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최순실 사태에 직면한 국민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혐오와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으로 변할 게 분명하다. 국민은 정치권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므로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갈구할 수도 있다. 두고 보라. 다음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한국형 트럼프가 반드시 등장하고, 그가 승리할 것이다. 한국적 풍토에서는 정치권 밖에서 트럼프가 나올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 정치권 안에서 기존 정치의 때가 가장 적게 묻은 후보, 기존 정치권을 속 시원하게 비판할 수 있는 후보, 그것도 극우 포퓰리즘의 공약을 막힘없이 열변으로 토해낼 수 있는 후보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 극단의 선동 정치는 가능성이 없다. 그런 자는 선동으로 인기를 얻은 후에 다시 기성 정치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위 트럼프 현상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정치계와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쏟아내는 막말로 점잖은 기득권 세력으로 결집된 미국의 정치판은 예기치 않은 저질 논쟁에 휩싸여 내내 알몸의 부끄러운 공방에곤혹을 치렀다.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세계의 패권국인 미국의 장래가 이런 품위 없는 막말꾼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가? 라는 여론이 선거가 끝날 때까지 염려를 낳았다. 더불어 트럼프가 연일 쏟아내는 비상식적인 공약을 가리켜 이런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공약이 실현된다면 세계는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구심을 낳았다. 따라서 이런 자가 대선 주자로서 적합한지 대통령 자격에 대한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그의 공약 하나에 세계가 울고 웃었다. 왜냐하면 미국의 침묵하는 다수 국민이 트럼프 열기에 휩싸였기 때문에 잘못하면 그가 혹시 대통령이 될는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이런 기존 정치권의 의구심을 비웃기나 하듯이 막말을 쏟아내면서 수많은 공화당 대선예비 주자들을 간단히 물리쳤고 당당하게 공화당의 공식 대선 주자가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계는 혹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트럼프가 대선 주자로 나서기 전부터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그는 서울에도 있는 트럼프타워라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재벌로 TV방송을 통해 “You are fired(너 해고야)”라는 유행어를 남긴 철저한 사업가다. 희한한 헤어스타일과 쉴 새 없는 입담, 그리고 헐렁한 상의에 벨트 아래까지 늘어지게 맨 튀는 색깔의 넥타이가 그의 이미지를 그로테스크하게 보이게 한다. 입담을 늘어놓을 때는 실눈을 뜨고 거대한 입을 특이하게 오므리며 소리(말) 지르는 그의 모습엔 세련미란 없다. 정치 현장 경험이라고는 없는 아웃사이더, 그런데 그는 어느덧 공화당의 대선 주자로 자리를 굳혔다. 미국이라는 정치 선진국도 이런 선택도 하는 나라인가? 정치권에 인맥도 조직도 없는 자, 정치권에 한 번도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았던 아웃사이더, 가진 것이라고는 돈과 미인 아내밖에 없는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세계는 의아해 했고 미국 시민들도 그 결과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솔직하게 사람들은 저러다가 말겠지 했다.
그러나 그는 거뜬하게 본선에 입성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 무대가 얼마나 방대하고 세밀한 정책들의 조합인가? 어느 정책 코드를 눌러도 수백 가지의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복잡한 정책들을 그로서는 알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는 대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그다. 그는 아예 정치인으로서의 경륜 같은 것은 없는 초년병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위축되지도 않았다. 그는 아는 것만 이야기했다. 솔직히 경륜으로 따진다면 트럼프는 힐러리의 상대가 못되었다. 본선에서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의 1대 1 대결에서 트럼프는 한번도 클린턴을 앞서지 못하고 끌려 다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트럼프의 막말과 거짓말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심지어는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공화당 지도부에서도 대선 주자로서의 그를 버리겠다는 말까지 등장했다. 주류 여론조사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더욱 낮게 보았다. 클린턴이 전통의 정치 1번가들을 휩쓸고 다닐 때 그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중부의 러스트 벨트를 찾아가 실의에 찬 노동자들의 등을 도닥거리고 있었다.
3번의 TV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3전 3패였다. 물론 그가 승리했다는 여론조사나 신문도 있었다. 그런 판단을 내린 기관은 모두 마이너리티 매체들이었다. 트럼프 자신도 투표 전 수일 동안은 패배를 자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이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방침을 흘리면서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주요 매체들은 그것도 반짝 효과에 불과하고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CNN, 뉴욕타임즈 등 거대 매체들의 여론조사는 트럼프와 클린턴의 당선 확률을 10대 90으로 보았고 그 예측은 투표 하루 전날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11월 8일 투표일 출구 조사에서 지금까지의 예측을 뒤엎고 트럼프 우세가 점쳐지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자 트럼프는 개표 초반부터 클린턴을 따돌리고 앞서나갔다. 어떤 미국인도, 어떤 언론도, 어떤 여론조사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반란과 같은 결과였다. 결국 트럼프가 대의원 수 289대 218로 승리하여 모든 예측을 뒤엎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기간 중 전멸을 예상했던 공화당은 상·하원까지도 장악했다. 대선과 상·하원을 휩쓴 건 2004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여성보다 남성이, 젊은 층보다는 장년층이, 또 비백인층보다는 백인층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결과였다. 세계는 경악했고, 세계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증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불확실성의 대명사였다.

극우 포퓰리즘의 파괴력 보여준 트럼프
극우 포퓰리즘이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지금까지 포퓰리즘은 좌파의 전유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극우 포퓰리즘도 얼마나 파괴력이 큰지는 이번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극우 포퓰리즘으로 매우 영리하면서도 저비용으로 클린턴을 압도했다. 그의 막말은 결과적으로 다분히 자의적이고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아웃사이더를 자칭한 그의 숨도 쉬지 않고 쏟아내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공격성과 부정은 상위 1%에서 배제된 미국의 백인 소외 계층에게 크나 큰 카타르시스를 주면서 그들을 열광케 했다. 이것은 멍청이 트럼프의 실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당선된 지금 되돌아보면 모두 계산된 전략에서 나온 정치행위였다고 보인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자신이 말한 것에 대해서는 한 가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천재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그는 결코 함부로 말하지않는 고도의 사업가라고 이해한다. 그가 쏟아낸 공약들은 확정적인 것들이 아니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후 얼마든지 수정 가능한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협상으로 억만장자가 된 협상 비즈니스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 10일도 안된 시점에서 벌써 공약을 수정하기 시작하고 있는 자가 트럼프다. 그것이 하등 그의 입지를 제한하는 걸림돌이 안된다는 것이 사업가 출신 트럼프의 처세술이다. 자세히 협상하여 계산해보고 미국에 손해 볼 일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 이 전략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 대통령 당선인으로서의 처신이다.
아시아를 포함한 동맹에 대한 공약, 보호무역주의, 이민 정책,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말을 뒤집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유연한 태도다.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는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것을.
공약에 대한 속박감 같은 것은 애초에 그에겐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세계를 휩쓸 트럼프 현상 정치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을 ‘트럼프 현상’으로 묶어서 표현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트럼프 현상이란 무엇인가? 그는 여성 비하, 인종주의, 보호무역, 동맹 파괴, 자국 이익 등 세계의 우려를 낳고 역대 정치권이 금기시한 영역을 허물면서 거침없는 막말로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는 이런 충격을 유권자에게 자극하여 홍보비를 절약하며 자신을 홍보했다. 클린턴보다 홍보비를 1/2도 안 들이고 2배의 홍보 효과를 냈다. 그러면서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 대선 주자가 되었고,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도 철옹성 같은 힐
러리 클린턴의 아성을 차근차근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인기는 무엇일까? 그의 행보는 일부 침묵하는 백인을 대표한다. 차마 드러내기 힘든 자신의 속내를 트럼프가 속 시원하게 외쳐줌으로써 보이지 않는 표심을 얻었다. 이런 트럼프 현상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대만의 창이잉원 총통 등의 당선이 이와 맞물린 현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브렉시트의 예를 보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누구도 영국이 탈퇴에 찬성 투표를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이 사건으로 영국 스스로도 놀랐다. 재투표하자는 돌이킬 수 없는 주장도 나왔다. 당연히 부결될 줄 알고 안방에 앉아 투표를 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의 뒤늦은 후회였다. 트럼프 현상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트럼프가 당선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였다. 트럼프 당선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의 각 도시를 휩쓸고 있지만 뒤늦은 후회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당선되는 이런 현상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을까? 우선 아무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지 않았을 때 트럼프 당선을 예견한 미국의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를 지난 7월 23일에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했다. 여기에 트럼프 현상이 어떻게 풀이되었는지 한번 살펴보자. 무어는 이 글의 첫머리에 “도널드 J 트럼프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다. 이 비참하고 무지하며 위험한, 파트타임 광대이자 풀타임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인 트럼프가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다. 더 끔찍한 것은 내 예언이 틀렸다고 누군가 말해주길 이렇게 바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라고 썼다. 유권자 중 77%가 여성, 유색인종, 35세 이하의 젊은이들인데 ‘트럼프가 그들 다수표를 얻을 수 없어!’, ‘사람들이 광대를 찍거나, 자신의 이익에 반대되는 투표를 할 리는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자위(自慰)행위일 뿐이다. 56번의 경선과 전당 대회에서 공화당 후보 16명이 트럼프를 막으려고 별 시도를 다 했으나 그를 막을 수 없었던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라. 미국 45대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는 미국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가 도래한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평가된다.
 

미국 45대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는 미국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가 도래한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평가된다. 사실, 트럼프 자신도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모르고 있었다.(힐러리 클린턴(좌), 도널드 트럼프(우))

무어가 트럼프 당선을 예측한 주요 이유는 광적인 트럼프 지지자들과 달리 힐러리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집 소파에 앉아 힐러리가 압승을 거둘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선거는 집에서 나가 줄을 서야 투표할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한 흑인이나 히스패닉 지역에 살 경우 줄이 더 길 뿐 아니라 그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온갖 조치가 취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거에서 투표율은 50%를 넘기기도 힘들다. 그것이 11월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무어 감독이 밝힌 트럼프 당선 5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사양화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는 미국 판 브렉시트가 될 수 있다. 둘째, 분노한 백인 남성의 최후의 저항이다. 즉 백인 남성의 역사가 끝난데 위기감을 느낀 그들의 결집. “흑인 남성이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을 8년 동안 견뎠는데 이제 또 8년 동안 여성이 우리 두목 노릇을 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셋째, 힐러리의 자체의 문제. 인기가 정말 없는 힐러리가 젊은 세대에게는 구시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점. 마치 옛날의 거대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넷째, 갈 곳 잃은 샌더스 지지자들. 다섯째, 제시 벤추라 효과 즉 1990년 미네소타에서 정치 문외한 프로레슬러 제시 벤추라가 주지사로 뽑힌 것처럼 투표소 장막 안에서의 엉뚱한 후보에게 투표하는 장난 행위 등이다. 무어 감독은 이 때문에 파시스트의 싹이 보이는 트럼프가 우리 군
의 총사령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클린턴을 선택하지만, 결국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고 그의 미친 손가락은 버튼을 누를 것이다. 그러면 끝장이라고 기고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미국 유권자들도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성향 즉 클린턴 일가문에 겹경사를 밀어줄 수 없다는 질투 심리이다. 클린턴을 당선시켜 한 가문에 세계 최초의 부부 대통령을 몰아주고,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영예(榮譽)까지 안겨줄 수 없다는 질투심도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객관적으로 모든 면에서 우수한 힐러리 클린턴의 낙선은 미국적 합리주의 이성으로는 판단되지 않는다.

트럼프 당선, 미국 대중의 합리적인 선택
최장집 교수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트럼프 현상을 미국 대중의 합리적 선택이라면서 이것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혐오라고 분석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 낸 큰 변화를 반영하는 정치 현상이라고 하고 이번 트럼프현상도 사회적·경제적 격변이 만들어낸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오히려 미국 민주주의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고 하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에선 여전히 실제 사회로부터 정치적 요구가 형성되고, 정치를 통해 표출되고, 그것이 선거에서 투표자들의 트럼프 자신도 자기가 대통령에 당선될지를 모르고 있었다.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장점을 보았다고 했다. “대중은 올바르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 체제 역시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의 장점은 사회의 여러 힘이 정치를 통해 상당히 표출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잘못 작동하더라도(중간선거 등) 2년 마다 치러지는 선거로 투표자들의 요구는 표출될 수 있다. 그것을 통해 투표자는 선출된 대표, 공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부분의 공직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도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최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중간 선거에서 압력을 받게 되고, 4년 뒤 연임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해서 미국 민주주의 체제가 이상하게 됐다고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의 정당 체제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보았다. “정치학자들은 미국 정당 체제가 지금까지 여섯 번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것을 ‘투표자 재정렬’이라고 말한다. 공화당은 예전에는 진보적이었다. 링컨의 정당이다. 그러다가 1930년대 뉴딜때 민주당이 노동 세력과 연대하면서 민주당 체제가 30년 이상 지속됐다. 이후 1960년대에 미국 남부와 백인을 중심으로 공화당 지배 체제가 형성돼 닉슨 때부터 레이건을 거쳐 부시까지 이어졌다. 그런 식으로 여섯 번째 투표자 재정렬이 유지돼 왔다. 트럼프가 일곱 번째 재정렬을 만들어 낼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향후 두서너 번의 투표를 거치면서 확실해질 것이다. 예컨대 러스트벨트는 과거에 민주당 텃밭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화당 지지 지역으로 바뀌었다. 중요한 변화다. 만일 이 변화가 미국 정당체제의 전환점이라면 힐러리는 구시대의 마지막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출현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가져온 세계적 격변을 정치적으로 완화하지 않고 부정적 측면을 더 악화시킨다면, 그것은 곧 파시즘적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세계 질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역사상 볼 수 없었던 좋은 정치 체제, 즉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이상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정치 질서가 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당장이 아닌 먼 훗날의 일이다.”고 예견했다.

한국 정치에도 트럼프 현상 불어올까?
트럼프 현상은 기득권과 기성 정치에 대한 혐오라고 풀이된다. 특히 영국에서의 기존 질서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자 곧이어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바람을 불어 넣고, 미국에서의 성공한 트럼프 현상은 이어서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한국처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큰 나라에서는 트럼프 현상의 파생 효과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직면한 국민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넘어 혐오와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으로 변할 게 분명하다. 국민은 정치권의 변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러므로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갈구할 수도 있다. 두고 보라. 다음 2017년 제20대 대선에서는 한국형 트럼프가 반드시 등장하고, 그가 승리할 것이다. 한국적 풍토에서는 정치권 밖에서 트럼프가 나올 가능성은 아직 희박하다. 정치권 안에서 기존 정치의 때가 가장 적게 묻은 후보, 기존 정치권을 속 시원하게 비판할 수 있는 후보, 그것도 우파 포퓰리즘의 공약을 막힘없이 열변으로 토해낼 수 있는 후보라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 극단의 선동 정치는 가능성이 없다. 그런 자는 선동으로 인기를 얻은 후에 다시 기성 정치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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