이 노렸던 것이고, 앞으로 일대일로( 一帶一路)라는 중국의 경제적 패권주의 굴레에 한국이 걸려들게 될 것이며, 현재 사드배치문제로 시비를 거는 것을 보면 이미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중국과 북한은 대한민국과 군사적으로 동맹국도 우방국도 아니다. 오히려 휴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군사적인 상대국이자 적대국이다. 그들이 우리의 안보문제를 간섭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그들의 군사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의 안보문제를 결정한다는 것은
매국적 발상이다. 더군다나 북한 정권의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은 우리의 끊임없는 중단요구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 왔는데,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면 사드배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이다. 북한정권은 평화를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하고, 우리는 전쟁을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아시아와 한반도에 전쟁의 공포를 촉발시킨 원인은 사드배치가 아니라, 바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고 중국의 패권적 팽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불이익이 두려워 저들의 강압적인 사드철회 요구를 단순하게 외면하기 어려운 측면도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핵과 미사일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핵, 미사일 문제와 사드를 같은 테이블에 놓고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北 미사일 발사 후 긴급 안보회의를 주제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우리와 위안부문제와 독도 문제 등 끊임없는 치킨게임을 지속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일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념적, 영토적 패권주의로 선회한 듯하다. 일본의 우경화와 대한민국의 좌경화는 서로의 합리적 대화를 가로막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여론은 위안부 문제 재협상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고, 일본 정부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대한민국은 군사적으로 동맹국은 아니지만,
우방국이라고 할 수 있다. 양 국가 사이에는 미국이라는 양측의 군사적 동맹국가가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지위를 군사적 동반관계로 격상시키면서 미국에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동아시아의 군사정세는 중국과 북한이 한 축이 되고 미국과 일본이 또 다른 축이 되는 대립구도로 확대 재생산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한미동맹관계 그리고 경제적으로는 AIIB가입으로 미국과 중국에 양다리 걸치는 어정쩡한 상황을 스스로 자초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동아시아의 균형을자국에 유리하게 전개시킬 수 있는 중요한 인자(因子) 될수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게 엄청난 당근을 제시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문제는 모호한 이전까지 한국정부의 태도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나치게 중국의 눈치를 보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동아시아의 세력 재편에서 확실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었다. 반면 일본은 일찌감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 격상시키며 동아시아의 ‘신(新)질서’에서 확실한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에서도 대한민국의 선택을 강요하며,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실로 역대 어느 정권도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외교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현 정부는 우선 국가가 안보가 확실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군사적으로 미국과는 동맹이 될 수 있어도 중국과는 동맹이 될 수 없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란 말이
있듯이, 가까이 있는 강국과는 절대로 친선관계가 될 수 없다.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아니면 복속되어왔던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정부가 제시하는 달콤한 당근에 현혹되어, 우리의 안보에 대한 중국의 간섭을 허용해선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서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안보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일반의지’에 따라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2001년 7월에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G8 정상회담이 개최되었을 당시에 당시 독일 수상 슈뢰더(Gehrad Schr der)는 격렬히 반대시위를 했던
전 세계에서 모인 대학생들을 보며 “내가 20년만 젊었다면 나도 저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사고(思考)와 책임감이다. 누구나 개인적인 정치성향이 있고,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국민들 대표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면, 자신의 개인적인 정치성향보다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다. 트럼프 정부가 처음에는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겠다는 듯 한 태도를 보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의 체제를 인정해 주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트럼프의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북한을 폭격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외교라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질서를 다루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북정책을 급속히 선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역시 국제사회의 질서와 균형을 고려한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구상하는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진영 간 대립구도에서 지정학적인 완충지대로서 미국의 방패 역할을 하고있다. 사드의 성주 배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해결에 접근하면서 대한민국을 소외시킨다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군사적으로 절대로 대한민국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코리아 패싱’은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대신 현실성이 없는 FTA 재협상 등으로 대한민국을 압박하며 우리의 확실한 태도를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수상 시절 서독의 “신 동방정책”(Neue stpolitik)의 추진과정과 배경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당시의“신 동방정책”이 브란트의 독자적인 대 동독정책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며 시작된 “동-서 데탕트”는 동-서 진영 간 평화와 현상(Status Quo)유지를 목적한 것이기 때문에, 서독정부의 동독과 동유
럽에 대한 접근은 그 배후에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전제되었다. 즉, 미국과 소련이 현상유지에 대한 의지와 긴장완화 및 평화유지에 대한 묵시적 합의에는 동-서독의 화해가 필요조건이었다. 그래서 서독정부의 대 동독 및 동구권 접근은 입장의 전향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과의 더욱 확고한 신뢰관계에서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와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당시 유럽의 상황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 서독정부가 체제와 동맹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동독과 동구권에 접근했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교훈으로 삼을만 하다. 우리도 동일한 길을 가야 한다. 왜냐하면 동아시아의 국제질서에서 대한민국이 자주적인 외교와 자주적인 안보를 추구한다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동의 없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한 도박이 될 수있다. 중국과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궁극적으로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동맹체제에서 이탈시
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와 미국과의 신뢰관계의 균열이고, 궁극적으로 관계단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드배치를 두고 우리가 지금 마치 양자택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대신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는 - 2007년 부시(J.Bush jr.) 당시 미국 대통령이 규정했듯이 - ‘군사적 대립관계, 경제적 동반자’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이미 구사하는 접근방법인데, 우리는 시도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 만큼 우리에겐 외교적 당당함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당당함이 바로 자주외교이다.
 
우리가 사드배치문제나 북핵·미사일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중국, 북한과의 관계
를 정상화 시키려면, 반드시 미국, 일본과의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
서 문재인 정부는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우선적으로 진행시켜서 각론적인 오해와 갈등을 정리하고 조속히 관계강화를 선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이제는 41% 지지자들의 정부가 아니라, 지지하지 않은 59%의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이들이 국민의 ‘일반의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본인의 개인적인 소신을 펼치는 자리가 아니고, 앞에서 슈뢰더가 말했듯이, 국가와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외교적 상황이 사면초가와 같아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외교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주권 수호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담보라는 기본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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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 사)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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