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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추락
공병호 / 경제학박사,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1.06 14:38|(202호)

“수출 부진과 구조조정 여파에 제조업 평균 가동률(70.2%)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69.9%) 수준까지 떨어졌다.” “매출액 영업이익률(4.8%)은 글로벌금융위기(5.9%)보다 낮다.” 최근의 어려운 현장 경기 상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당시 우리 경제는 상대적으로 건강하였다. 정책 실패와 외부 환경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환란을 당했다고 하면 지금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와 달리 바깥 사정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 가동률의 하락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은 근원적인 문제가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고용을 늘려야 할 인센티브를 계속해서 상실해 왔다. 상품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우리 사회의 비용 구조는 계속해서 고비용 구조를 향해 달려왔다. 인건비나 조세 및 준조세 등 다양한 부담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회로 변모해 왔음을 뜻한다.

이런 추세 속에서 맨 처음 손을 든 업체들은 대기업들이었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해 왔던 아이템들을 하나 둘 계속해서 1차 협력업체에게 옮겨오는 방식으로 일정한 수익을 확보해 왔다. 인하우스 전략에서 1차 협력업체로부터 아웃소싱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그래도 1차 협력업체가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여건에서는 괜찮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점점 더 1차 협력업체도 낮아지는 제품 가격에 비해 높아지는 비용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1차 협력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자체 생산품을 2차 협력업체에 넘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제조업의 여러 분야에서 2차 협력업체가 현재이 비용 구조에서 가격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다. 결국 한국 내에서 자체 생산으로 수지를 맞출 수 있었던 아이템 가운데 상당 수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제 3국으로 이전되는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제조업의 불황이란 현상은 단순히 수요 부진에 따른 불황만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현재 상황은 제조업의 많은 분야에서 2차 협력업체도 자체 생산으로 수지를 맞추기 힘들어 가고 있다. 결국은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당의 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이 현재의 제조업의 가동률 저하를 설명할 수 있는 유력한 진단일 것이다.

한 나라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을 간단히 정리하면 가격 대비 비용이 높을 때 가능하다. 어느 분야든 글로벌 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고, 여기에다 장기 불황이 겹치면서 예외적인 분야를 제외하면 완성품 가격을 하방 압력을 계속해서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 한 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가. 단순한 산술공식을 사용하면 가격이 내려가면 그것에 맞추어서 비용을 계속해서 내릴 수 밖에 없다. 기업으로서는 공정혁신이나 제품형식 그리고 기술혁신 등의 방법을 사용해서 가격 하락에 어느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관리할 수 없는 영역은 사회 전체가 부과하는 비용의 상승 압력일 것이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직된 노동시장에 따라는 직접 혹은 간접 비용 증가와 각종 조세 및 준보세 성격의 비용 등이 비용을 낮출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비 부담은 근로자에는 일종의 고정비이다. 이들 고정비를 커버하는 최종 주체는 기업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생계 비용의 증가에 따른 모든 비용의 최종 책임자는 근로자이지만 근로자의 생계비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업들이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가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는 일이 위험한 것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 계속해서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 회사를 떠난 근로자들의 생계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궁극적으로 실업 급여 등과 같은 조세 부담의 증가로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이를 다시 조세를 늘리는 형식으로 정부는 보전할 수 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가격 하락이란 피할 수 없는 대세 속에서 구조개혁을 통해서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나가기 보다는 오히려 비용을 높이는 쪽으로 사회의 많은 구조나 정책들이 형성되어 있다. 구조개혁이란 용어가 빈말이 되면 될수록 한국 사회는 점점 수렁 속에 빠져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음>


           


 

공병호 / 경제학박사,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mjknews21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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