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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국제정세 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7.01.09 16:57|(202호)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 하던 일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의 그간의 행적과 발언을 두고 미국인인 것이 부끄럽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정반대의 결과를 일관되게 예측한 여론조사 결과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민심을 읽어내는데 실패했다. 트럼프의 극적인 당선은 현재 미국이 맞닥뜨린 현실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이 득표 전략에 주효했음을 보여준다.

재정적자, 사회문제, 대외관계를 막론하고 미국이 고전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외부 세력에 전가하는 ‘책임 투사(投射)’ 캠페인은 미국 대중(大衆)의 마음속에 꿈틀대던 불만 코드를 자극했다. 미 대선 결과는 경륜과 안정감의 이미지를 내건 힐러리 클린턴 (Hilary R. Clinton) 후보를 타성에 젖은 반(反)개혁주의자로 판정내린 셈이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외치는 개혁과 변화가 미국 자신은 물론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이 된 그의 대외정책 기조는 전통적 공화당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강력한 힘과 리더십을 기반으로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간여하고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확산시켜 번영과 평화의 저변을 강화하자는 것이 본래 공화당 노선이다. 밖에 나가 있는 미군을 철수시켜 동맹국들이 더 이상 미국 안보 우산에 무임승차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나라들의 각종 비관세 장벽과 통상(通商) 편법에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대응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은 그 실현 가능성과 효과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존 미어샤이머와 스티븐 월트 교수는 올해 여름 학술지 ‘포린어페어즈’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이제는 역외 세력 균형(offshore balancing)전략을 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유럽과 중동을 과감히 떠나도 세상은 멀쩡하리라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사라지면 영국, 프랑스, 독일이 알아서 유럽의 안보를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미국의 부재(不在)로 반미주의가 경감될 중동은 극단 테러리즘의 공포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단, 동아시아 지역은 예외로 부상(浮上)하는 중국이 역내 질서를 갑자기 바꾸지 못하도록 개입 기조와 동맹 공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중국을 공격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보는 트럼프의 견해는 위의 선별적 역외 세력 균형자론과맥이 같다. 이는 세계의 특정 지역에 특정 패권국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선에서만 적절히 개입하고 국가 역량을 안으로 모아 미국을 재건하는 데 집중하자는 논리에서 기인한다.

미국의 고립주의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민주화 과정이 퇴보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무역과 같은 규범의 추구가 미국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몰가치성을 대변한다. 쇠락한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몰아세우고 유럽연합(EU)의 외연을 동유럽으로 확장해 미국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병합을 유발했다는 역외 세력 균형론의 분석 역시 이상하리만큼 러시아를 두둔해 온 트럼프를 변호하는 셈이다.

평생 국정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가 국제정치 이론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고서 대외 관계를 설파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역외 세력 균형론과 이제까지 트럼프가 내보인 외교관(觀)은 내년 1월에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미국의 공식 외교 기조로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역대 미국의 어느 정부도 어김없이 힘과 가치의 외교를 병행함으로써 세계 질서의 규칙을 주도하고 이를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뒷받침하고자 했다. 한국의 처지에 비추어 지금부터 트럼프 당선자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체제의 속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북한 정권의 대외 전략에 담긴 이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그는 북한판 미·북 평화협정에 담긴 파급효과를 이해해야한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과감하게 용인할 것이 아니라면,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내고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함에 있어 동맹국과 맺은 신뢰와 협력이 긴요하다는 점을 확고히 천명해야 한다. 트럼프는 또한 국제사회에서 누군가와 60년 넘게 뜻을 공유하고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다는 것이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귀중한 외교 자산임도 인식해야 한다.

동아시아 정책에 관한 한·미의 목표 재확인해야 상대방이 아직 인물도 정책도 유동적인 이 시점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가 선제적으로 워싱턴의 담론과 기류를주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시아 정책에 관한 한·미 양국의 목표와 이익의 접점을 재확인하고 현재 시점에 맞는 협력의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그러한 역량과 돌파력을 지금 한국 정부로부터 과연 기대할 수 있을까. 일각에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이 대한민국 대외 전략의 정론(正論)이라고 힘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남보다 우리가 걱정이다.

<글·국회보 제공>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jknews@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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