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에 관해 고개를 깊이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열람 파문과 관련해 10월 25일 대국민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직접 고개 숙여 발표했다. 그러나 최 씨의 국정 농단은 청와대부터 장관까지의 인사·안보·외교 분야는 물론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연출하고 보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 진상을 알아본다.

朴 대통령 “이유 여하 막론하고 국민에 심려끼쳐 깊이 사과”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성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었다고 밝혔고,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 설문을 사전에 미리 전달받고, 원고를 상당 부분 수 정한 것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 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가슴 아프 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측근 등 자신의 주변과 관련한 문제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최 씨가 관여돼 있다는 언 론 보도가 지난달 20일 처음 나온 뒤로는 한 달여 만이고, 연설문 사전 유출 의혹이 jtbc에 보도된 지 하루 만에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5월 세월호 담화 당시 대국민 사과를 비롯해 기초연금 공약 후퇴 사과 등 정책 또는 국정 운영상의 문제 등으로 수차례 사과를 한 적 있지만, 정권 차원의 의혹과 관련, 최 씨의 실명 을 직접 거론하면서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파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이 해명에 나서는 방안을 선택했다 는 분석이다. 최순실 파장은 의혹이 일파만파 번지며 민심 이반 과 지지율 하락, 집권 후반기 국정 동력 약화로 이어 지는 상황에서 대국민 사과만이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자칫 개헌 정국까지 쓰나미로 삼켜질 우려가 농후하기 때문도 있다. 박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던 개헌 블랙홀이 오히려 최순실 블랙홀로 바뀐 셈이다.

최순실은 고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의 ‘정신적 멘토’로 알려진 고(故)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이다. 박 대통령과 최 목사의 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 살된 뒤 영부인 역할을 하게 됐는데, 당시 최 목사가 상심에 빠진 박 대통령에게 ‘위로 편지’를 보내면서 급속하게 가까워졌다. 최 목사는 1975년 4월 대한구 국선교단 총재를 맡고, 박 대통령이 명예총재를 맡기도 했다. 최 목사는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 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을 때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 씨는 최 목사의 전 횡을 비난하며 “최태민 씨에게 포위당한 언니 박근 혜를 구출해 달라”는 탄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1994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최 목 사가 숨진 이후 최순실 씨는 항상 박 대통령 곁을 지 켰다. 1956년생으로 박 대통령보다 네 살이 어린 최 씨는 1975년 단국대 영문과를 졸업했고, 이어 같은 대학원 영문학과를 수료했으며, 최근 최서원으로 개 명했다. 최 씨는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 원장을 지냈고, 1990년대에는 강남구 신사동에 몬테소리 교육 으로 유명한 초이유치원을 열었다. 최 씨는 정윤회 씨와 결혼해 딸 정유라를 뒀으며 2014년 5월에 정 씨와 이혼했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 문한 이후에도 박 대통령 곁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습격 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최 씨의 언니가 병 실에서 박 대통령을 간호한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핵심 친박(친박근혜) 계 의원들조차 사석에서 최 씨를 만나거나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베일에 싸 인 인물이기도 하다. 최 씨가 주도해 설립한 미르재 단의 이성한 전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 서 “최 씨가 대통령에게 시키는 구조”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 씨한테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폭로성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권력 서열 1위 최순실, 정윤회 2위, 3위 박대통령?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 역시 박 대통령의 최 측근으로 활동했다. 정 씨는 지난 2002년 박 대통령 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에는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또 ‘문고리 3인방’으로 통하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도 정 씨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최 씨 일가는 박 대 통령 취임 이후 ‘비선 실세’라는 단골 공격 대상이었 다. 특히 지난 2014년 11월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정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 기됐다. 검찰은 당시 정 씨를 수사한 뒤 국정 개입 의혹은 허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당시 ‘청 와대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며 “최순실 씨가 1위, 정 씨가 2위며 박근 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설마 했다.  정치 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까지 공식캠 프 외에 ‘삼성동팀’, ‘논현동팀’ 등의 비선 조직을 가 동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 가운데 최 씨가 삼성 동 팀의 몸통이라는 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박 대통령 과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이인 건 분명하 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 씨가)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르고 40년간 절친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사진은 1979년 6월 한양대에서 열린 '전국 새마 음 대학생 총연합회 운동회'에서 당시 영애 자격으로 참석해 인사하 는 모습. 바로 옆 얼굴이 살짝 가린 사람이 최순실 씨다.

허약한 통치자의 정신 세계
정당하지 못한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최고의 권력(박 대통령)에 기생했던 사이비 권력(최순실 등)은 결국 비리에 관여한 끝에 꼬리가 밟혔다. 비단 이 번 경우가 아니더라도 과거 정권마다 권력을 등에 업고 호의호식을 하던 사이비 권력들은 예외 없이 타락했고 결과는 호된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이 관례 였다. 그런데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사이 비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은 왜 타락하는가? 그리고 타락하는 권력에 는 무슨 허점이 있는 것일까? 권력은 권위주의가 강 할 때 부패하기 시작한다. 오만하거나 소통이 없거 나 무소불위의 권력 등은 반드시 부패한다. 그런 성 향의 권력이 형성되면 그 권력을 숙주로 한 많은 독 버섯들이 기생하게 된다. 박 대통령의 경우 최 씨로부터 순수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도움을 주는 측 은 전혀 순수하지 못했다. 부정한 권력을 과시했고, 그 권력을 이용해서 한 밑천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온갖 이권에 개입했다. 필요하면 정부 조직의 인사 권에도 간여했다. 축재의 주머니로 미르·K스포츠 재단이라는 유령 같은 기관을 설립했다. 이름도 전 혀 애국적이지 않다.  누구를 탓해야 할까?  박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에 서 두 번째 가라면 서운할 인재들을 내각과 비서실 에 거느리면서도 사이비교주 같은 인연에 지배되어 국권을 농락당하면서도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한 실책 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비정상적 주술(呪 術)에 걸린 시녀에 다름없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 힐 러리 클린턴이 개인 이메일 파동으로 FBI의 수사를 받고 대선 기간 내내 곤혹을 치루는 것을 매일 목격 하면서도 최 씨에게 국가 안보 기밀문서를 보냈다는 것은 어떤 변명에도 불구하고 국정 농단이다. 이 문 제는 결국 특검 등을 통해 성역 없이 파헤쳐질 것이 다. 대통령이라 해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사실은 좀 더 일찍 백일하에 드러나 대통령으로부 터 종양(腫瘍)을 외과적으로 제거해 놓았어야 했다. 이 종양은 벌써 개헌(改憲)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집어 삼키고 있다. 최고의 권력은 외롭다. 국정은 매일 매순간 대통 령의 결심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때는 그 결심을 남 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 씨 와의 사례처럼 이런 식이어서는 안 된다. 국격을 떨 어뜨리고 충신들 사기를 저해하는 행위다. 얼마든지 국가 원로와 경륜 높은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는 많다. 옛날의 임금도 중대한 결심에는 당대의 석학 들을 초치하여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심상찮은 재야의 움직임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실이 드러나자 대학생들의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 대 학생들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 선 언문을 발표했고 이화여대, 경희대, 부산대 등 전국 대학교에서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올 것이 오 고만 것이다. 서강대 시국선언문에서는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면서 최순실이 대한민국 의 경제, 외교, 대북 관련 국가안보 기밀까지 관여한 것이라고 썼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정 을 비선 실세인 최순실에게 넘겨 대통령으로서 담당 해야 할 자격을 상실하였다고 하면서 비선 실세에게 국정을 좌지우지 당하고 국기가 흔들린 현 정부는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 므로 더 진솔한 대국민 사과와 전말을 밝힌 다음 국 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 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의 의견 표출이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정 중단 사태는 안 된다
야당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의 총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이원종 비서 실장과 황교안 국무총리도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
다고 대답했다. 원로 정치인 김종필 옹은 지금 대통 령이 어떻게 되면 겉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든다 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면담에서 대통령 을 많이 도와달라고 말했다. 여당도 최 씨를 반드시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다 짐하면서 최순실 게이트 특검 도입 등 혼란한 정국 수습에 나섰다. 여당 최고위는 청와대·내각의 대 폭적인 인적 쇄신도 요청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 개 헌도 국회 주도로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 했다.  대한민국의 경제는 지금 최악의 사태를 맞고 있 다. 수출의 양대 견인차 역할을 하던 삼성전자와 현 대자동차가 사고와 노조 파업 등으로 수출 실적이 급감하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정치의 혼란이나 국정 중단 사태는 어려운 서민 경제를 더 욱 어렵게 만들 것이 불 보듯하다. 정치의 안정이 곧 경제의 안정이라는 한국적 풍토에서 최순실 사태의 해결은 모든 국정 현안에 우선해야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에 관련된 모든 인맥과 자금 그 리고 국정 농단의 파행을 철저히 파헤치고 정치 쇄 신 차원에서 대청소를 해야 뒤틀린 국민의 정서를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먼지만 묻었어도 털어내는 용 단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앞으로 이런 악성 비선들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며, 개헌과 더불 어 앞으로의 정치가 미래지향적으로 기강이 확립될 것이다.

 

황인환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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