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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교사 논란 유감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 승인 2017.01.06 14:46|(202호)

헌정사상 초유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고 있다. 이런 수준의 박근혜정부가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오히려 경이로울 정도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대리인단이 제시하는 무죄 주장과 그 논거는 황당하다 못해 슬프다. 어찌 하나같이 최고 권력자 주변의 인식이 이런 수준일까. 그 수준을 보노라면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치 못할 일이다. 생업을 중단하고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진 국민의 심경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차마 궤변만큼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그 대리인단은 그게 아니었다. 반성과 속죄는커녕 ‘한 번 끝까지 가보자’며 국민과 싸우겠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오만한 권력의 말로가 궁금할 따름이다.


국정조사특위, 왜 이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두 명이 최순실씨 측근과 질의와 응답을 사전에 조율한 의혹이 드러났다.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완영 의원과 이만희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문제의 태블릿PC가 최순실씨의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실제 청문회장에서 질의와 응답을 주고받았다. 다만 그들의 질의와 응답이 사전에 기획해서 논의하고 두 의원이 최순실씨 측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했는지 여부는 좀 더 확인해 볼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이완영 의원 등이 이들을 사전에 만났다는 것부터 적절치 않았다. 물론 특위 위원이라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누구라도 만나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원칙이 있고 상식이 있어야 한다. 이미 최순실씨 측은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사무실을 비우고 컴퓨터를 폐기하는 등의 작업을 은밀히 벌여왔다. 그리고 관련된 핵심 서류를 없애거나 없애려 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이완영 의원이라면 그 관계자들을 만나는 데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완영 의원은 새누리당 간사였지만 실은 청문회에서의 진상규명에는 가장 소극적이었다. 그런 그가 국민적 비난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측 인사들을 만났다면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의미다.

아니라 다를까. 그 잘못될 수 있던 만남은 결국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내부 고발자격인 고영태씨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한 의원이 태블릿PC와 관련해 어떤 질문을 할 것이며, 이에 최순실씨 측의 증인(박헌영)이 어떻게 답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4차 청문회가 열리기 이틀 전의 인터뷰였다.

고영태의 인터뷰는 적중했다. 실제로 이틀 뒤 열린 4차 청문회 당일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이 거의 그대로 질문을 했고 이에 박헌영도 그 내용대로 답변했다. 사전에 관련 협의나 모의가 없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생방송으로 중계된 당일 청문회장에서의 질의와 답변을 고영태가 어떻게 이틀 전에 알고 언론과 인터뷰까지 할 수 있었겠는가. 사태가 확산되자 이완영 의원은 최순실씨 측의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등을 두 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당연히 위증교사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완영 의원 등은 위증을 교사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저하게 확인해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위상을 재확립해야 할 것이다.


사퇴번복, 또 왜이러나

결국 고영태의 폭로대로 이틀 뒤의 청문회장은 거의 그대로 적중했다. ‘태블릿PC 충전기’ 같은 말이 나올 정도로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물론 그 의혹대로 사전에 모의를 하고 교사를 했는지는 좀 더 진실을 가려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 경악할 일이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이 특정인과 사전에 말을 맞추고 위증하도록 시켰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사실이라면 이 또한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회를 모독하고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일이다. 철저하게 따져서 그 책임을 분명히 하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새누리당 간사를 맡았던 이완영 의원의 언행만큼은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 명색이 집권 여당의 국정조사 특위 간사를 맡았다. 말 그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진실을 밝히는 일이요, 여당 간사라면 가장 앞장서야 할 당사자다. 그럼에도 이완영 의원의 태도는 미덥지 못했다. 아니 ‘국정조사를 방해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재벌 총수를 감싸는가 하면 국정조사 자체의 위상을 스스로 격하시키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물론 청문회장에서의 질의 수준이나 내용도 예리하지 못했다. 실소를 금치 못할 질문도 적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완영 의원은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려는 시도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의원이 어떻게 여당의 간사를 맡았는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물론 여론의 비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완영 의원 스스로 휴대폰이 뜨거울 정도라고 실토했다. 청문회에 임하는 이 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그만큼 강했다는 뜻이다. 그러자 이 의원 스스로 간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잠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자신이 행한 발언마저 뒤집었다. 책임있는 정치인의 발언이 이 정도란 말인가. 앞으로 더 이상 그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을 누가 귀담아 듣겠는가. 아직 국회의원 선거가 많이 남았으니 어지간한 여론쯤이야 적당히 뭉개도 상관없다는 뜻일까. ‘최순실 부역자’들의 추태라고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사실 이완영 의원은 스토리가 많은 사람이다. 제 손으로 자신의 삶을 단단하게 다져온 능력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돌변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드배치 반대론자들을 ‘좌파’라며 이념적으로 매도하는 발언도 나왔다. 자신을 지지해 준 지역 유권자들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또 이번 청문회에서는 진실규명과는 거꾸로 가는 듯한 행보까지 보인 셈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친박의 총대를 맨 것일까. 누가, 왜, 그래도 괜찮았던 스토리 있는 정치인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안타깝고 또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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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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