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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경제 정책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7.06.22 14:43|(203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에 대해언급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의 재임기간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푸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성장잠재력 회복, 일자리 창출, 소득양극화 해소, 가계부채 축소, 기업 구조조정, 통상마찰 완화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성장잠재력을 복원시키는 일이다. 성장률
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가계부채 및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은 2.6%로 세계 189 개국중 성장률 순위 104위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작년까지 2014년(3.3%) 한해만 빼고 2%대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작년에 2만 7,561달러로 11년째 2만달러대 틀에 같혀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로 34개 OECD 회원국중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OECD 분석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웃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최근 잠재성장률이 회복되고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다고 하니 우리로선 부럽기만 하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는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강국), 박근혜 정부 때는 474 공약(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을 내걸며 국민소득 4만 달러 돌파를 호언장담한 바있다. 그러나 두 정부 모두 4만 달러는 고사하고 3만 달러의 벽조차 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소득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민소득을 늘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는 것은 지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소득주도 성장이 자칫 지나치게 분배를 강조한 나머지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주문하고 싶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쉽게 말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가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성장의 과실이 자본가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시정해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임으로써 서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고, 소득양극화를 완화하며, 이로써 성장률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혜택이 아래로 퍼진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 소득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자들은 임금을 ‘비용’으로 보던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소비의 원천’으로 여기고 있다. 2008∼2013년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3.2%, 노동생산성은 3.0% 증가했지만,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연평균 1.3% 늘어나는 데 그친 사실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되는게 있다. 한국과 같이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이 상승하면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되며 국내기업 해외이탈, 외국인직접투자 감소 등으로 산업공동화가 심화될 수 있다. 이는 또한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진다. 임금상승은 고용축소와 실업증가를 야기할 수도 있다. 과거 우리의 경험을 보면 성장률이 높아지던 시기에는 소득양극화는 완화되고, 성장률이 부진한 시기에는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점에서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하느냐 하는 것보다는 성장을 촉진시켜 이것이 고용창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에 보다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주도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는 주장도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시간당 임금이 일정한 수준(금년의 경우 6,470원)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법으로 막아주는 제도이다. 이는 이미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유리하지만 이로 인하여 일자리를 잃거나 얻지 못하는 사람(아르바이트, 주부, 외국인 근로
자, 청년 등)에게는 불리한 제도이다. 또한 임금상승에 따른 노동수요의 탄력성이 크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소득이 감소하는 측면도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수준에서 인상되어야지 일거에 1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과 같은 급격한 조치는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첫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인사 후보자를 발표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고용사정 악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최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발등의 불이다.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국정 1순위로 설정하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며, 청와대 비서실내에 ‘일자리수석’을 신설하는 등 조직정비부터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약으로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제시한바있다. 경찰, 소방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부사관 등 꼭 필요한 공무원 일자리를 17만 4,000개 만들고 보육, 의료, 요양, 복지 등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민간 고용창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청년고용할당제를 확대하고, 청년 구직촉진 수당을 도입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상황이 시급한만큼 정부와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나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은 일단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특히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수를 늘리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정부의 예산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는 국민 부담 증가를 수반한다. 공무원수를 무조건 늘리는 것은 큰 정부를 만들어 정부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점에서 한편에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에 있는 분야의 공무원수를 줄이는 일이 병행되도록 해야 한다. 금년 4월 실업률은 4.2%로, 4월 기준으로 2000년(4.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11.2%로 치솟아 같은 달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심각한 고용상황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공공부문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결국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이는 설비투자를 늘리는 등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규제완화와 대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적 시각을 버리는 일이 중요하다. 벤처 중소기업의 창업을 촉진하는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소득양극화 해소는 사회안정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작년 우리나라 저소득층인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44만7000원으로 전년대비 5.6% 줄었다. 반면 고소득층인 상위 20%(5분위) 가구의 월평균소득은 834 만8000원으로 2.1% 늘었다. 가구별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에 4.48배로 전년보다 0.26포인트 높아지는 등 소득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소득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성장을 통한 중 산층 복원이 중요하며, 이는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달성 가능하다.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견실한 유효 수요 창출도 중요하다. ‘더 좋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시키는 것이다. 중산층의 하위계층으로의 탈락을 방지하고, 중산층을 확대하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성장잠재력과 고용창출 가능성이 높은 지식기반 서비스, 다양한 신기술 산업과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전략산업을 육성하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대중영합적인 분배
위주 정책이나 인위적인 평등화정책은 분배관련 지출을 증대시키고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성장동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등한 기회의 보장이다. 빈곤의 대물림을막는데는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가 유용한 수단이다. 교육투자 여유가 없는 저소득층의 자녀교육 기회를 확대하여 계층이동 가능성을 제고하고 공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입시제도가 복잡하고 다단계일수록 경제적 여유가 없어 사교육을 받을기회가 없는 저소득층 자녀는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저소득층이 교육혜택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축소도 급선무이다. 작년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이 1,344조 3,000억원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141조원 늘었다. 2014년 6.5%이던 증가율은 2015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11.7%로 더 높아졌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5년 기준 169%로 OECD 평균(129.2%)을 웃돌고 있다. 가계부채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이다. 외환위기 극복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의 부채는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해소할 수 있지만, 가계부채는 구조조정 방법을 동원하기도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가계부채를 아픈 곳으로 비유하며 “사람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 배꼽이 아니라 아픈곳”이라고 강조하며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새 정부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를 150%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대신 총체적상환 능력심사(DSR)를 활용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출총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한다는 것 외에 구체적 내용은 아직 나와 있지 않아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있으므로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주택수급 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부실화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뭐니뭐니 해도 중요한 것은 가계소득의 증대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원이 확보되거나 소득이 늘어날 경우가계부채의 부실화 위험은 원천적으로 낮아진다.
기업구조조정도 지체할 수 없는 과제이다. 국내 제조업체들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평균 400%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00%가 채 안 된다. 외환위기 때 두 자릿수였던 시중 실세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2% 안팎으로까지 떨어졌다. 그런데도 현재 전체 기업 6곳 중 1곳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이100%도 안되는 한계기업이다. 한계기업 급증은 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계속 떨어지는 등 기업들의 성장성이 약화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경제상황이 뚜렷이 개선되지 않는한 앞으로 살아남기가 힘든 ‘좀비기업’은 계속 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대표적인 좀비기업이다. 이 기업은 당장 내년에 9,800억원에 이르는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있다. 이미 8조 7,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었지만 정상화의 해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마불사’ 논리와 정치적 부담 등 때문에 정리를 미뤄왔지만, 이제는 민간에 맡겨 단호하게 수술을 해야 한다. 미국처럼 민간 자본이 시장 구조조정을 주도할 수 있는 모태펀드를 만들고 세액공제 등의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민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신보호주의 파고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통상마찰을 완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세계 주요국들의 무역장벽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외교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신규조사 건수는 2014년 29건에서 2015년 36건, 작년 42건으로 매년 늘고있다. 특히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장벽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나 기업들의 대응은 허술하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3월 현대중공업 등 한국산 변압기에 대해 반덤핑 최종판결을 결정할 당시 국제·내륙 운송과 설치비등을 구분해 각각의 이윤을 보고하라는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했다. 미국 통상정책에 미리 적절히 대응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한 수입규제 강화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크게 내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통상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미 수입을 늘려 수입규제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하는 거시적 정책도 중요하다. 이 점에서 미국산 셰일가스나 셰일오일,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을 적극 늘리거나, 우리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
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속해 있는 통상조직을 별도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제를 살리려면 오랫동안 공백이었던 대통령의 리더십을 제대로 복원하고, 관료들이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대안을 강구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앞
서 ‘4차 산업혁명’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력을 결집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것에 맞추어 대한민국은 국가 대개조 차원에서 발상전환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서울 지하철 분당선 선릉역에서 왕십리행 열차로 출근하는 시민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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