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박상병 정가산책
대통령 탄핵, 그 과정이 더 고통스럽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 승인 2016.12.16 16:39|(201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절차가 본격화 되고 있다. 야권은 정기국회 회기 내에 끝내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단 반대하는 모양새다. 여야가 일정을 어떻게 조정하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리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65조 2항). 그리고 국회에서 의결된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서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113조 2항).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 심판의 기간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법은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38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일정대로만 된다면 늦어도 내년 6월 중순까지는 헌재 결정이 이뤄질 것이며 그 후 2개월 뒤인 8월 중순쯤에는 차기 대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형식적인 일정만 따지면 그렇다는 뜻이다.
 
헌재 결정, 시기도 결과도 낙관할 수 없어
그러나 헌재 결정이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6개월 이내에 마무리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는 ‘훈시적 규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게다가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헌법재판소법 51조). 만약 헌재가 최순실에 대한 형사소송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며 심판절차를 정지할 경우 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칫 박근혜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된 상태로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헌재가 이런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부터 문제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당한 대통령,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된 대통령의 권위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권력도 이미 정지된 것인 만큼 대통령으로서 존재는 유명무실하다. 그렇다면 헌법질서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대로 간다면 황교안 총리가 그 역할을 맡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을 넘어선다. 다시 말하면 ‘박근혜정권’에 대한 탄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와 개인적 비리혐의를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순실 일당’을 둘러싸고 벌어진 거대한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핵심부와 일부 정부부처까지 개입된 총체적 비리혐의로 확산되고 있다. 도대체 최순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어디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핵심부가 여전히 국정의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며, 행정부를 통할하는 황교안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황 총리도 그 직책상 문체부와 교육부 등의 비리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무난히 할 수 있다고 본다면 이 또한 오판이다. 국정이야 어떻게든 끌고 가겠지만 그 기간 동안 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과 고통, 엄청난 국익 훼손과 기회비용은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그 기간도 몇 개월이 아니라 길게는 무려 일 년 이상이 될 수도 있으니 이 얼마나 막대한 국가적 손실이겠는가. 탄핵 절차도 중요하지만 탄핵 이후의 국정운영이 더 걱정된다는 뜻이다.
이런 국민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권이 먼저 박 대통령의 ‘2선 퇴진’과 ‘중립내각 구성’을 주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헌법 71조의 ‘대통령 권한대행’얘기도 나왔던 것이다. ‘질서 있는 퇴진론’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후임 총리를 먼저 지명하는가 하면 느닷없이 국회를 방문해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야당이 선뜻 받을 수 없는 모호한 얘기만 하고 가버렸다. 결국 박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에 다름 아니다. 국회가 결국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라 하겠다. 국익을 위해 더 효율적이고 빠른 길이 있음에도 우리는 그 길을 놓쳐버렸다. 대통령 권력의 막강한 힘을 뼈저리게 느끼는 대목이다.
 
탄핵의 세월, 국가는 어디로 가나
요즘 뉴스에는 온통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주변의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도 낯선 온갖 주사제와 의약품 심지어 비아그라까지 성난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보도를 전하는 언론도, 이런 보도를 접하는 국민도 불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것이다. 정말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기 때문이다. 뭘 숨기려는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 측도 말문이 막혀서인지 청와대 측의 해명은 영 신통치 않다. 해명을 할수록 국민적 분노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참으로 통탄스런 비극의 연속이다.
주말마다 분노한 민심이 광장으로 몰려나오고 있다. 국민인들 추운 겨울에 뭣이 좋다고 길거리로 나가겠는가.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온 가족끼리 촛불을 들겠는가. 한창 공부하고 뛰어놀 우리 청소년들도 무엇이 좋아 시린 손에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겠는가. 더 이상의 고통과 더 이상의 절망을 이쯤에서 끝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전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탄핵의 세월’이 마냥 길어지지 않을지 그것이 두렵다. 탄핵 이후부터 차기 대선까지가 정말 걱정되는 대목이다. 최대한 그 기간을 줄이고 국정운영의 중심을 재정립해야 함에도 우리는 이마저도 놓치고 말았다. 오만과 탐욕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마저 우리를 더 불안케 하고 있다. 자칫 연말연초에 금리라도 오르면 어찌할 것인가. 이 뿐이 아니다.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이런 가운데 내수경기는 더 얼어붙고 있다. 이대로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탄핵의 세월은 소모전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차 하는 순간 우리는 100여년전의 고통이 재발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와대 권력이 온전치 못하다면 국회와 헌법재판소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책임 있는 기관들의 냉철한 현실 인식이 절실하다. 이대로 탄핵의 수렁으로 빠져 들 수만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mjk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상병 시사평론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502~3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17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